매년 봄마다 과학동아가 준비하는 코너 ‘사랑고민상담소’가 올해도 문을 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지나가고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에도 말랑말랑한 연애 감정이 새록새록 샘솟는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모쏠’ 탈출을 기원하며, 사랑고민상담소를 시작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기사에 등장하는 사연은 실제 제보를 토대로 구성했으며,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드립니다. )
남중, 남고를 거쳐 공대와 군대 ‘테크’를 탔고, 지금은 ‘아싸’인 ‘모쏠’ 복학생입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자친구를 만들고는 싶은 마음에, 최근 유행하는 소개팅 앱에 가입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메시지도 보내고 프로필도 신경 써서 꾸몄는데, 데이트까지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소개팅 앱에서 성공하는 비결 같은 건 없을까요? _ 배지훈(가명), 25세 남성
높은 목표, 많은 시도, 간결한 메시지
안타깝고,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이 고민은 꼭 해결해 드리고 싶은 마음에 그간 연구결과들을 뒤져봤습니다. 크게 기대하진 않았는데, 저도 당황스러울 만큼 꼭 들어맞는 최신 연구가 하나 있더라고요.
논문 제목은 ‘온라인 데이트 시장에서 열망적인 애인 탐색’입니다.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의 사용자들이 어떤 전략들을 많이 사용하고, 실제 커플로 이어지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량적으로 알아본 연구입니다. 엘리자베스 브루흐 미국 미시간대 복합시스템연구센터 교수팀이 미국의 온라인 데이트 시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와 다른 점도 있겠지만, 한 번 참고삼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요. doi:10.1126/sciadv.aap9815
미국 성인 중 애인을 찾는 사람의 38%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이용하고, 그 중 23%가 결혼까지 이어진다고 합니다. 브루흐 교수팀은 뉴욕, 보스턴, 시카고, 시애틀 등 대도시 네 곳에서 유명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사용자 18만7000명의 1개월 치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우선 연구팀은 한 달 동안 1인당 몇 개의 메시지를 받았는지, 또 메시지를 보냈을 때 답장을 받은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부터 파악했습니다. 연구팀이 선정한 사이트는 사용자가 프로필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관계가 시작되기 때문에, 메시지를 받은 수에 따라 매력적인 사람과 덜 매력적인 사람을 구별해보고자 한 것이죠.
가장 메시지를 많이 받은, 즉 가장 매력적인 뉴욕의 30대 여성은 한 달간 총 1504개나 되는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일 30분 간격으로 메시지를 하나씩 받은 셈이네요.
연구팀의 분석 결과 남성과 여성 모두 자신보다는 조금 더 매력적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력을 등급으로 나타냈을 때 평균적으로 자신보다 25% 더 매력등급이 높은 사람에게 보낸 겁니다. 또한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 대상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는 메시지 내용이 길어졌고, 여성은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 반면, 남성은 긍정적인 단어를 덜 사용했습니다.
과연 이런 전략은 얼마나 통했을까요? 우선 남성의 경우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 여성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답장을 받는 경우가 21%에 그쳤습니다. 여성도 자신보다 더 매력적인 남성에게 메시지를 보낼수록 답장을 받을 확률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50%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브루흐 교수는 “매력도가 비슷한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답장을 받을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남성의) 21%라는 수치가 절대로 낮은 게 아니다”라며 “메시지를 보내는데 쏟는 비용과 에너지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시도해 볼 만 한 성공률”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메시지의 길이와 응답률에는 상관관계가 없었습니다. 브루흐 교수는 “오히려 한 통을 길게 쓸 시간에 여러 통을 보내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연구팀에게 의외였던 부분은 남성이 메시지에 긍정적인 단어를 ‘덜’ 쓰는 전략이 먹힌다는 것이었습니다. ‘love(사랑)’ ‘nice(좋은)’ ‘sweet(달콤한)’ 같은 긍정적인 단어를 많이 쓸수록, 오히려 여성이 답장을 덜 하는 것으로 나타난 거죠. 브루흐 교수는 “데이트 전략 중 지나치지 않은 수준에서 부정적인 단어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꺾어 반사효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걸 ‘네깅(negging)’이라고 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금은 높은 목표와 간결한 메시지, 그리고 많은 시도,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첫 여자 친구와 따뜻한 5월을 보내길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전 ‘과학덕후’인 여고생입니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과학고를 준비하면서 만나 사귀게 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말다툼을 할 때가 있어요. 저는 남자친구가 푹 빠져있는 커뮤니티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남자친구는 자기가 가입한 커뮤니티 사이트를 틈날 때마다 들어가요. 문제는 저랑 얘기하다가 거기서 본 가짜뉴스를 말하고는 사실인양 우길 때가 많다는 거예요.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료들을 들이밀며 이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라고 큰 목소리를 내는 식이죠. 과학적으로 볼 때 아니다 싶은데, 솔직히 말하면 자꾸 싸움으로 이어집니다. 분명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한 친구인데 왜 이렇게 가짜뉴스에 낚이는 걸까요? _ 강보배(가명), 17세 여성
마음속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부터 들여다보세요. 요즘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많이 합니다. 일반적으로 성별, 연령, 관심사 등 구체적인 주제로 모이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렇게 여러 모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커뮤니티 내 주류 의견에 동조돼 편향적인 사고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꼭 정치나 성별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개별 이슈에서 한쪽으로 쉽게 휩쓸릴 가능성도 있죠. 이로 인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그룹처럼 말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반계몽운동(anti-enlighten-ment movement)’이라고 부릅니다. 해외에서도 기후 변화, 백신, 다윈의 진화론을 포함해 과학적으로 광범위하게 합의가 된 사안에 대해 반발하고 가짜뉴스를 실어 나르는 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매튜 혼시 호주 퀸즐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반계몽운동을 어떤 사람들이 하는지, 왜 일어나는지 분석해 2017년 1월에 열린 ‘성격및사회심리학회 연례회의’에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doi:10.1037/a0040437
혼시 교수는 우선 반계몽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며, 교육 수준도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문제는 그들 자신이 원하는 과학 사실만 쏙쏙 골라 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간이 기후 변화를 야기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와 반대되는 수백 가지 연구들은 싹 무시하고 자기 생각을 뒷받침해줄 일부 연구만 본다는 것이죠.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확증 편향을 갖게 된 이유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그들에게 내재된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확증 편향에 영향을 주는 내재된 태도를 6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이데올로기나 가치관 또는 세계관’ ‘사회 불신(음모론)’ ‘기존 관심사’ ‘자신의 정체성(개성) 표현’ ‘사회적 정체성 요구’ ‘두려움과 공포증’ 등입니다. 혼시 교수는 “과학을 거부하게 되는 데는 이 중 한 가지 태도만있어도 되지만, 만약 2개 이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훨씬 더 강한 신념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런 사람들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요. 혼시 교수는 “과학적 사실을 계속 제시하기보다는, 내재한 태도 자체를 지적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답했습니다. 예를 들어 백신 접종에 반대론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백신의 장점을 얘기하기보다는, 앞서 말한 6가지 태도 중 어떤 점 때문에 백신을 거부하는지 살펴보는 게 먼저라는 거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한 뒤 그 태도를 수정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강보배 님의 남자친구는 6가지 태도 중 어떤 점이 확고한 편인가요. 여러 주제를 같이 얘기하다 보면 공통으로 엮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남자친구의 속을 조금씩 들여다보는 것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