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벙어리 컴퓨터가 달변가로 변신

컴퓨터 분야의 혁신

CD롬 한장에 한글 3억자를 기억시킨다. 백과사전 한질도 CD롬 한장이면 거뜬하다. 뿐만 아니라 CD롬은 음성 이미지 데이터도 기억할 수 있다. CD롬이 예고하는 컴퓨터분야의 혁명은 어떤 것일까?

'베토벤 월광소나타의 감미로운 선율을 감상하면서 마틴 루터킹 목사에 대한 보고서를 쓴다. 거대한 백과사전을 뒤적일 필요없이 직경 12cm의 은색 디스크(CD-롬)를 컴퓨터에 꽂는다. 마틴 루터 킹이라고 키보드를 치면, 화면에는 그의 일생을 기록한 전기가 가득 채워지기도 하고, 그가 생전에 했던 연설 장면이 생생한 육성과 함께 흘러나오기도 한다. 그의 전기 일부분을 발췌하여 멀티미디어 보고서에 옮기고 비디오 화면도 넣는다. 자 이제 작업이 끝났으니 화면 한 구석에 TV를 틀자.'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이 다름 아닌 멀티미디어다.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그리 먼 미래도 아닌, 앞으로 2, 3년 후면 컴퓨터 매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며, 벌써 우리나라에도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선을 보였다.

90년대는 멀티미디어 시대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전자업계는 물론 출판업계 영화계 일반 매스컴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멀티미디어는 바로 현재의 기술이다.

오디오와 비디오의 결합체인 멀티미디어가 최근 들어 우리의 관심 가운데 놓이게 된 까닭은, 효율적인 정보 통신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서 처음 엿볼 수 있었던 인간의 통신은 전화 TV 영화 등의 매체 발명에 힘입어 다른 시간 다른장소에서 일어난 일들도 안방에 앉아 보고 들을 수 있는 데까지 발전해왔다. 80년대 들어 등장한 PC도 폭발적인 정보들을 개인 책상위에 쏟아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은 각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즉 전화는 세상에 소개된 지 2백여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음성만을 전달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TV는 흑백이 총천연색으로 바뀌었을 뿐, 방송국이나 제작자가 주는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일상 생활에 등장한지 10년을 넘은 PC는 말못하는 벙어리(?)인 데다 문자나 간단한 그래픽 정도의 저급한 화질을 제공하는 게 고작이다.

이러한 제약을 뛰어 넘는 효율적인 정보 통신의 동반자로서의 컴퓨터, 이는 멀티미디어 컴퓨터의 기본 목표인 셈이다.
 

솔빛미디어에서 개발한 멀티미디어 PC는 가정의 오디오 TV 비디오 등을 합친 기능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


대형도서관을 방 한칸에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폭증하는 정보들을 시청각 자료로 재편하여 좀 더 효율적인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들은 이 정보를 자신의 요구에 맞게 편집하고 가공하여 이용할 수 있다.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크게 두가지 사용분야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첫번째는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각종 응용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역할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사용설명을 음성으로 들려 준다든지 애니메이션에 음향 효과를 더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주는 것이다. 비디오 데이터를 이용한 교육교재 등으로 컴퓨터의 사용자 조작 기능을 멀티미디어 교재로 재편하거나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한 전시안내시스템 등을 제작할 수 있다.

시중에 나온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기존의 PC에 오디오 비디오 처리 기능을 갖추고, CD롬이라 불리는 디스크를 장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CD롬은 흔히 콤팩트디스크라고 알고 있는 음악용 CD를 대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으로, 외양은 CD와 같이 직경 12cm의 은색을 띠고 있다. 그 이름이 의미하듯 디스크를 찍어낼 때 아예 특정정보를 입력시킨 것으로, 일반 사용자들은 그 정보를 읽어들일 수만 있게 돼 있다.

한글 3억자, 영어 6억자를 한 장에 넣을 수 있어, 백과사전 한 질도 CD롬 한장이면 된다. 그래서 대형도서관에 있는 온갖 정보를 CD롬에 기억시키면 방한칸에 저장할 수 있게 된다.

또한 CD롬에는 문자 뿐만 아니라 음성 음악 이미지 비디오데이터까지 담을 수 있으므로 멀티미디어 컴퓨터에 들어가, 앞에서 들었던 마틴 루터 킹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예와 같은, 시청각 효과를 사용자들에게 주는 것이다. 미국에는 대형 출판사 및 신문사를 중심으로 CD롬 출판사업에 뛰어들어 이미 6천여종의 제품이 시중에 나와 있다. 법률 특허 정보와 같은 전문 분야로부터 동물도감 식물도감 백과사전을 비롯한 각종 사전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판물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매달 발행되는 잡지들을 분야별로 묶어 CD롬으로 발행하는 회사도 생졌다. 수백종의 잡지를 CD롬 한 장에 모아 팔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걸프전에 관한 각종 기록을 담은 '사막의 폭풍'이란 제목의 CD롬도 등장했다. 지난해 실패로 끝난 옛 소련 쿠데타의 전모를 CD롬에 담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컴퓨터와 레이저디스크를 이용한 정보검색, 8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지진에 관한 비디오화면과 문자설명을 동시에 보여준다.


홈시장 공략하는 「공룡」 IBM

멀티미디어 PC를 이용한 정보 교환은 CD 롬 이외에 전화선을 이용해서도 이루어진다.

PC가 모뎀을 통해 문자 정보를 서로 주고 받듯이 ISDN(종합정보통신망)이라는 새로운 통신 방식을 이용해 각종 영상 정보도 서로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PC는 CD롬과 통신망을 통해 효율적인 정보 통신 및 정보 조작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결국 각 가정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장비로서 정착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따라 컴퓨터 업계는 멀티미디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멀티미디어 PC가 각 가정에 확산되면 정보통신산업의 판도가 바뀌게 될 것을 대비해, 시장 선점을 위한 발빠른 조치로 보인다.

컴퓨터는 지금까지의 계산 기계 기능을 벗어나 TV나 전화 등을 통합한 가전 제품의 기능을 가진, 종합적인 정보통신기기의 형태로 발전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1년은 이러한 업계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 해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중심으로 10여개의 업체가 연합하여 개발한 MPC, IBM의 울티미디어, 애플사의 매킨토시가 시장에 소개되었다.

또한 PC업계의 거대 공룡인 IBM과 애플사가 손을 잡아 멀티미디어 전문회사를 만들고,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일본의 NEC 후지쓰와 제휴하는 등 세계 유수 컴퓨터 업체의 합작이 이루어졌다.

이들 업체들은 컴퓨터의 기능을 확장한 형태로서 현재의 멀티미디어 컴퓨터에 비해, 획기적인 멀티미디어 전용 컴퓨터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2,3년 내에 멀티미디어 컴퓨터는 새로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예측된다.

이와 함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및 응용분야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루커스아트사와 디르니사가 멀티미디어 시장에 뛰어 들었으며, 대형 신문사와 출판사의 움직임도 눈에 띠고 있다.

소프트웨어개발이 관건

90년대 정보통신 및 컴퓨터 산업의 총아로 불리우는 멀티미디어, 우리나라도 그 기술확보경쟁에 뛰어듦으로써 재편되는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 한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산업체 연구소 학계가 연합한 대형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새로운 종합정보통신의 장에 조기 진입함으로서 선진국 대열에 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멀티미디어 컴퓨터가 우리 앞에 선은 보였지만 일반 대중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몇가지 문제가 아직 남아 있다.

그 첫번째는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는 각종 소프트웨어 및 응용 분야의 개발이다. 각종 시청각 교재를 담은 CD롬이라든지 사전 잡지 같은 각종 정보들이 CD 롬에 담기게 되면 멀티미디어 컴퓨터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다.

또 다른 제약점은 가격이 기존의 가전 제품만큼 저렴해져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발표된 멀티미디어 PC는 가격이 2,3백만원 대로 아직 일반 대중이 구입하기에는 고가인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3, 4년후에는 해결되어 바야흐로 꿈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멀티미디어 동화책, 마우스를 움직이면 애니메이션과 효과음이 나온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박현제 소장
  • 사진

    심재익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정보·통신공학
  • 문헌정보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