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일반에 공개된 ISDN서비스.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출발점으로 20년대에 본격적인 정보고속도로가 완성될 예정이다.
출장간 아빠가 집으로 전화를 거는데 계속 통화중이다. 긴급하게 엄마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데 한시간째 전화는 통하지 않고 '혹시 수화기를 잘못 내려놨나, 집에 강도가 들었나' 안절부절이다. 집에 돌아와 원인을 알아보니 컴퓨터 통신 때문.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채팅'(컴퓨터통신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하는 바람에 몇 시간 동안 외부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모두 불통이었던 것이다.
지난해말부터 일부 전화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종합정보통신망(ISDN) 전화를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는 자연 해결된다. 하나의 전화선으로 컴퓨터통신을 하는 동시에 전화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팩시밀리를 보내는 동안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있다.
텔레라이팅도 가능
종합정보통신망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음성(소리)만 전달하던 전화선에 데이터 영상 사진 등 각종 디지털자료를 모두 흘러다니게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화 팩시밀리 컴퓨터 텔레비전 비디오 오디오 등 가정이나 회사에서 사용하는 각종 가전기기들이 전화선을 통해 하나로 통합된다.
국내에서 현재 제공중인 ISDN 서비스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전화선 하나에 최대 8대의 통신기기를 연결할 수 있고 이중 2대의 통신기기는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전화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알아보자.
ISDN 전화기 : 전화선 하나로 전화 팩시밀리 컴퓨터통신 등 두가지를 동시에 사용가능한 전화기. 전화기에 부착된 화면을 통해 통화요금이 나타나며 통화중 신용카드 번호나 주민등록번호 등 숫자를 주고받는 기능도 있다.
원래 발신자의 전화번호도 전화기 화면으로 알려줄 계획이었으나 '통신비밀보호'라는 측면에서 제외했다. 타블렛이란 장치를 연결하면 전화를 하면서 약도나 그림 정보 등을 상대방에게 전송하는 텔레라이팅(telewriting)도 가능하다. 단말기 가격이 16만원으로 비싸지만 한국통신은 월 2천원에 가입자들에게 임대해주고 있다.
ISDN 컴퓨터 : 컴퓨터통신시 일반 전화보다 13배 정도 속도가 빨라 자료를 주고받는 시간과 전화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컴퓨터. 일반 PC에 'S카드'라 불리는 인터페이스카드를 붙이면 된다. 현재 S카드의 가격이 40만원대지만 수요가 늘어나면 10만원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국통신은 이 카드도 월 2천원에 임대해준다.
G4 팩시밀리 : A4 크기의 원고 1장을 복사기 수준으로 선명하게 보내는데 3,4초 걸리는 고급팩시밀리. 아직 국내에서 개발되지 않았고 일본제품도 1천만원이 넘어 당장 실용화는 어렵다.
이외에 상대방을 보면서 전화를 하는 동화상전화기, 컬러사진 1장을 4분에 전송하는 사진전송기 등을 ISDN망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서울 부산 인천 수원 광주 대구 전주 춘천 청주 제주 등 11개 도시 69개 전화국에서 제공하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의 가입비를 내고 전화신청을 해야한다. 현재 전화를 쓰고 있는 가입자는 자신이 사용중인 전화를 반납하고 전화국에서 ISDN 전화신청을 하면 된다.
가입비가 20만원으로 일반전화보다 5만원 싸지만 ISDN 전화는 반납시 가입비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전화요금은 일반전화와 비슷하므로 두 대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오히려 경제적이다.
새로운 사회간접자본
한국통신은 ISDN 대상지역을 점차 확대해 오는 2000년까지 전국 어디서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15년까지 총 44조원을 투자, 광대역 종합정보통신망 (B-ISDN)을 건설하기로 했다.
광대역ISDN은 현재의 ISDN보다 1백배, 일반 전화회선보다 1천-1만배 빠른 속도로 정보를 전송하고 교환해주는 차세대통신망으로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적인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즉 ISDN(협대역ISDN이라고도 한다)이 음성이나 중저속 데이터, 정지화상이나 느린 동화상을 대상으로 하는데 비해 광대역ISDN은 고선명 동화상이나 대용량 파일전송까지 모든 미래의 통신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소화해낸다.
기존의 구리전화선(銅線)은 보통 2천4백-9천6백bps(bit per second, 초당 전송 비트수)로 음성이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컴퓨터통신에 쓰는 모뎀이 2천4백bps 또는 9천6백bps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동선을 ISDN장비로 바꾸면 6만4천bps(64k)급 2개채널까지, 특수장비를 사용하면 1백50만bps(1.5M)까지 올릴 수 있다. 최근 디지털영상압축기술이 급진전되고 있으므로 이 정도면 VCR 수준의 비디오를 통신망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러나 텔레비전급 영상은 5-10Mbps, 고선명TV급 영상은 15-20Mbps의 속도가 요구되므로 고속 대용량 전송매체인 광케이블의 채용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21세기에 각 가정에서 고선명TV 화상전와 전자신문 원격진료 등을 이용하려면 수십-수백Mbps의 광케이블을 깔아 광대역 ISDN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대역 ISDN의 핵심기술은 다양한 속도의 다양한 서비스에 대응할 수 있는 ATM(非同期 전송 방식)교환기와 기가급(${10}^{9}$) 또는 테라급(${10}^{12}$) 전송장치다. 현재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 장비들을 일부 실용화했고 더 나은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G7프로젝트'의 하나로 광대역ISDN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초에 신문 4천면
미국의 통신 컴퓨터 오락산업계 대표들은 지난 1월 11일 캘리포니아주립대에 모여 '정보초고속도로'(Electronic Super Highway)의 건설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보다 며칠전 일본정부도 미래의 국가통신망 건설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 직후 "다른 나라보다 앞선 통신 소프트웨어기술을 이용, 정보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침체에 빠진 미국 경제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역설한 이후 선진국들에 의해 초고속 정보통신망의 건설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간 1백70억달러를 투입해 현재 대학과 연구소 중심의 '인터넷' 통신망을 산업분야로 확대하고 1초에 신문 4천면을 전송할 수 있는 기가bps급 초고속통신망으로 미국 전역을 거미줄처럼 엮어갈 계획이다.
일본도 통신망을 도로 항만 등 기존 사회간접자본과 구별해 '신 사회자본'으로 부르고 2015년까지 45조엔을 투입해 전국적인 광통신망을 구축할 방침이다. 영국 독일 등 유럽 나라들과 캐나다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마련 중이다.
체신부도 선진국들의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지난해 8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을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광대역ISDN과 별도로 국가기관 교육연구기관 기업연구소 등을 잇는 초고속국가정보망을 구축, '정보의 고속도로'를 닦겠다는 것이다.
광대역ISDN이 각 가정까지 연결하는 '골목길'이라면 초고속국가정보망은 대용량의 정보 유통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주요기관을 직통으로 연결하는 '고속도로'에 해당한다.
정부는 초고속정보통신망의 1단계 작업으로 오는 97년까지 현재 9천6백bps급 수준에 머물고 있는 행정전산망 등 국가기간망을 1백55Mbps급으로 끌어올리고 전국의 행정전산망과 교육정보망을 모두 수용하는 광역 종합정보망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안으로 범국가적인 추진위원회와 운영전담기구를 구성하고 오는 7월 서울-대덕연구단지간 6백22Mbps급 시험통신망을 구축해 고선명 영상기술을 시범전송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