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탄생 150주년]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기한 주기율표 이야기

과학동아 X 대한화학회

‘수, 헬, 리, 베, 붕, 탄, 질, 산’.
지금도 많은 학생이 입으로 되뇌는 이상한 주문. 수소, 헬륨, 리튬, 베릴륨, 붕소, 탄소, 질소, 산소. 주기율표에 나열된 원소 번호 1번부터 8번까지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순서대로 읊은 것이다. 주기율표에는 이들을 포함해 총 118개의 원소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이 순서는 누가 정한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인 1869년, 그 질서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35세 러시아 청년이 있었다. 드미트리 멘델레예프다. 그가 만든 주기율표를 통해 화학은 비로소 체계적인 과학으로 인정받고 학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기율표가 현대 화학의 문을 연 셈이다. 올해 주기율표 탄생 150주년을 맞아 주기율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정리했다.

 

75칸 중 12칸 빈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원소들 사이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멘델레예프의 주장은 당시 굉장히 획기적이었다. 멘델레예프 이전에도 요한 되베라이너의 ‘세 쌍 원소(1828년)’나 영국의 존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1864년)’ 등 원소의 주기성을 정리한 몇 가지 학설이 있었지만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옥타브 법칙의 경우 3주기부터는 규칙이 어긋나 당시 학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멘델레예프는 1869년 3월 6일 러시아화학회에서 ‘원소의 구성 체계에 대한 제안’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63개 원소를 담은 주기율표를 처음 공개했다. 하지만 학계는 여전히 주기율표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당시 알려진 화학적 측정값과의 차이다. 예를 들어 멘델레예프는 우라늄의 원자량을 기존에 알려진 120 대신 그 2배인 240으로 기록했다. 두 번째는 빈칸이다. 당시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이 칸은 멘델레예프가 주기율을 맞추려고 일부러 비워둔 자리였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총 75칸으로 구성됐고, 그 중 12칸이 비어 있었다. 


멘델레예프는 논문에서 이 두 가지 지적에 대해 기존의 측정이 잘못됐으며, 비어 있는 칸의 원소는 조만간 발견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어 있는 칸에 들어갈 원소의 성질까지 예측하며 주기율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후 그는 1875년 ‘갈륨(Ga) 논쟁’에서 승리하며 자신의 예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갈륨은 프랑스의 화학자 르꼬끄 드 부아보드랑이 발견했는데, 멘델레예프는 자신이 예측한 원소 중 하나인 ‘에카알루미늄’이 바로 갈륨이라며, 부아보드랑의 측정값 일부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재논의를 거치면서 멘델레예프의 지적이 옳았음이 증명됐고, 부아보드랑은 자신의 계산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이후 1886년 독일의 화학자 클레멘스 빙클러가 멘델레예프가 예측한 에카규소와 성질이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게르마늄(Ge)을 발견하며 그의 주기율표는 마침내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주기율표의 토대를 만드는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멘델레예프는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는 1906년 단 한 표 차로 노벨 화학상을 놓쳤다. 그해 노벨 화학상은 플루오린화수소산(HF)에서 플루오린을 분리하는 데 성공한 프랑스 화학자 앙리 무아상에게 돌아갔다. 이듬해인 1907년에는 멘델레예프가 폐렴으로 사망하면서 영영 노벨상과 멀어졌다. 노벨상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수여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원소에 사용되지 않은 알파벳이 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도 허점은 있었다. 일부 원소에서 규칙성이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았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됐던 건 27번 코발트(Co)와 28번 니켈(Ni)이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는 원자량에 따라 원소를 정렬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더 무거운 코발트(원자량 58.933)가 28번, 가벼운 니켈(58.693)이 27번이어야 한다. 하지만 원소의 성질을 고려하면 둘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멘델레예프는 두 원소의 원자량이 59로 동일하다고 보고, 둘을 같은 그룹에 배치했다. 


이 딜레마를 해결한 사람은 영국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였다. 원자핵의 존재를 예측한 어니스트 러더퍼드의 지도 하에 맨체스터대에서 연구하던 모즐리는 X선을 이용해 원자의 성질을 연구했다. 
원자에 전자빔을 쪼이면 고에너지의 X선이 방출된다. 모즐리는 각 원소가 방출하는 고유의 X선 파장을 토대로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와 원자 번호 사이의 관계를 도출했다. 그 결과 그는 원소의 주기율을 원자량이 아닌 원자 속 양성자 수에 따라 정렬해야 한다는 ‘모즐리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모즐리는 주기율표를 재정립했고, 멘델레예프의 오류를 바로잡는 데 성공했다. 1913년 모즐리가 완성한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와 동일한 75칸으로 구성됐지만, 비어 있는 칸은 네 칸으로 줄었다. 

 


모즐리도 멘델레예프와 마찬가지로 노벨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그의 연구는 노벨상을 받기에 충분했지만, 이번에도 살아있는 사람에게만 수여한다는 노벨상 수상 원칙이 발목을 잡았다. 모즐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육군에 자원해 통신병으로 참전했다. 그리고 1915년 갈리폴리 전투에서 오스만 제국(현재 터키)군과 격전 중 27세의 나이로 전사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모즐리가 비워둔 43번(Tc·테크네튬), 61번(Pm·프로메튬), 72번(Hf·하프늄), 75번(Re·레늄)을 찾아내 주기율표를 완성했다. 


이 중 테크네튬과 프로메튬은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기 전 과학자들이 실험 중 인공적으로 합성했다. 특히 테크네튬은 인간이 최초로 합성에 성공한 원소다. 이름도 그리스어로 ‘인공’을 뜻하는 ‘테크네토스(technetos)’에서 따왔다. 테크네튬은 1936년 이탈리아 화학자 에밀리오 세그레와 카를로 페리에르가 사이클로트론 실험 중 42번 몰리브데넘(Mo)의 시료 속에서 발견했다.


장홍제 광운대 화학과 교수는 “주기율표에서 1번 수소부터 92번 우라늄까지 원소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라며 “테크네튬의 경우 멘델레예프가 그 존재를 예측하기는 했지만, 너무 극미량이라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 교수는 “테크네튬은 반감기가 약 21만 년으로 비교적 짧은 편에 속한다”며 “생성 이후 거의 모두 붕괴했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원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연 상태의 테크네튬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62년이었다. 테크네튬이 인공적으로 합성된 지 26년 만이었다. 
한편 현재 주기율표에는 118개에 이르는 원소가 나열돼 있지만, 아직 원소에 사용되지 않은 알파벳이 있다. 장 교수는 “알파벳 J와 Q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원소 기호로 사용된 적이 없다”며 “다만 Q의 경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에 대한 임시 원소 기호로 사용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나선, 3차원…천차만별 주기율표  


주기율표는 중학교 교육과정에 처음 나온다. 일반적으로 주기율표는 네모 칸으로 이뤄진 표 형태로 구성돼있다. 각 원소를 성질에 따라 7개 주기, 18개 족으로 분류해 배치했다. 


원소 2개(수소, 헬륨)만 있는 1주기에는 1족과 18족만 채워져 있다. 2주기와 3주기에는 전이금속(d오비탈에 최외곽전자를 갖는 원소)이 없어 3족부터 12족까지 자리가 비어 있다. 각 칸에는 해당하는 원소의 원소 번호와 원소 기호 그리고 원자량이 적혀있으며, 나라마다 원소의 이름을 자국어로 적기도 한다. 


새로 발견된 원소 등재와 명명법을 공식 승인하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주기율표에서 칸의 색상으로 동위원소의 유무를 구분하게 하고 있다. 파란색은 동위원소가 없는 원소를, 붉은색과 노란색은 동위원소를 2개 이상 보유한 원소를, 흰색은 동위원소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원소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대한화학회가 원소 번호, 원소 기호, 원자량, 한글 이름, 영문 이름을 표기한 형태를 표준 주기율표로 지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주기율표의 종류는 훨씬 많다. 검색 사이트에 ‘대안 주기율표(alternative periodic table)’로 검색하면 다양한 형태의 주기율표가 나온다. 대안 주기율표는 단순히 색상과 형태를 바꾼 것부터 원소의 주기성을 분류하는 기준 자체를 바꾼 것까지 제작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장 교수는 “주기율표는 무엇을 주기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그 분류가 달라진다”며 “제작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주기율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가장 대표적인 대안 주기율표는 ‘왼 방향 주기율표’다. 프랑스 공학자 샤를 자네가 1928년 발표한 왼 방향 주기율표는 기존 주기율표와 달리 수소가 주기율표의 맨 오른쪽에 있고, 여기서부터 주기율이 왼쪽으로 뻗어간다. 


주기율표를 정리한 기준도 다르다. 기존 주기율표가 최외각전자 수를 토대로 주기와 족을 정한 것과 달리 자네의 주기율표는 오비탈(orbital)을 기준으로 한다. 궤도함수로도 불리는 오비탈은 전자 분포에 대한 확률 함수를 뜻한다. 


장 교수는 “기존 주기율표는 일부 원소의 위치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수소는 비금속이지만 알칼리금속과 같이 1족에 위치한다”며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최외각전자 수 대신 오비탈을 기준으로 원소를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64년 등장한 2차원 나선 형태의 주기율표도 주목할 만하다. 마치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생긴 이 주기율표는 독일 출신 화학자 오토 벤파이가 고안했다. 주기율표의 중심에는 수소가 위치하고, 비슷한 성질의 원소끼리 나선에 모여 있다. 특히 나선 주기율표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8주기 원소들의 자리도 미리 마련해뒀다. 


‘주기율표=표’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한 주기율표도 있다. 표가 아닌 그래프, 그것도 2차원이 아닌 3차원으로 제작한 주기율표다. 한쪽 면에는 주기성을 갖는 전형 원소를, 다른 한쪽 면에는 전이금속을, 그리고 마지막 한쪽 면에는 전이금속 중 최외각전자가 f오비탈에 있는 란타넘족과 악티늄족을 배치했다. 


장 교수는 “3차원 주기율표는 원자량 등 원소의 기본 성질은 배제하고 원소 사이의 관계만 표현한 주기율표”라며 “그래프의 위치와 색, 선 등을 통해 원소 간의 관계를 한눈에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에는 전자 배치를 확인하는 데 유리하도록 주양자수(오비탈의 전체 크기를 결정하는 양자 수)에 따라 원소를 분류한 ‘아도마(ADOMAH)’ 주기율표도 등장했다. 

 

주기율표 원소 수는 총 172개?


엄밀히 말해 주기율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완벽한 주기율표’ 제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화학자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 왔다. 가령 오랫동안 주기율표의 7번째 줄에서 113, 115, 117, 118번이 비어 있었는데, IUPAC이 각각 니호늄(Nh), 모스코븀(Mc), 테네신(Ts), 오가네손(Og)으로 주기율표 등재를 공식 승인하면서 2016년에야 7주기 118개 원소로 이뤄진 주기율표가 완성됐다. 


지금부터 발견될 원소는 8주기에 속하게 된다. 쌓음 원리에 따르면 7주기 원소는 7s, 5f, 6d, 7p 오비탈에 최외각전자를 갖는다. 하지만 앞으로 발견될 8주기 원소는 8s, 5g, 6f, 7d, 8p 오비탈에 최외각전자를 갖게 된다. 이는 현재 주기율표로는 새로 발견될 원소를 담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꾸준히 확장 주기율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7주기 체제의 주기율표는 18개 족으로 구성돼있으며, 3족의 6주기 원소 란타넘과 7주기 원소 악티늄은 14개의 원소를 따로 거느리고 있다. 쌓음 원리대로라면 8주기는 여기에 18개의 원소를 추가해야 한다. 따라서 8주기 원소가 포함된 확장 주기율표는 이론적으로 172번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확장 주기율표 역시 기본 원리는 기존 주기율표와 동일하다”며 “원자핵 속의 양성자 수에 따라 원자 번호가 결정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소 번호를 몇 번까지 8주기 원소로 분류해야 할지, 또 각 원소의 최외각전자가 어느 오비탈에 위치할지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핀란드 화학자 페카 퓌쾨와 독일 화학자 부르크하르트 프리케는 각각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8주기 원소의 전자 배치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퓌쾨의 경우 8주기 원소 중 165~168번을 8주기가 아니라 9주기일 것으로 예상했고, 프리케는 165~172번을 9주기로 제안했다.


이 교수는 “8주기 원소 각각의 최외각전자가 어느 오비탈에 위치할지는 더욱 정밀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전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이들 사이에 나타나는 상호작용인 전자 상관(electronic correlation)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7주기 원소까지는 전자 상관을 계산한 결과가 기존의 쌓음 원리와 일치했다. 하지만 8주기 원소는 원자핵의 전하가 크고 전자의 개수도 많아, 최외각전자에 대해 정확히 예측하려면 전자 사이의 상호 작용을 더 정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이 교수는 “현재 기술로 8주기 원소의 전자 상관까지 정확히 계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퓌쾨 모델과 프리케 모델 역시 검증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소 개수가 무한히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리학계의 무서운 신동’으로 불렸던 미국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원소가 137번까지만 존재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러시아 출신 미국 물리학자 알베르트 카잔은 지금까지 발견된 원소와 그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155번이 마지막 원소가 될 것이라고 2009년 주장한 바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