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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사지마비 환자 일으켜 세우나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척수 환자 치료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인 1998년 처음 등장한 배아줄기세포는 치료의 혁명을 가져다줄 것으로 주목받았다. 배아줄기세포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만들어진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통해 여러 개의 세포로 이뤄진 배반포가 되고 나서 심장, 뼈, 신경 등의 부위로 발달하기 위해 그 안에서 생성되는 줄기세포를 말한다. 

성체줄기세포를 만능 상태로 되돌려


모든 세포로 변신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는 그 가능성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수정란을 파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내 도덕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는 골수나 혈액(제대혈) 등 성인의 몸 곳곳에 소량씩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연구가 주를 이뤘다. 
이때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2006년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일본 교토대 교수가 처음 개발한 유도만능줄기세포다.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다시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만능 상태로 되돌린 것이다. 이를 ‘역분화’라고 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다 자란 체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논란에서 자유로웠고, 면역 거부에 대한 걱정 없이 본인 맞춤형 치료도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게다가 특정 조직으로만 사용 가능한 성체줄기세포보다 활용 범위가 넓어 각종 난치병 치료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됐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연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후 일본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로 임상연구를 장려했다. 2018년 5월에는 오사카대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심장근육세포를 조직 형태로 이어 붙인 심근 시트를 심장병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승인했고, 두 달 뒤인 7월에는 교토대가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신경세포를 이식하는 수술도 허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같은 해 9월 일본 정부는 교토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혈소판 세포를 난치성 혈액질환인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올해 2월 18일, 척수 손상 환자에 이를 적용하는 게이오대의 임상 연구도 최종 승인했다. 게이오대는 올 여름 최초로 사지마비 환자에게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를 시도할 계획이다.

 

크리스퍼 기술 접목해 암 발생 거의 없어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의 핵심은 ‘Oct4’ ‘Sox2’ ‘Klf4’ ‘c-Myc’ 등 네 가지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들은 유전자의 전사(transcription)과정을 돕는 역할을 해, ‘전사 인자’라고 불린다. 이 전사인자들을 만드는 유전자 조합은 발견자인 야마나카 교수의 이름을 따 ‘야마나카 칵테일(OSKM)’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야마나카 교수팀은 OSKM을 발현하는 유전자(OSKM 유전자)를 바이러스의 유전자 운반체인 플라스미드에 끼워 체세포의 핵 DNA에 집어넣는 방식을 개발했다. 핵 DNA에 이 플라스미드가 들어가면 체세포가 줄기세포로 역분화된다. 여기에 특정 조건을 주고 체외배양하면 이론적으로 간이나 폐 등 원하는 신체 조직 200여 종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초기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은 역분화한 만능세포가 어느 순간 암으로 돌변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위험 부담이 있었다. 삽입된 OSKM 유전자가 없어지지 않고 체세포의 핵 DNA에 남아 계속 발현되면,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가 계속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핵 속에 끼워진 OSKM 유전자를 다시 잘라내는 피기백(PiggyBac) 시스템, OSKM의 유전자가 아니라 단백질 OSKM을 직접 넣어주는 방법, 핵 DNA에 삽입되지 않은 채 발현되도록 mRNA 형태로 전사유전자를 넣어주는 방법 등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2018년 개발된 ‘크리스퍼(CRISPR)a’ 시스템이 유도만능줄기세포 생산에 널리 쓰인다. 분화를 마친 성인의 체세포 속 유전자에도 OSKM 유전자가 존재한다. 단지 작동하지 않을 뿐이다. 크리스퍼a 시스템은 특정 유전자 부위로 안내하는 가이드 RNA를 뜻하는 크리스퍼와 이를 활성화하는 단백질의 복합체로 이뤄진다. 
도정태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는 “크리스퍼a 시스템을 이용해 OSKM 유전자의 스위치를 켜면, 단 한 번만 역분화가 진행되도록 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원하는 생체 조직의 세포로 분화시킨 뒤 환자에게 이식하면 암 발생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역분화 없는 직접교차분화 기술도 개발 


체세포를 역분화하기 위해 야마나카 칵테일 속 전사 유전자를 모두 움직일 필요도 없어졌다. 특히 OSKM 유전자 4개 중 c-Myc 유전자가 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유전자 부위를 아예 건드리지 않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 결과 만능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Oct4 유전자만 작동시키고 각종 소분자 화합물을 첨가해 다른 OSKM 유전자를 대신하도록 우회하는 방법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역분화 과정 없이 체세포를 직접 원하는 표적 세포로 바꾸는 직접교차분화(direct conversion) 기술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김정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직접교차분화는 분화를 마친 체세포에 원하는 조건만 넣어주면 곧바로 다른 기능을 하는 세포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교수팀은 피부세포를 바로 신경세포로 만드는 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등을 진행하고 있다.
역분화를 통해 우리 몸의 모든 세포로 분화 가능한 만능세포를 만든 다음, 이를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특정 세포를 만드는 건 생각보다 까다롭다. 1대 1로 바로 ‘변신’시키는 직접교차분화 기술이 원하는 표적조직의 세포를 얻기에는 훨씬 수월하다. 물론 한계도 있다. 김 교수는 “직접교차분화 기술은 원하는 세포를 얻기는 쉽지만 실제 만들어낸 세포의 기능이 역분화 방식보다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요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잉크우드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줄기세포 치료제의 시장 규모는 2017년 이후 연평균 25.8%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44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북미가 세계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 등 아시아 시장도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지금까지 개발된 줄기세포 치료제는 성체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아직까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는 없다. 일본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기쿠치 다카유키 교수와 다카하시 준 교수 등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240만 개의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전구세포를 만들었고,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50대 파킨슨병 환자의 뇌 12개 부위에 이식했다. 현재까지 환자에게서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제 출시가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 뛰어들고 있다. 일본의 다이닛폰스미토모제약은 2018년 3월 오사카에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했고, 다이이치산쿄는 심근 시트 상용화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한 때 줄기세포 연구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에서는 연구 목적 외에 임상시험은 아예 길이 막혀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약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 만큼, 학계와 의약업계에서는 난치성 환자를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의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임상시험을 최소화하는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 교수는 “환자들의 기다림은 길어지는데, 국내에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물론 각종 줄기세포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원천 봉쇄된 상황”이라며 “일본처럼 안전성이 검증되면 임상시험을 일부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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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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