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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부터 해보자. 담배를 직접 피워 연기를 마시는 것은 1차 흡연이다. 흡연자 옆에서 연기를 마시는 것은 2차 간접흡연(이하 간접흡연)이다. 3차 간접흡연은 흡연자의 몸이나 옷에서 담배 냄새를 맡거나(해로운 물질도 물론) 담배를 핀 공간에 남아있는 냄새나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간접흡연의 나쁜 점이야 쓰자면 끝이 없다. 담배에서 나오는 각종 발암물질은 이제 교과서에도 나온다. 게다가 흡연자가 들이 마시는 연기보다 타들어가는 담배에서 나오는 연기 속에 유해물질이 더 많다. 호흡기 질환만 문제가 아니다.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에서 연구한 결과 간접흡연에 노출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당뇨병 발생위험이 1.41배 높았다. 특히 직장과 집에서 매일 4시간 이상 노출되면 당뇨병 발생위험이 1.96배 높았다. 그럼 담배 연기 자욱한 PC방에서 일하는 사람이 당뇨병에 걸리면 산재신청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다행히 이번 달부터 PC방 걱정은 줄어들겠다. 올해 6월부터 PC방 전체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지만, 환기시설을 갖추고 연기가 빠져나오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해야 한다. 흡연실에서 나온 사람에게서 나는 불쾌한 담배냄새만 좀 참으면 된다. 그런데, 냄새라…. 담배냄새가 마음에 걸린다. 3차 간접흡연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3차 간접흡연은 어떻게 일어날까. 담배연기는 공기 중에서 흩어져 사라지지만 유해물질은 공간이나 흡연자의 몸에 남는다. 미국 UC버클리 도시환경공학과 연구팀의 2001년 연구에 따르면 담배연기에서 나오는 가장 해로운 물질인 니코틴은 철 표면보다는 카펫 같은 섬유와 페인트가 칠해진 벽에 2~3배 더 잘 달라붙는다.

니코틴은 실내먼지에도 잘 붙는다.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담배를 피운 지 21일 뒤에도 처음 양의 40%나 남아 있다. 더구나 담배를 오래 피울수록 유해물질은 차곡차곡 쌓인다.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연구했더니, 담배를 오래 피운 장소의 표면에 붙어 있는 니코틴 양은 담배 한 개비를 피웠을 때 나오는 양보다 많았다. 담배연기에서 나온 유해물질은 실내 표면에 흡착됐다가 장기간 공기 중으로 다시 배출된다. 따라서 흡연자가 없어도 담배를 피웠던 장소에 있기만 하면 3차 간접흡연이 일어난다.

여기서 3차 간접흡연이 얼마나 독한지 알 수 있는 퀴즈 하나. 차 두 대가 있다. 한 쪽 차는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다른 차는 밖에서만 담배를 피웠다. 둘 중 어떤 차 안에 니코틴이 많이 남았을까? 놀랍게도 둘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차는 먼지와 실내표면에서 각각 19.51g/g, 8.61g/m2, 안에서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차에서 11.61g/g, 5.09g/m2이 나왔다. 비흡연자의 차에서 3.37g/g, 0.06g/m2의 니코틴이 나온 것에 비하면 모두 높은 수치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기영 서울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담배를 피울 때 흡연자의 몸, 옷 또는 폐 속에 있는 보이지 않는 담배 유해물질이 흡연을 하지 않은 장소로 들어와 배출되면서 실내표면에 흡착된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담배연기는 없지만 흡연자 자체가 담배연기의 역할을 하게 된다.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를 피운 뒤에 입에서 나는 담배냄새를 줄이려고 가글을 한다. 그러나 유해물질은 입만 헹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기영 교수의 말처럼 폐 속에 남아 있던 보이지 않는 담배연기는 장소를 옮겨도 계속 배출된다.




 


어른이야 담배냄새가 나면 자리를 피하거나 청소를 하면 된다. 그러나 영 · 유아나 아동은 능동적으로 간접흡연을 피하기 힘들다. 특히 3차 간접흡연에 의해 노출된 유해물질은 혈액과 조직 속으로 침투한다.

게오르그 매트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는 집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니코틴이 분해돼 나오는 코티닌이라는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흡연자가 없는 가정과 흡연자가 있지만 아기와 분리된 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가정, 아기가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가정을 비교했다. 그랬더니 아기와 분리된 공간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기의 소변 중 코티닌이 비흡연자 가정의 아기에 비해 평균 7.5배 정도 많았다. 집 밖에서만 흡연을 해도 비흡연자 가정에 비해 7배나 많이 검출됐다. 흡연자 부모를 둔 아기가 얼마나 3차 간접흡연의 위험 속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3차 간접흡연은 어린이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다. 강혜련 서울대 의대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 1584명을 조사했더니 3차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이들은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들에 비해 야간 기침은 20%, 만성 기침은 18%, 발작적 연속 기침은 20% 정도 더 많이 했다. 휴고 데스타일라츠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은 흡착된 니코틴이 주변 기체와 반응해 발암성 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드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주의집중 및 학습능력에도 해롭다. 조수철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간접흡연에 노출된 아이일수록 주의집중능력 및 학습능력이 좋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성남 등 5개 지역 초등학생 3~4학년 1089명을 대상으로 인지·주의집중 및 학습기능을 평가하고 니코틴이 몸속에서 분해되면서 나오는 코티닌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ADHD 판정을 받은 학생과 ADHD에 가까운 아동의 소변 중 코티닌 평균수치가 각각 0.008ng/mL와 0.0076ng/mL로 정상 아동의 0.0046ng/mL보다 70%나 더 높았다. 3차 간접 흡연만의 영향을 따로 알기는 어렵지만 아동의 학습능력에 니코틴이 해로운 것만은 분명하다.

아직까지 3차 간접흡연이 몸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간접흡연의 경우에 비춰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3차 간접흡연에서 아이를 지키려면 담배를 피울 때마다 폐 속에 남아 있는 담배연기, 손과 몸, 옷, 실내표면 등에 묻은 유해물질 등을 모두 다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흡연 물질의 흡착은 워낙 여러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집안을 환기시켜도 흡착이 일어나고 나중에 다시 배출된다. 3차 간접흡연을 막는 것은 흡연자의 완전 금연만이 최선의, 그리고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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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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