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류가 오늘날의 ‘인류세’를 닭 뼈로 알아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950년대를 기점으로 기후변화, 플라스틱 사용 등 인류가 지구환경을 전에 없는 방식으로 바꿔 놓으면서 현대를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지질학자들이 늘고 있다.
캐리스 베넷 영국 레스터대 지리·지질·환경학과 박사후연구원 등 공동연구팀은 고생대 삼엽충, 중생대 암모나이트처럼 인류세의 ‘표준화석’으로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을 제치고 닭 뼈를 꼽았다.
현재 지구상에서 키우는 닭은 약 230억 마리로, 무게를 합치면 지구상 모든 새를 합친 것보다 많다. 육계(고기를 얻기 위해 살찌게 키우는 닭)는 다리와 가슴은 비대하고 심장과 뼈는 왜소하며 뼈에 구멍이 많다는 점 등 야생 닭은 물론 로마와 중세시대 닭과도 모습이 현저히 다르다. 부드러운 닭고기를 원하는 세계적인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인위적인 육종을 반복한 까닭이다.
연구팀은 자연에서는 수백만 년 동안 일어날법한 변화가 지난 70년간 압축적으로 일어났다고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지구상에 가장 수가 많은 척추동물이자 동시에 인간에 의해 가장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점에서 현대의 닭이 인류세의 상징이 될 만하다”고 주장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학회 오픈 사이언스’ 2018년 12월 12일자에 실렸다.doi:10.1098/rsos.18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