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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중국은 어떻게 ‘슈퍼 차이나’가 됐나

 

무풍불기랑(無風不起浪). 바람이 불지 않으면 물결이 일지 않는다는 말로, 어떤 일이든 항상 원인이 있다는 뜻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우리 속담과 유사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의대 노벨위원회는 투유유(屠) 중국중의과학원 교수를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말라리아로부터 수십 만 명을 살려낸 ‘기적의 약물’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한 공로다. 투 교수는 중국 국적을 가진 첫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됐다. 일각에서는 한국보다 앞선 중국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놀라움을 표했다. 하지만 무풍불기랑,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중국이 ‘슈퍼 차이나’가 되기까진 긴 노력의 역사가 있었다.

 

해외 과학자 유입시킨 인재정책


“칭화대 전자공학과 졸업생 중 3000명이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한다고요?”

 

동료 교수와 대화를 나누던 중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첨단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전자공학과 출신 연구자가 무려 3000여 명에 이른다는 것이었다. 단일 대학, 단일 학과 출신으로는 너무 많은 숫자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 놀라운 소식은 몇 년째 이들의 ‘귀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과학 및 공학 분야 인재를 자국으로 재영입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귀국을 결심한 과학자들에 대한 대우는 그야말로 ‘국보급’이다.

 

가령 칭화대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양전닝(楊振寧)박사, 튜링상 수상자이자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인 야오치즈(姚期智) 박사와 같은 석학들을 위해 ‘양전닝 고등과학연구소’ ‘야오치즈 수리과학센터’ 등 전문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들이 고국에 돌아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2008년 시작된 ‘천인계획(千人計劃)’ 역시 석학들을 중국으로 유인한 대표 정책이다. 천인계획에 선발된 연구자는 중국으로 귀국한 뒤 계약을 맺으면 일시불로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6385만 원)을 지급받는다. 초빙기관에는 연구비와 급여 보조금을 지원한다. 현재는 중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석학을 유치하기 위한 천인계획도 진행 중이다. 인재를 위한 아낌없는 양적 투자가 중국 과학기술의 성장을 가속화한 원동력이 됐다.

 

토종 과학자들에게 달아준 날개


최근엔 중국 내 토종 과학자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베이징 곳곳에선 중국 국립연구기관인 중국과학원(CAS)의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과학원이 무려 116개 연구소와 3개 대학을 산하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1949년 설립된 이래 현재까지 6만5000명의 박사를 배출했고, 현재는 5만6000명의 연구자가 기초과학부터 응용과학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연간 집행하는 연구비만 약 5조 8000억 원이다(2013년 기준).

 

막대한 인적, 물적 투자는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과학원은 암흑물질 탐사위성 ‘ 우쿵(悟空·손오공)’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입증할 실마리를 찾았다는 소식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530일간 우주에 머물며 채집한 우주선(cosmic ray)에서 그동안 관측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물리 현상의 증거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현상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뒷받침할 근거로 확인되면 투교수에 이어 중국에서 두 번째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외에도 독자 개발한 세계 최초 양자통신위성 ‘모쯔(墨子)’,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톈옌(天眼)’ 등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청소년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전공을 선택하고, 우수한 과학기술자로 성장하는 과정은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양에서 질로 변모 중


물론 중국의 과학기술이 선진국 따라잡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막대한 양적 투자의 결과라고 무시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한국이 반도체 최강자의 자리에 오른 과정을 생각해보면 중국의 현재를 그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과거 한국 역시 ‘따라잡기’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결과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반도체 성장의 길을 함께했던 필자가 중국의 양적 연구가 언젠가는 질적 연구로 전환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하는 이유다.

 

 

양에서 질로 변모한 사례는 슈퍼컴퓨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세계 슈퍼컴퓨팅 콘퍼런스에서 발표하는 성능 순위 500위(TOP500)에서 2017년 1위와 2위 모두 중국 슈퍼컴퓨터가 차지했다. 과거 중국의 슈퍼컴퓨터는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이용한 따라잡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1위에 이름을 올린 ‘선웨이 타이후라이트(Sunway TaihuLight)’ 등 중국 슈퍼컴퓨터는 모든 부품을 자체 제작했다. 현재 중국 과학자들은 변혁의 중심에서 대규모 투자와 중국 인민의 기대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부담감이 결과적으로는 중국 과학계에 자부심과 동기를 심어주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홍식_hongsikjeong@tsinghua.edu.cn
연세대 물리학과 박사학위를 받고, 삼성전자에서 21년간 메모리반도체 분야 연구 개발에 참여했다. 상무로 퇴직 후 연구자로서의 꿈을 펼치기 위해 2016년 9월 중국으로 향했다. 현재 중국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및 인공지능센터 연구원으로 인공지능용 소자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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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식 칭화대 전자공학과 교수
  • 자료출처

    top500
  • 기타

    [일러스트] 유연
  • 에디터

    권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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