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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버려진 PC와 휴대폰에서 보석 캔다

폐휴대폰 12만대면 금괴 한 덩어리

새로운 기종이 나오면 버려지는 컴퓨터와 휴대폰. 정보화시대의 필수품이긴 하지만 이렇게 버려지는 컴퓨터와 휴대폰은 환경을 위협하는 새로운 산업쓰레기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폐PC와 폐휴대폰은 더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금, 은, 팔라듐 등 고가의 금속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폐PC와 폐휴대폰에 숨어 있는 노다지를 어떻게 캐고 있는지 알아보자.
 

버려진 PC와 휴대폰에서 보석 캔다.


우리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고, 더욱이 정보통신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컴퓨터와 휴대폰의 가격이 싸지면서 이제는 컴퓨터와 휴대폰이 없는 집이 거의 없게 됐다. 또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이 하루라도 이것을 사용하지 않으면 모든 생활이 정지돼 버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용 컴퓨터(PC)의 경우 지난 2001년에만 약 2백만대가 팔렸으며 총 보급대수는 이미 1997년을 기준으로 1천만대를 넘어섰다. 휴대폰의 경우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수가 2002년 현재 우리나라 인구의 약 60%인 3천만명에 달했으며 지난 2001년에만 약 1천5백만대의 휴대폰이 팔렸다.

한편 엄청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성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새로운 모델의 PC나 휴대폰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의 교체주기(life cycle)도 짧아지고 있다.

귀금속 가득한 쓰레기들

PC와 휴대폰의 사용자가 성능이 좋거나 마음에 드는 모델의 PC와 휴대폰을 새로 사면, 이미 사용하던 제품은 대부분 쓰지 않고 버려진다. 이와 같은 폐PC와 폐휴대폰은 그 숫자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실제로 폐PC의 경우 1996년에 23만대가 발생했는데, 2001년에는 45만대로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하지 않지만 버려지지 않고 집 또는 사무실에 방치돼 있는 폐PC의 잠재량은 이 보다도 훨씬 많아서 2001년도를 기준으로 약 1백만대가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조사에 의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팔려나간 휴대폰은 약 1억대로 추정된다. 이들 중 재활용된 것은 극히 일부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각 가정의 장롱 서랍에 처박혀 있거나 쓰레기로 소각 또는 매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폐PC와 폐휴대폰에는 납과 베릴륨, 비소, 브롬계 난연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모두 환경적으로 유해한 물질이므로 반드시 적절한 처리 절차를 거쳐 폐기해야 한다. 폐PC와 폐휴대폰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갈륨비소 반도체는 소각할 경우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베릴륨은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가 인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브롬계 난연제는 잔류성이 강하고 인체에 농축되는데다 매립지에서 토양과 지하수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그러난 폐PC와 폐휴대폰은 유해한 성분만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금, 은, 팔라듐 등과 같이 값비싼 귀금속도 포함돼 있다. 이뿐 아니라 구리와 주석, 니켈, 탄탈륨 등 유가금속을 함유하고 있어, 이들을 ‘도시광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산업국가로서 대부분의 금속자원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폐PC와 폐휴대폰 등과 같은 폐기물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더 이상 매력적일 수 없는 귀중한 자원인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금속광물자원의 매장량이 줄어듦에 따라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금속광물자원을 그대로 팔지 않고 제품화해 비싼 값에 팔려고 하는 자원 무기화 경향은 우리나라가 산업국가로서 계속적인 발전을 하는데 커다란 장애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살아 남는 길은 금속자원의 안정적 공급원을 확보하는 일인데, 바로 이 일의 첩경이 국내에서 버려지고 있는 폐PC와 폐휴대폰을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폐PC와 폐휴대폰에 들어있는 PCBs에 적절한 용매를 처리하 면 각종 귀금속들이 석출돼 나온다. 최근에는 수공업적인 재 활용을 넘어서는 자동화 공정 을 개발하고 있다.


핵심은 인쇄회로기판

PC는 본체와 모니터, 키보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의 재질은 PC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대략 데스크탑형은 철(37%)과 비철금속(5%), 플라스틱류(18%), 유리류(19%), 인쇄회로기판(21%)으로 구성된다. 휴대폰은 송수화기, 전지, 충전기 등 3부분으로 나눠지며 이 중 송수화기는 다시 인쇄회로기판, 액정표시장치(LCD), 키보드, 안테나, 스피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폐PC와 폐휴대폰이 재활용 대상으로 매력을 갖는 이유는 이들 두제품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인쇄회로기판(PCBs, Printed Circuit Boards) 때문이다. 여기에는 금, 은, 팔라듐과 같은 비싼 귀금속들이 다량 포함돼 있으며, 구리와 주석, 니켈 등의 유가금속도 함유돼 있다. 인쇄회로기판은 컴퓨터 본체와 휴대폰 내부에 들어있는 복잡한 회로판을 지칭한다. 조그만 기판 위에서 매우 복잡한 논리의 흐름이 일어난다. 논리의 흐름은 다른 말로 전기가 흐르는 길이다. 따라서 인쇄회로기판에는 저항값이 작고 순도가 높은 금과 은, 팔라듐 같은 고가의 금속들이 주로 쓰이는 것이다. 컴퓨터 기판을 자세히 보면 그 위에 노란색의 코팅층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금이다. 또한 기판에 많이 꽂혀 있는 반도체 내에도 금이 많이 들어 있다. 반도체 내부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가는 선인 본딩 와이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도 금으로 만들어져 있다.

인쇄회로기판은 합성수지와 유리섬유의 복합체로 만들어진 기판 위에 각종 회로도의 모습을 프린트해서 이 모양대로 기판을 에칭(식각)한 뒤, 이 길을 따라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각종 금속을 입혀 만든다. 또한 최근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는 단층으로 제작했던 회로기판을 복층으로 제작하는 추세다. 회로기판을 여러 장을 덧대어 만든 복층 인쇄회로기판은 부피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논리의 흐름을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한장 한장의 회로기판 사이의 전기적 흐름은 판 사이에 구리나 은 등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을 넣어 가능하게 만든다. 따라서 복층의 인쇄회로기판에는 단층에 비해 유가금속이 더욱 많이 포함돼 있다.

폐PC와 폐휴대폰에 들어 있는 귀금속 양은 비교적 소량으로 제조회사와 제작 방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하지만 폐PC와 폐휴대폰을 대량으로 처리할 경우, 그 양은 무시하지 못한다. 금을 예로 들면 약 12만대의 폐휴대폰을 재활용할 경우 1kg의 순도 99.99% 금괴 한 덩어리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1만 달러에 해당하는 양이다.
 

PCBs는 표면에 코팅된 금뿐 아니라 팔라듐이나 탄탈륨 등 고가의 금속 이 포함돼 있어, 이를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헤쳐 모여’ 분리하는 유가금속

먼저 폐PC의 재활용 기술을 알아보자. 수거된 폐PC는 우선 재질별로 분리하기 위해 모니터와 본체, 키보드의 해체작업을 한다. 해체작업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수작업으로 하는데, 보통 8시간을 기준으로 1인이 하루에 50대의 PC를 해체할 수 있다. 해체공정을 통해 폐PC는 철과 플라스틱, 알루미늄, 음극선관(CRT, Cathode-Ray Tube), PCBs, 케이블 등 5가지 재질로 분류된다. 이와 같이 분류된 각 재질은 선별공정을 거쳐서 회수, 재활용한다.

이 중에서 재활용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재질은 PCBs이다. PCBs는 폐PC뿐 아니라 폐휴대폰에도 포함돼 있으므로 PCBs의 재활용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까지 PCBs의 재활용 기술 수준은 매우 낮았다. 지금까지는 특정 회로기판 표면에 노출된 금을 적절한 용매를 써서 부분적으로 회수하는 초보적 단계였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됐다.

지금까지 PCBs로부터 유가금속을 회수하기 위해 상업적으로 개발된 재활용 공정은 대략 3가지로 구분된다. 첫번째 방법은 폐PC를 수작업으로 해체하고 PCBs를 40mm의 이하의 적절한 크기로 부순 다음, 구리 제련로에 투입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는 PCBs 조각과 구리를 적절한 용제와 함께 높은 온도에서 녹인다. 구리와 함께 녹은 PCBs 속의 유가금속은 금속의 특성으로 인해 구리쪽으로 모두 모이게 된다. 구리가 PCBs 속의 금속을, 자석이 철을 당기듯 모두 모으는 것이다. 이런 성질을 빗대어 구리를 ‘포집 금속’이라고도 한다. 구리 속으로 들어간 유가금속은 전기분해에 의해 다시 정제된다. 구리·유가금속의 덩어리를 양극에 걸고 전기분해를 하면 유가금속보다 이온화 경향이 큰 구리는 모두 해리돼 음극 쪽으로 모이고 양극에는 유가금속만 남게 된다.

이 방법은 회수 공정 단계가 복잡하며 대규모의 구리 제련로가 따로 있어야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PCBs를 1천℃ 이상의 열로 분해하는 두번째 방법은 공정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방법은 회수된 PCBs를 고온에서 열분해시켜 PCBs를 구성하는 가연성 유기물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다. 유기물이 제거된 PCBs를 적절한 산 또는 알칼리 용액으로 녹이면 PCBs내의 유용한 금속을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매우 높은 온도의 열량이 필요하므로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잘게 부술수록 쉽게 분리

마지막 방법은 필자의 연구팀이 개발한 방법으로 폐PC와 폐휴대폰을 해체해 얻은 PCBs를 파쇄·분쇄·선별 등의 공정을 통해 귀금속을 효율적으로 농축하는게 특징이다. PCBs의 재활용은 이를 잘게 분쇄해 크기를 작게 함과 동시에 붙어있는 금속과 비금속 부분을 분리하는 작업인 기계적 전처리 공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공정의 효율성에 따라 재활용 공정의 경제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PCBs의 재활용 기술은 좀더 효율적인 전처리 방법을 찾는 일에 집중돼 있다.

필자의 연구팀은 효율적인 분리를 위해 금속과 비금속 부분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공정을 개발했다. PCBs의 비금속 부분을 파쇄와 분쇄의 두 공정에 걸쳐 완전히 분리시키는 기술이다.

파쇄 공정은 PCBs를 ‘충격형 해머’ 장치에 넣고 잘게 부수는 과정이다. 충격형 해머는 필자의 연구진이 설계한 특수한 장치로 마치 벼의 낱알을 분리하는 탈곡기를 세워 놓은 듯한 모습이다. 기다란 원통에 자그마한 망치가 수없이 달려 고속으로 회전하면서 PCBs를 잘게 부수는 장치다.

이 장치를 거친 조각 PCBs는 분쇄 장치를 통해 더 잘게 부숴진다. 분쇄 장치는 마치 방앗간의 고추 빻는 기계처럼 PCBs를 아주 미세한 분말 수준까지 부순다. 이 과정을 거치면 PCBs를 구성하는 합성수지 부분은 미세하게 분쇄되며 금속은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수준까지 분리된다.

이런 효율적인 전처리 공정을 거친 PCBs는 다시 공기분리, 자력선별, 정전선별 등의 분리 공정을 거쳐 금속과 비금속 부분으로 완전히 나뉜다.

공기분리는 분말 수준의 비금속 부분을 바람으로 날리는 것이고, 자력선별은 금속부분 중에 금, 은, 팔라듐 같은 비철금속을 가려내는 과정이다. 또한 정전선별은 전자기 유도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전도체와 부도체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다. 고전류의 전기가 흐르는 컨베이어 벨트에 금속부분을 흘려 보내면 전도체는 전기가 유도되지만 부도체는 그렇지 못하다. (+)전하의 고전압 컨베이어 벨트 위의 전도체는 (+)전하를 띠면서 반발력이 생겨 튕겨져 나가지만 부도체는 반발하지 않으므로 이를 따라 멀리 흘러가 서로 분리되는 원리다.

이렇게 성분별로 분리된 금속성분은 다시 적절한 산이나 알칼리 용액으로 녹인 뒤 금과 은, 백금 등으로 분리·정제된다. 이 공정을 이용할 경우 금은 물론이고 팔라듐, 로듐 등 금보다 비싼 귀금속들도 동시에 농축, 회수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경기도 화성에 설치한 귀금속 회수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는 PCBs의 분리에서부터 귀금속의 회수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연간 약3백억원 정도의 귀금속을 회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의 파일럿 플랜트는 순내 국내기술로 자원회수와 환경보호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사회적 의의도 매우 크다.

|파일럿 플랜트(pilot plant)|
새로운 공법이나 신제품을 도입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건설하는 소규모 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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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이재천 자원재활용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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