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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산업공학과] ‘불확실성의 시대’ 이끄는 학문

“제가 산업공학에 몸담은 지 35년이 됐는데, 아직도 스스 로에게 ‘산업공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요. 아마 평생 고민할 것 같아요.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문제는 우리의 원동력이기도 해요. 산업은 계속 바뀌고, 항상 새로운 것이 나타나니까요.”

 

홍유석 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학과장은 ‘산업공학은 어떤 학문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늘 고민하고, 새로운 산업을 다루려고 노력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산업공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말그대로 산업을 다루는데,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과 제조업에 해당하는 2차 산업, 서비스업인 3차 산업까지 모든 산업이 산업공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이들 산업 현장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 절감, 품질 개선 등 기존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학문이 산업공학이다.

 

새로운 산업 설계도 산업공학의 중요한 분야 중 하나다. 홍 학과장은 “현재는 기술 그 자체보다 소비자나 사용자들 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한 시대”라며 “이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지금까지는 없던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것도 산업공학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교수진 자동차 부품 표준화부터 스마트폰 디자인까지

 

산업공학의 대상이 모든 산업인 만큼 교수진 13명의 연구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정부 주도의 선행 연구와 기업과의 협업 연구를 균형 있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 학과장은 “실제 산업 현장에 해당하는 기업들과 연구하지 않으면 산업공학의 의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현 대자동차,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카카오 등 여러 기업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 산업공학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 학과장은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자동차 부품 표준 화를 연구하고 있다.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자동 차도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60종 이상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만 추구할 경우 필요 없는 부품까지 개발할 가능성이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홍 교수팀은 다양성을 추구하면서도 비용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부품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의 감성, 경험, 신체 요인을 고려해 제품 디자인에 적용하는 인간공학도 산업공학과의 대표적인 연구 분야 중하나다. 윤명환 교수팀은 삼성전자와 함께 2014년 출시된 ‘갤럭시 노트 엣지’를 개발했다.

 

박종헌 교수는 2017년 카카오가 설립한 딥러닝 연구 그룹인 ‘초지능 연구센터’의 총괄을 맡고 있다. 초지능 연구센 터는 KAIST, 아산병원 등과 공동으로 문자, 음성, 이미지, 영상 데이터 전반에 걸쳐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지나 동영상으로부터 상황에 맞는 대화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음성 인식, 의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을 판독하는 기술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조성준 교수는 빅데이터 마이닝 전문가다. 방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들 사이의 관계와 패턴, 규칙을 찾아내 모형화 하는 과정을 연구한다. 조 교수팀은 빅데이터 마이닝을 이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에서 문제점을 찾아내 효율을 높였다.

 

 

교육 프로그램 ‘제너럴리스트’ 키우는 교과 과정

 

산업공학과는 공대 다른 학과처럼 특정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산업의 전체 과정을 배운다. 업종 마다 세부적인 과정은 다르지만, 기획, 설계, 개발, 생산, 유통, 운영은 모든 기업의 핵심 활동이다. 이 과정에서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지 등을 중점 적으로 연구한다. 홍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에서는 ‘스페셜 리스트(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모든 산업 전반에 응용 가능한 ‘제너럴리스트(다방면에 걸쳐 많이 아는 사람)’를 원한다”고 말했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 다양한 과목을 배워야 하는 만큼 산업공학과에는 지도교수 외에 수강 과목을 지도해 주는 교수가 학년별로 별도 배정된다. 학생들은 수강 신청 전에 미리 듣고 싶은 과목을 수강 지도 교수와 상담한다. 수강 지도 교수는 학생의 수준과 관심사에 맞게 온라인으로 수강 지도를 해 준다.

 

홍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의 궁극적인 교육 목표는 과학적 관리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카페에 갔을 때 사람이 많고 주문이 밀려 있다면, 내가 관리자가 돼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시각을 기르 는 것이 과학적 관리 능력이다.

 

문제를 발견하고 정의하면, 데이터에 근거해 수학으로 모델을 만들거나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교과 과정이 구성돼 있다. 그래서 확률, 통계 등 수학과 컴퓨터를 다루는 수업들이 많다.

 

 

진로 지원 기업과 공동 연구 기회 제공

 

산업공학과는 수시모집에서 20명, 정시모집에서 12명을 선발해 한 학년 정원이 32명인 소수정예학과다. 소수정예학과인 만큼 구성원끼리 매우 친밀하다. 산업공학과는 스튜디오 에서 촬영한 학생들의 프로필 사진을 이름과 함께 학과 게시판에 붙인다. 그래서 산업공학과 교수들은 학과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고, 학생들도 서로 잘 안다.

 

홍 교수는 “사회에 나가면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며 “결국 서로가 서로를 아는 것이 재산이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공학과의 졸업 후 진로는 다양하다. 서비스업, 제조업 등 모든 산업 분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공학적 관점을 가진 사람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SK텔레콤, 카카오, 네이버 등 산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어느 곳이든 취직이 가능하다. 홍 학과장은 “다양한 기업과 공동 연구를 많이 진행하는 만큼 졸업 후 해당 기업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재상 쓰고 말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요

 

“산업공학과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수리 능력을 모두 갖춘, 종합적인 사고를 할 줄 아는 학생을 원합니다.”

 

홍 학과장은 산업공학과에서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 인지 파악하고 미래를 조망하려면 인문학적인 소양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공학과는 공대 내 다른 학과보다 들어야 하는 필수 교양 과목이 많다. 글쓰기의 기초, 말하기와 토론, 과학과 기술 글쓰기 등 3개 과목은 필수로 수강해야 한다. 모두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관련된 과목이다.

 

홍 학과장은 “산업공학과는 과의 특성상 특정 분야에만 뛰어난 학생보다는 골고루 잘하는 학생이 필요하다”며 “글을 잘 쓰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주어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할 줄 아는 학생을 원한다”고 말했다.

 

 

조언 다양한 기회가 열린 학문

 

홍 학과장은 사회 다방면에서 다양한 문제에 관심이 있었 고, 이를 공학적으로 해결하고 싶어 산업공학과에 진학했 다. 졸업 후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유학을 떠났고, 이후 교수가 됐다.

 

홍 학과장은 “산업공학과는 공부를 마치고 진로를 선택할 때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도 남겼다.

 

“흔히 현재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이야기합니다. 언제 어떻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지 모르는, 당장 앞을 내다볼수 없는 시대라는 뜻이지요. 이런 시기에 특정 전공을 선택 하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럴 때 산업공학으로 눈을 돌려 보세요. 산업은 바뀌긴 하지만 늘 존재하는 것이 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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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홍유석 학과장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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