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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뮤다 삼각지대 비밀 푸는 열쇠

"바닷물이 공기 보다 가벼워져 선박 침몰" 주장

바다가 갑자기 공기보다 가벼워질 수 있을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물 위에 잘 떠있던 배라도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깊숙이 돌처럼 가라앉을 것이다. 마치 바다가 거대한 입을 벌리고 배를 집어삼키듯이….
 

바다에서는 멀쩡한 배가 물 위에 떠있던 그대로 가라앉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2000년 11월 겨울. 영국의 애버딘에서 북동쪽으로 1백50km 떨어진 윗치 그라운드(Witch Ground)라는 해역의 시추공(이하 윗치홀이라고 함)을 탐사하던 중에 한척의 트롤선이 발견됐다. 선체는 강철로 만들어져 있었고, 1890년과 1930년 사이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됐다. 놀랍게도 선체는 별다른 상처 없이 멀쩡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배가 앞쪽이나 뒤쪽으로 가라앉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 배는 전체가 ‘똑바로 평평하게’ 가라앉았던 것이다. 즉 물 위에 떠있던 그대로 가라앉았다는 말이다. 이것은 선체가 다른 뭔가와 충돌하지도 구멍이 나있지도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랬다면 타이타닉호처럼 한쪽이 먼저 가라앉았을 테니까. 어떻게 이처럼 멀쩡한 배가 침몰해 바다 속에서 잠자고 있었을까.

공기보다 가벼운 바다

탐사팀은 배를 침몰시킨 원인을 찾기 위해 근처 해저를 면밀히 조사했다. 해저에는 막대로 구멍을 마구 낸듯한 자국(pockmark)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 자국의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표면이 극도로 울퉁불퉁했다. 다른 해저면과 비교해도 너무 거칠었다.

탐사대장인 선더랜드대 해양지질학자인 앨런 주드 박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대규모 가스 방출이 있었다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대에 수행된 윗치 그라운드의 음향 탐사 결과에 관심을 가졌다. 그 지역은 가스가 탈출하면서 생긴 자국으로 구멍투성이였다. 그 중 윗치홀의 자국은 유별났는데 한가운데 가스 기둥을 닮은 뭔가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곳을 탐사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이 해역에서 발견된 배가 멀쩡하게 침몰한 원인에 대해 주드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해저에서 올라오는 대규모 가스 기포들은 물의 밀도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부력을 약화시킨다. 그 위에 떠있는 선박은 엘리베이터 통로에서 떨어지듯이 침몰할 것이다. 구명복을 입고 물 속으로 뛰어든 사람들 또한 무사할 수 없다. 수면 위에서 배나 승객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바다를 공기보다 가볍게 만드는 것이 해저에서 방출된 대규모 가스 기포 때문이라는 말인데, 과연 그럴까.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대서양을 건너 의문의 실종사건으로 악명높은 버뮤다 해역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그림 1) 북해의 윗치홀


선박·비행기 사라진 버뮤다 삼각지대

버뮤다 해역은 모두 다 잘 알듯이 ‘버뮤다 삼각지대’ ‘마(魔)의 삼각지대’ ‘죽음의 삼각해역’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미국의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푸에르토리코, 버뮤다의 세곳을 이은 삼각형의 해역이다. 대략 북위 20도에서 40도까지, 서경 55도에서 85도에 이르는 4백만km2의 면적을 차지한다. 1492년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때부터 많은 선박과 항공기들이 불가사의하게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기록으로 악명이 높은 해역이다.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 수많은 사건 중 현재까지 미해결로 남아있는 기괴한 사건들을 몇가지 소개한다.

1840년. 버뮤다 삼각지대를 통과해 쿠바의 하바나항으로 향하던 프랑스 선박인 로잘리호가 표류하다가 발견됐다. 이 배에는 모든 선원들은 사라진 채 새장 속에 갇혀 굶어 죽어가던 카나리아 한마리만이 발견됐을 뿐이다.

1925년 4월 18일. 일본의 화물선인 리히후쿠마루호는 밀을 싣고 보스턴을 떠나 함부르크로 항해하던 중 버뮤다 섬 옆을 지나다가 행방불명됐다. 당시 이곳의 바다는 고요했고 리히후쿠마루호 선원들의 시체는 고사하고 배의 파편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1945년 12월 5일. 미국 플로리다의 해군항공기지에서 대서양으로 연습비행을 떠난 미국 해군의 수송기 5대가 14명의 승무원을 태운 채 갑자기 행방불명이 됐다. 해군에서 항공모함과 비행기를 동원해 비행기가 사라졌다고 하는 일대의 바다를 샅샅이 뒤졌으나 비행기 기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파편 하나, 연료 한방울조차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 1948년 1월 19일 영국의 여객기가 26명의 승객을 태우고 똑같은 항로에서 연기처럼 사라졌다.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배나 비행기가 행방불 명되는 일이 종종 일어났다. 그 원인으로‘지 구 자기장 변화설’이 많은 지지를 얻었다.


유력했던 지구 자기장 변화설

이와 같은 의문의 실종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제기된 가설 중에서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일어나는 괴현상의 원인이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이라는 ‘지구 자기장 변화설’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구 자기장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라 매 20-25만년마다 바뀐다. 현재도 자기장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적인 지진이 갑자기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며 버뮤다 삼각지대가 바로 대표적으로 자기장이 불안정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더욱 난감한 점은 자기적인 지진이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사라지므로 대비책을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버뮤다 삼각지대의 실종사건이 한창 절정에 이른 1977년 여름, 미 해군은 옛소련 함대와 ‘포리모오드 작전’을 공동으로 수행했다. 이 작전의 목적은 서부 대서양 해역의 자기 이상 유무, 불규칙한 해류와 파랑효과, 돌발적인 자기, 태풍 등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조사 결론은 한마디로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였다. 지구 자기장 변화설로는 버뮤다 삼각지대의 불가사의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한편 버뮤다 삼각지대에서는 콜럼부스 시대 이후 끓는 물과 어지러운 반구형의 물기둥이 보고되곤 했다. 1963년 이 지역을 지나던 팬 아메리칸 제트비행기의 조종사는 케네디 비행장 크기의 반구형의 끓는 물기둥을 보았다고 보고했다. 또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이곳을 지나는 선박의 레이더에서 가상의 커다란 섬이 나타나곤 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의 가스 방출이 원인인 것으로 추측됐다. 그렇다면 그 가스는 무엇이며 어디에서 방출되는 것일까.

바다에서 일어나는 가스 방출은 해저면에 고체 상태로 저장돼 있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그 하부에 있던 대규모의 메탄가스가 분출돼 일어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이 얼음처럼 고체로 돼있는 물질로서 새로운 천연가스 자원의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알래스카, 시베리아, 극지방 등의 동토지역과 대륙연변 해저와 대륙사면 등에 많은 양이 존재한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압력이 높고 온도가 낮은 장소가 아니면, 고체 상태로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생성되기 위해서는 온도나 압력 외에도 충분한 메탄가스와 물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됐을 때 진흙이나 모래 등의 사이를 누비고 나가면서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결정이 생성된다.
 

(그림 2) 버뮤다 삼각지대의 메탄가스 기포설 (그림 3) 버뮤다 삼각지대


심해 천연가스 층에 주목

세계 과학자들과 연구기관들이 지구의 구조와 진화를 밝혀내기 위해 1998년에 조직한 심해굴착계획(Ocean Drilling Program, ODP) 사업으로 동태평양과 서대서양 사이의 해역에서 뚫린 시추공 중 6개 공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됐다. 이들 중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시추공이 바로 버뮤다 해역에 속하는 심도 3천m의 시추공 5백33번이다. 이 지역에 대한 탄성파 탐사와 시추 결과 대규모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과 그 하부에 수백m에 달하는 두터운 천연가스 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버뮤다 해역의 하이드레이트 층 시추에 참가했던 엑손 석유회사의 리차드 맥이버 박사는 “이 지역의 하이드레이트 층이 갑자기 붕괴된다면 가스가 포함된 저밀도의 진흙이 분출돼 모든 가스가 점점 작은 기포로 변해 수면으로 올라오게 된다. 이때 분출되는 가스의 속도가 빠르고 지엽적이면 그 효과가 해양 시추시 폭발에 버금가는 위력을 나타낸다. 즉 이 지역을 지나는 모든 선박은 부력을 잃게 돼 급격히 가라앉는다. 또한 방출되는 가스의 양이 많으면 상당량의 가스는 수면 위로 올라가서 그 위를 지나는 항공기에 엔진 고장을 일으켜 추락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과 메탄가스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밝혀졌지만,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이 갑자기 붕괴되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았다.

1997년 12월. 해양 생물학자인 찰스 피셔는 잠수정을 사용해 멕시코만 5백50m 깊이의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에서 살고 있는 벌레들을 발견했다. 이 벌레들은 해저면이 붕괴돼 가스가 지상으로 방출됐다는 사실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북해의 윗치홀에서 발견된 트롤선 한척이 가스 기포 때문에 가라앉았다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가스 기포가 부력을 약화시킨다는 과학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메탄 하이드레이트 층이 붕괴하면 메탄 가스가 기포를 형성하면서 바다가 갑자 기 공기보다 가벼워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기포 솟아오를 때 금속 가라앉아

2001년 9월 가스 기포가 물에 떠있는 물체를 가라앉힐 수 있다는 대단히 고무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해군대학원의 브루스 디나르도 교수는 “작은 기포가 큰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물 속에 많은 기포가 생기면 물의 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물 위에 떠있던 물체가 갑자기 가라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4L 유리 비커에 물을 채우고 다양한 속도로 바닥에서 공기를 뿜어줬다. 그리고 물 위에 물과 공기를 채운 금속공을 떨어뜨려 그 금속공이 얼마나 쉽게 가라앉는지를 살펴봤다. 떠오르는 기포가 없을 때는 물 위에 겨우 떠있던 금속공이 기포를 뿜어주자 곧 가라앉았다.

그러나 실제로 기포는 이와 반대의 작용을 하기도 한다. 디나르도 교수는 기포가 위로 올라가면서 주위의 물도 함께 올라가고 이 힘이 배를 띄우도록 도와준다고 말한다. 매우 격렬한 기포를 제외하고는 위로 올라가는 수류(水流)에 의해 가해지는 힘이 물체를 떠있도록 하기에 충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실험에서 금속공이 기포에 의해 가라앉은 것은 닫힌 용기에서 실험이 진행돼 물이 위쪽으로 흐르는데 필요한 공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나르도 교수는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실종된 배에 대한 설명에서 메탄가스 기포설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넓게 트인 바다에서는 기포 발생 지역에 해수의 용승(湧昇)이 좀더 쉽게 일어나는 반면에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는 물의 흐름이 아래쪽으로 바뀐다. 해수의 용승은 처음에는 보트가 물 위에 떠있는데 도움이 되지만, 보트가 거기서 한쪽으로 약간이라도 쏠리면 아래쪽 수류(水流)와 만나 가라앉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북해의 윗치홀에서 발견된 트롤선 한척의 침몰 원인이 가스 기포임이 유력해졌다. 때때로 해저에서 분출되는 대량의 메탄가스가 바다를 공기보다 가볍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부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린다. 그 위에 있던 배는 순식간에 통째로 가라앉고 만다. 아무 흔적도 없이. 오랜 세월 미해결로 남아있던 버뮤다 삼각지대의 불가사의한 실종사건들도 가스 기포 때문에 발생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윗치홀의 트롤선 침몰 뒤에는 아르키메데스가 벌거벗고 “유레카”라고 외친 이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간단한 과학적 원리-어떤 물체가 뜨기 위해서는 액체의 밀도가 물체의 밀도보다 높아야 한다-가 숨어있었던 것이다.

|메탄가스|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탄화수소라 불리는 무색∙무취의 화합물의 하나로서 분자식은 CH₄로 표시된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가연성 가스이며, 자연 상태에서는 생물의 유해 등이 미생물로 분해됨으로써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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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진행

    박현정
  • 정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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