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 무료 진로 상담자 모집공고를 낸 뒤, 독자들의 상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중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국에서 다양한 독자들이 지원하고 있다. 개별 연락을 통해 신청자 모두에게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며,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신청자들은 전화상으로 상담을 진행했다. 신청자별로 1시간가량 심층 상담이 이뤄졌다. 그중 몇몇 사례를 요약해서 싣는다.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야구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년
“운동을 다 좋아해요. 특히 야구를 좋아해요.”
K학생은 지금 가장 재미있는 일을 ‘야구’라 꼽는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야구에 흥미가 붙었다. 야구 경기 보는 것을 즐기고, 야구부에서 투수를 맡으며 흠뻑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라다가 최근 야구에 빠져들어 부모님의 걱정을 사고 있다.
“공부해야 되는데 야구만 할 수는 없고, 야구를 하고 싶은데 공부 때문에 괴롭지? 정말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면, 지금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지. 네 꿈이 뭔지 얼른 찾아야 해. 공부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니?”
“사립초등학교를 다녀서 일찌감치 영어를 배웠어요. 수학 공부는 늦게 시작해서 잘 못해요.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수학 공부를 해서 ‘9-나’까지 마쳤어요.”
“책은 많이 읽었니?”
“두꺼운 책은 싫어하고 만화책을 많이 보고 있어요.”
“어떤 주제의 책을 읽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다 보기는 해요.”
“TV는 많이 보니?”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별로 안 좋아하고, 영화나 운동 경기 위주로 봐요.”
“네 주위 사람이나, 영화 속 사람들의 감성이 느껴지니?”
“음…, 글쎄요….”
“한살 일찍 학교에 들어가서인지 또래보다 정서적인 성숙이 느린 것 같구나. 호기심과 관심이 많지만, 게을러서 깊게 찾아보지는 않아. 대신에 책임감이 강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학생인 것 같다.”
어찌보면 평범한 K학생.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당히 충족하는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없이는 그러한 노력도 실속이 없다. 아무런 꿈을 찾지 않고서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또 어떤 변화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스포츠 경기만 보지 말고 야구 선수들의 삶을 한번 살펴보렴. 그 안에서 네가 가야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거야.”
K학생은 어떤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인지, 새로운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가치가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봐. 전쟁을 막기 위해 외교활동에 평생을 바치는 경우도 있고, 로봇공학을 전공해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연구할 수도 있어. 또 공대를 나와서 MBA를 받고 직접 기술을 만들어 사업화하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있어. 그게 바로 MIT 미디어랩 과정이지.”
일단 꿈에 대한 큰 범주를 정하면, 전공은 저절로 뻗어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대학에 가서 학위를 받고 연구해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좁혀진다.
“좋은 대학에 가는 이유는 좋은 환경, 좋은 교수님이 있기 때문이야. 학문 탐구와 연구 환경이 잘 갖춰진 학교가 바로 명문대가 된 거지. 명문대를 가려면 과학고가 유리하고 또 교육 혜택이 더 좋기 때문에 진학하는 거고. 그러면 과학고를 가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되는지 알겠지?”
지금 당장 과학고에 가기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은 그런 길도 있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해줬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미리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이 더 크고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를 목표로 잡았다면, 먼저 들어간 선배들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를 알아봐야겠지. 그 선배들이 선행학습도 하고 올림피아드 준비도 하면서 수학, 과학에 대한 사고력을 많이 넓혀놨다면, 너 또한 같은 노력을 해야겠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과학고에 못가고 일반고에 가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그곳에서 또 우수한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배우도록 해.”
K학생의 머릿 속은 바빠졌다. 야구를 취미로 갖고 있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면 어떨까? 자신의 이름이 30년 후 세상에 어떻게 기억될지 떠올려본다.
선생님은 A학생에게 당장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새로운 공부 계획을 실행하라고 했다. 먼저 가장 취약하면서도 중요한 수학부터 대비한다. 겨울방학 때까지 수2와 미적분을 마친다. 개학을 한 뒤 1학기에는 수능모의고사 2, 3점 짜리 문제들을 최대한 공략한다. 여름방학 때 수2 심화와 미적분 심화를 함께 한다. 가을학기에 학교에서 수1을 배우고, 수2와 심화 미적분에 대한 모의고사를 준비한다. 겨울방학 때는 전체 모의고사를 준비하며 수2와 심화 미적분에 대한 2, 3점짜리 문제를 끝낸다. 그렇게 해야 3학년 3월 모의고사 때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과학은 겨울방학까지 과학Ⅰ을 인터넷 강의로 모두 다 훑어보도록 해. 지금 주말마다 다니고 있는 수학학원에서 선생님들을 붙잡고 최대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도록 하고. 시간이 없으면 밤을 새서라도 공부를 해야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다가 시간이 없으면 잠을 못자는 거야. 인터넷 강의 듣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지, 문제 푸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지 모든 시간을 다 계산해서 계획을 짜도록 해.”
무엇보다 내신성적을 올리는 게 급선무지만 봉사활동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봉사활동은 하고 있니?”
“동네 보건소에 봉사활동을 해보려고 나갔다가 거절 당했어요.”
“무작정 봉사하겠다고 가지 말고, 준비를 해서 가도록 해. 네가 활동하는 과학 동아리 내에 봉사단을 만들어봐. 어느 곳에 가서 봉사를 할지 정한 다음에, 그곳에서 매주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안을 만드는 거야. 그 계획안을 갖고 가서 J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봉사단 회장으로서 제안한다면, 봉사할 기회를 얻는 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리더십은 꼭 반장, 부반장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봉사단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다.
“책도 꾸준히 읽어야 해. 자기소개서 독서 기록에 올리는 책에 대해 반밖에 이해 못하고 글을 쓰면 안돼. 그 내용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할 정도의 수준이 돼야지. 의학 관련한 다양한 교양서를 찾아보렴. 하지만 생물이나 화학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과학잡지나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야. 그러니 공부와 독서를 병행하는 것은 필수겠지.”
의사가 되겠다는 소중한 꿈이 있었다면, 그만한 노력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있는 것 또한 바로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A학생은 언젠가 좋은 의사가 될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특별이벤트]
과학동아 ‘도전 1% 클래스’에서는 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기 위한 진로·진학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기사로 소개합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ljr@donga.com으로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담받고 싶은 이유,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상담 진행 신혜인 leedhshy@hanmail.net
APBOS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학생들이 꿈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사례 1 야구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년
서울 D중학교 1학년 K학생
“운동을 다 좋아해요. 특히 야구를 좋아해요.”
K학생은 지금 가장 재미있는 일을 ‘야구’라 꼽는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야구에 흥미가 붙었다. 야구 경기 보는 것을 즐기고, 야구부에서 투수를 맡으며 흠뻑 빠져들었다. 초등학교 때까지 착하고 성실한 아이로 자라다가 최근 야구에 빠져들어 부모님의 걱정을 사고 있다.
“공부해야 되는데 야구만 할 수는 없고, 야구를 하고 싶은데 공부 때문에 괴롭지? 정말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면, 지금 공부를 할 필요가 없겠지. 네 꿈이 뭔지 얼른 찾아야 해. 공부는 어느 정도 하고 있니?”
“사립초등학교를 다녀서 일찌감치 영어를 배웠어요. 수학 공부는 늦게 시작해서 잘 못해요. 교육청 영재교육원에 다니며 수학 공부를 해서 ‘9-나’까지 마쳤어요.”
“책은 많이 읽었니?”
“두꺼운 책은 싫어하고 만화책을 많이 보고 있어요.”
“어떤 주제의 책을 읽니?”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다 보기는 해요.”
“TV는 많이 보니?”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별로 안 좋아하고, 영화나 운동 경기 위주로 봐요.”
“네 주위 사람이나, 영화 속 사람들의 감성이 느껴지니?”
“음…, 글쎄요….”
“한살 일찍 학교에 들어가서인지 또래보다 정서적인 성숙이 느린 것 같구나. 호기심과 관심이 많지만, 게을러서 깊게 찾아보지는 않아. 대신에 책임감이 강하고 책상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 학생인 것 같다.”
어찌보면 평범한 K학생. 부모님과 주위의 기대에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당히 충족하는 균형감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목표가 없이는 그러한 노력도 실속이 없다. 아무런 꿈을 찾지 않고서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또 어떤 변화가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야구를 좋아한다면, 스포츠 경기만 보지 말고 야구 선수들의 삶을 한번 살펴보렴. 그 안에서 네가 가야할 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거야.”
K학생은 어떤 꿈을 가질 수 있을까?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인지, 새로운 모험을 추구하는 사람인지, 어느 쪽이냐에 따라 앞으로 거쳐야 할 과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끼고 가치가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봐. 전쟁을 막기 위해 외교활동에 평생을 바치는 경우도 있고, 로봇공학을 전공해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을 위해 연구할 수도 있어. 또 공대를 나와서 MBA를 받고 직접 기술을 만들어 사업화하겠다고 마음 먹을 수도 있어. 그게 바로 MIT 미디어랩 과정이지.”
일단 꿈에 대한 큰 범주를 정하면, 전공은 저절로 뻗어나오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느 대학에 가서 학위를 받고 연구해야 좋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좁혀진다.
“좋은 대학에 가는 이유는 좋은 환경, 좋은 교수님이 있기 때문이야. 학문 탐구와 연구 환경이 잘 갖춰진 학교가 바로 명문대가 된 거지. 명문대를 가려면 과학고가 유리하고 또 교육 혜택이 더 좋기 때문에 진학하는 거고. 그러면 과학고를 가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되는지 알겠지?”
지금 당장 과학고에 가기로 결정한 건 아니지만, 선생님은 그런 길도 있다는 이야기를 충분히 해줬다. 어떤 길을 선택하건, 미리 준비하고 노력한 사람이 더 크고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를 목표로 잡았다면, 먼저 들어간 선배들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를 알아봐야겠지. 그 선배들이 선행학습도 하고 올림피아드 준비도 하면서 수학, 과학에 대한 사고력을 많이 넓혀놨다면, 너 또한 같은 노력을 해야겠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과학고에 못가고 일반고에 가더라도 실망하지 말고, 그곳에서 또 우수한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배우도록 해.”
K학생의 머릿 속은 바빠졌다. 야구를 취미로 갖고 있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면 어떨까? 자신의 이름이 30년 후 세상에 어떻게 기억될지 떠올려본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자신의 꿈이 뭐지, 큰 그림부터 그린다. 그 다음에 구체적인 전공, 대학, 고등학교의 길을 정한다. 2. 더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삶을 접할 기회를 갖는다. 3. 꿈을 세운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운다. 4.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스스로 돌아본다. |
사례 2 아픈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
경남 J고등학교 1학년 A학생
“지금 의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의대에 갈 수 있을까요?”
“의대에 왜 가고 싶지?”
“부모님은 한의대에 가라고 했는데, 저는 의대에 관심이 갔어요. 어릴 때부터 인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이라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의사가 멋있어 보여서, 혹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가려는 거니?”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엄마가 간호대를 나오셔서 집에 있는 의학책, 해부학책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동생이 아파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다니는 걸 보면서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속내를 비추면서 스스로도 정리가 되는 듯하다. A학생은 어릴 때 간호사였던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머니가 간암으로 입원해 있을 때 간병하던 엄마를 따라 병원에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동생이 종양 수술을 하고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봤다. 그러면서 질병으로 죽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에 대한 직업적인 환상이 아니라, 네가 정말 의사가 돼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잘 생각해서 정리해봐. 네 안에 이유가 있는데 아직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뿐이야. ‘의사’가 되려 하지 말고 ‘의학’을 배우겠다고 목표를 세우도록 해. 아직 불치병으로 남아있는 종양이나 암을 치유하기 위해 의학을 배우겠다고 말야.”
의학을 배우겠다고 정했으면 의대에 진학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의대는 입시 문턱이 매우 높아서 웬만큼 노력하지 않고서는 그 문을 두드리기 힘들다. A학생이 의대에 진학할 시기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되고 다시 예과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면 모집정원도 지금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이과에서 최상위권이어야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성적은 어느 정도니?”
“내신은 1.5등급, 모의고사는 2등급이에요.”
“지금 수능시험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2학년, 3학년 때는 더 떨어질 거야.”
서울대의 경우 의예과에도 수능 최저학력수준을 적용하므로 수능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심층면접을 보는 형태로 시험을 치를 것이다. A학생은 과연 의학에 대한 꿈에 대해 한 시간가량 면접을 치를만큼 많은 준비가 됐을까?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앞뒤가 안맞지.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만큼 노력했다고 보여줘야 할텐데, 지방이라서 성적이 더 좋게 나오는 걸 안일하게 만족하면 안돼. 매일 뭘하고 지내는지부터 다시 점검해서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해.”
“의대에 왜 가고 싶지?”
“부모님은 한의대에 가라고 했는데, 저는 의대에 관심이 갔어요. 어릴 때부터 인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등학생이라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 의사가 멋있어 보여서, 혹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가려는 거니?”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엄마가 간호대를 나오셔서 집에 있는 의학책, 해부학책을 보며 관심이 생겼어요. 동생이 아파서 수술을 하고 병원에 다니는 걸 보면서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은 조리있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게 어렵다. 그러나 조금씩 속내를 비추면서 스스로도 정리가 되는 듯하다. A학생은 어릴 때 간호사였던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할머니가 간암으로 입원해 있을 때 간병하던 엄마를 따라 병원에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동생이 종양 수술을 하고 입원했을 때도 병원에서 많은 환자들을 봤다. 그러면서 질병으로 죽거나 고통받는 사람들을 자신이 직접 고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의사에 대한 직업적인 환상이 아니라, 네가 정말 의사가 돼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잘 생각해서 정리해봐. 네 안에 이유가 있는데 아직 체계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 뿐이야. ‘의사’가 되려 하지 말고 ‘의학’을 배우겠다고 목표를 세우도록 해. 아직 불치병으로 남아있는 종양이나 암을 치유하기 위해 의학을 배우겠다고 말야.”
의학을 배우겠다고 정했으면 의대에 진학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의대는 입시 문턱이 매우 높아서 웬만큼 노력하지 않고서는 그 문을 두드리기 힘들다. A학생이 의대에 진학할 시기에는 의학전문대학원이 폐지되고 다시 예과 신입생을 선발한다. 그러면 모집정원도 지금보다는 늘어날 전망이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이과에서 최상위권이어야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지금 성적은 어느 정도니?”
“내신은 1.5등급, 모의고사는 2등급이에요.”
“지금 수능시험을 미리 준비해두지 않으면 2학년, 3학년 때는 더 떨어질 거야.”
서울대의 경우 의예과에도 수능 최저학력수준을 적용하므로 수능시험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심층면접을 보는 형태로 시험을 치를 것이다. A학생은 과연 의학에 대한 꿈에 대해 한 시간가량 면접을 치를만큼 많은 준비가 됐을까?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노력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앞뒤가 안맞지.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만큼 노력했다고 보여줘야 할텐데, 지방이라서 성적이 더 좋게 나오는 걸 안일하게 만족하면 안돼. 매일 뭘하고 지내는지부터 다시 점검해서 공부 계획을 세워야 해.”

선생님은 A학생에게 당장 돌아오는 월요일부터 새로운 공부 계획을 실행하라고 했다. 먼저 가장 취약하면서도 중요한 수학부터 대비한다. 겨울방학 때까지 수2와 미적분을 마친다. 개학을 한 뒤 1학기에는 수능모의고사 2, 3점 짜리 문제들을 최대한 공략한다. 여름방학 때 수2 심화와 미적분 심화를 함께 한다. 가을학기에 학교에서 수1을 배우고, 수2와 심화 미적분에 대한 모의고사를 준비한다. 겨울방학 때는 전체 모의고사를 준비하며 수2와 심화 미적분에 대한 2, 3점짜리 문제를 끝낸다. 그렇게 해야 3학년 3월 모의고사 때 지금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
“과학은 겨울방학까지 과학Ⅰ을 인터넷 강의로 모두 다 훑어보도록 해. 지금 주말마다 다니고 있는 수학학원에서 선생님들을 붙잡고 최대한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도록 하고. 시간이 없으면 밤을 새서라도 공부를 해야지.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하다가 시간이 없으면 잠을 못자는 거야. 인터넷 강의 듣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지, 문제 푸는 데는 얼마나 걸리는지 모든 시간을 다 계산해서 계획을 짜도록 해.”
무엇보다 내신성적을 올리는 게 급선무지만 봉사활동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봉사활동은 하고 있니?”
“동네 보건소에 봉사활동을 해보려고 나갔다가 거절 당했어요.”
“무작정 봉사하겠다고 가지 말고, 준비를 해서 가도록 해. 네가 활동하는 과학 동아리 내에 봉사단을 만들어봐. 어느 곳에 가서 봉사를 할지 정한 다음에, 그곳에서 매주 어떤 활동을 할지 계획안을 만드는 거야. 그 계획안을 갖고 가서 J고등학교 과학 동아리 봉사단 회장으로서 제안한다면, 봉사할 기회를 얻는 게 어렵지는 않을 거야.”
리더십은 꼭 반장, 부반장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봉사단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덤으로 리더십을 훈련할 수 있다.
“책도 꾸준히 읽어야 해. 자기소개서 독서 기록에 올리는 책에 대해 반밖에 이해 못하고 글을 쓰면 안돼. 그 내용에 대해 심도있게 대화할 정도의 수준이 돼야지. 의학 관련한 다양한 교양서를 찾아보렴. 하지만 생물이나 화학에 대한 기초가 없으면 과학잡지나 책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야. 그러니 공부와 독서를 병행하는 것은 필수겠지.”
의사가 되겠다는 소중한 꿈이 있었다면, 그만한 노력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 힘든 과정을 견딜 수 있는 것 또한 바로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다. A학생은 언젠가 좋은 의사가 될 날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 먹었다.
상담 선생님의 조언 1. 월화수목금토일, 매일에 대한 공부계획을 세운다. 2. 수학은 인터넷 강의와 주말 학원을 통해 3학년 3월 전까지 모의고사 준비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한다. 3. 과학은 방학 동안에 인터넷 강의로 물화생지 Ⅰ을 모두 끝내고, Ⅱ선택에 들어간다. 4. 과학 동아리 내 봉사단을 꾸려서 정기적으로 활동한다. |
[특별이벤트]
과학동아 ‘도전 1% 클래스’에서는 독자 여러분을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기 위한 진로·진학 상담을 무료로 진행하고 기사로 소개합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ljr@donga.com으로 자신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상담받고 싶은 이유, 연락처를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