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천문학과 천체화학의 발달, 그리고 운석 분석기술의 향상은 생명의 시초가 우주에서 날아온 분자에 의해 이루어진것임이 확실해 졌다"
드라마는 약 46억년전에 시작되었다. 가스와 먼지로된 광대한 원시구름에서 지구와 태양, 그리고 태양계의 다른행성이 탄생했다. 최초의 5억년동안에 지구 생성과정의 최종단계가 끝나고 그 표면이 냉각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표에 바다가 생겼다. 그런후에 돌연히 출현 한것이 생명이다.
과학이 증명할 수 있는것은 생명의 최초의 흔적이 약 35억년된 것이라는 것이다. 1982년 여름 오스트리아 국립대학의 과학자 그룹이 지표의 암석속에서 그 연대의 것이라는 것을 알수있는 가장 오래된 조류(藻類·은화식물인 수초의 총칭.algae)의 미소화석을 발견했다. 지구가 지각을 형성한 뒤 5억년 사이에 뜻밖에 찾아온 틈입자(闖入者)처럼 최초의 생명이 바다속에 나타났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지구상에 생명이 돌연히 출현한것은 어떻게 이루어진것인지에 대하여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것은 아니다.
우주적인 현상의 기준에서 보면 5억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생명이 탄생했다는 그 돌연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것인가. 이것이 과학자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지각, 그리고 해양과 대기의 어떤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이 생명탄생에 관여한 것일까?
실험으로 원시지구를 재현하다
현재의 지구의 화학적 상태는 생명이 처음 탄생한 당시의 원시지구상태와는 크게 다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생명탄생 이전의 지구의 상태를 되도록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다. 그런 상태를 실험적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으면 생명탄생을 향한 화학진화의 과정을 상세히 연구할수가 있게 될 것이다. 생명탄생의 수수께끼에 대한 과학자의 도전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1952년 미국의 '스탠리 I. 밀러'는 원시지구상의 상태와 같은 상황을 모의실험으로 만들어내려고 시도했다. '밀러'는 일정한 혼합기체의 폐쇄계(閉鎖系·Colsed System)에서 출발하여 원시지구상의 대기와 해양을 본뜬 물, 암모니아, 메탄 및 수소의 혼합물로 실험을 했다. 반응촉진 에너지인 태양을 본떠 그 혼합물에 불꽃방전으로 충격을 주었다. 1주일동안 쪼인뒤 혼합물의 생성물이 분석되었다. 처음에는 투명했던 혼합물이 핑크색으로 변했다. 메탄의 6분의 1이 보다 복잡한 분자로 합성되어 그속에 단백질을 구성할수 있는 가장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리신(Glycin)과 알라닌(Alanine)의 두가지가 함유되어 있었다. 이런 단백질은 생물의 몸을 특징있게 구성하는 화합물인 것이다.
그후 30년간 이 밀러의 실험과 비슷한 원시지구를 본뜬 실험이 조건을 바꿔가면서 행해져 더욱 복잡한 분자(생체속의 분자와 같은것 까지도)가 합성되었다.
현재의 연구로는 이런 화학진화가 실제의 광대한 우주를 무대로 했을때는 어떤 장소에 생기는가 까지도 밝혀지고 있다. 그것은 은하계를 떠도는 성간물질(星間物質)이 만드는 구름, 소행성대(小行星帶)의 암석군(岩石群), 그리고 태양계 주변부에 존재하는 혜성의 구름속이다.
우주의 탄생은 거의 1백50억년전이다. 태양이나 지구가 형성되기 수십억년 이전부터 우주에는 수천이나 되는 성간운이 존재했다. 이런 구름의 직경은 몇광년이나 되었고 전 질량은 태양의 몇 배 정도였다. 현재 알려져 있는 최대의 성간운인 사수자리 B2전파원은 그 전질량이 태양의 3백만배나 되는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전파망원경에 의한 관측에 의하면 이런 구름은 안정된 원자핵을 가진 간단한 원자인 수소 헬륨탄소 질소 산소 네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의 4가지인 수소 탄소 산소 질소가 흥미깊다. 그것은 생물의 대부분은 이 4원소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당초 천문학자들은 이런 성간운의 물질밀도가 낮기 때문에 광대한 구름 속에서 대개의 원자는 단독의 원자로서 존재해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분자가 보내는 마이크로파를 수신
1937년 캘리포니아의 윌슨천문대 연구팀은 분광분석 방법을 이용하여 성간운 속에 탄소와 수소(CH)및 탄소와 질소(CN)의 원자가 조합되어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성간운에는 분자도 존재하는 것이다.
제2차대전이 끝나고 나자 새로운 학문분야로서 전파천문학이 등장했다. 그 결과 성간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분자가 잇달아 발견되었다. 전파천문학은 '벨'전화연구소의 과학자 '칼 잰스키'(Karl G. .Jansky)의 연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잰스키'는 공중방전(즉 천둥)에서 생기는 전파가 장거리전파통신의 장해가 되기 때문에 자작의 안테나로 이 공중방전에 의한 전파를 관측하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공중방전에 의한것이 아닌 전파가 매일 출현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 전파가 우주의 저쪽 은하계의 중심에서 온다는것을 밝혀낸 것이다.
전파천문학은 서로 다른 각각의 분자가 그 분자의 회전과 진동의 양식에 따라 각각 다른 마이크로파(파장 10㎝에서 0.1㎜정도의 전자파)를 방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마이크로파를 관측하면 성간운에 존재하는 분자의 정체를 알수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다.
1968년에는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의 물리학자와 천문학자 공동연구그룹이 은하계의 중심부근에서 물분자와 암모니아분자를 검출했다. 이 발견은 천문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분야를 탄생시켰다.
그 이후의 15년간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분자가 성간물질의 구름속에서 계속 발견되었다. 발견된 분자의 종류수는 현재 공식으로 확인된것만도 60종류를 훨씬 넘고있다. 이런 분자의 대부분은 탄소원자를 갖고 있다.
1971년에는 당시 버지니아대학 천문학과에 있던 천문학자 '루 스나이더'와 미 국립전파천문연구소의 '데이빗 브루'가 수소원자 4개와 탄소원자 3개로 이루어진 메틸아세틸렌분자(CH₃CCH)를 발견했다. 1982년에는 '오타와'의 '헬츠버그'우주물리연구소의 천문학자들이 이 메틸아세틸렌분자 이상으로 복잡한 13개의 원자가 조합된 '시아노-데카-펜타-아이'분자(${HC}_{11}$N)를 항성을 둘러싸고 있는 가스 속에서 찾아냈다.
우주의 성간운 속에서 어떤 화학반응과정으로 복잡한 분자가 생긴것인가에 대하여는 생명탄생 이전의 원시지구상에서 어떤 화학반응이 있었는가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아직 잘 해명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성간운속의 분자의 존재는 원시지구상에 존재했을 화학물질의 종류를 추정할수 있는 재료가 된다. 그리고 화학진화의 과정이 지구상 뿐만이 아니고 광대한 우주의 여러곳에서 진행되고 있음도 밝혀졌다.
성간물질의 구름 속에서 생기고있는 현상은 지구상의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은 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두가지에는 하나의 중요한 유사점이 있다. 수십억년에 걸친 화학진화의 결과 성간운 속에는 탄소원자를 골격으로하는 분자(유기물)가 생기고 있는데 이런 분자야말로 지구상의 생물의 몸 속에서 볼수있는 분자인 것이다.
지구상의 생체의 것과 같은 성간운의 분자
이 성간운 속에서 발견된 탄소화합물은 생체중의 그것에 비하면 구조가 훨씬 단순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발견된것보다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진 탄소화합물이 낮은 물질밀도이면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할수가 있다. 그런 복잡한 분자는 그 개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방사하는 마이크로파도 너무 미약하여 발견하기가 곤란할 뿐이다.
성간운 속에서는 분자가 결합하여 아미노산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말할것도 없이 아미노산은 모든 생명체속에 존재하는 단백질의 구성단위가 되는 분자이다. 만약 성간운속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총중량이 1백만t이라해도 광대한 구름 속에서는 그 물질밀도가 대단히 희박해져 아마 검출한다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런 분자는 태양계 속에서의 생명탄생과정에서 어떤 모양으로 역할을 한 것일까.
단순히 생각하면 역할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태양과 그 행성을 생기게한 구름 속에서는 그것이 존재한 1백억년 사이에 화학진화가 진행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복잡한 분자, 어쩌면 아미노산등의 복잡한 화학물질이 존재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성간운이 행성의 모양을 이루어감에 따라 대량의 열이 발생하고(태양에서는 핵융합이 시작되고 행성에서는 무수한 물질의 충돌에 의한 융해가 일어난다), 이 열이 많은 학자들이 믿고있는 것처럼 구름속에 존재한 분자를 확실히 파괴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양계에는 태양과 행성 이외에도 무수한 작은 소행성과 같은 암석군이 존재한다. 이런 물체의 대부분은 태양계 탄생이래 변화하고는 있지않다고 생각된다. 소행성의 경우도 큰 행성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함유하고 있는 방사성원소의 붕괴에 의하여 열을 가지게 되지만 그 체적이 작으면 내부의 온도는 그렇게 높아지지 않으며 따라서 태양계가 형성된 당시에 가지고 있던 물질을 변화시키지 않고 그대로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가장 작은 소행성의 내부라면 성간운 속에서 생긴 화학진화과정의 증거가 되는 물질을 찾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운석이다.
운석에서 아미노산을 검출하다
소행성의 작은것은 끊임없이 지구로 낙하한다. 극히 작은것은 대기권 돌입때의 열로 기화되어 버리지만 타다가 남아 지표에 이르는 것도 적지않으며 이것은 충분히 조사될수 있다. 이런 운석의 어느것에서나 검출될 정도의 탄소는 함유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제3의 타이프의 대단히 희귀한 운석이 존재한다. 이 운석에는 검은색이고 간단하게 부숴지는 세립상(細粒狀)의 광물이 함유되어 있다. 이 광물은 그리스어의 곡식 낱알을 의미하는 '콘도류르'라고 한다. 실제 언뜻 보아 이 '콘도류르'는 곡식 낟알과 꼭 닮았다. 이 콘도류르가 있는 운성중 탄소질 '콘도라이트'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탄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
진귀한 이 타이프의 운석에 관한 지식은 두가지의 운석시료연구에서 얻어진 것이다. 하나는 1950년에 미국 켄터키주 상공에서 폭발하여 여러개의 파편이 되어 낙하한 운석이다. 또 하나는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마틴슨'에 파편이 흩어진 마틴슨운석이다. 이 마틴슨운석 파편의 가장 큰 것은 중량이 6.4㎏이나 되었다.
두가지 운석은 다 함께 비슷한 연구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은 또 두가지의 운석이 19년 사이를 두고 지구의 반대되는 반구쪽에 낙하한 것이라는 사실에서 더욱 인상깊은 것이 되었다.
각각의 운석의 탄소함유량은 NASA의 과학자들에 의해 분석되었다. 그 분석결과는 중대한 발견을 가져왔다. 운석속에 존재하는 분자에는 여러종류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아미노산 중의 6개, 발린(Valine) 알라닌(Alanine) 글리신(Glycine) 프롤린(Proline) 아스파라긴산(Asparagine) 그리고 글루타민산(Glutamine)은 지구상의 생물이 가진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다.
운석과 단백질의 합성
통상 아미노산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광학활성에 의한 D타이프와 L타이프가 그것이다. 아미노산이 단백질을 합성하기 위해 결합해 갈때는 모두가 L이나 모두가 D의 아미노산으로 이어져 합쳐진다. 두가지 타이프의 아미노산이 혼재해서는 단백질 합성이 되지 않는다. 무리하게 합성했다 해도 곧 분해되어 버린다.
지구상의 단백질은 모두 L타이프의 아미노산으로 합성되어 있다. 이유는 잘 알 수 없으나 아마 모두 L의 아미노산으로 이어져 합쳐진것이 우연히 최초에 생명의 성질을 나타냈고 자기자신을 복제하여 나가는데 충분한 복잡성을 가진것이었을 것이다. D타이프아미노산만의 단백질이 필요로 하는 복잡성을 획득하기전에 L타이프의 단백질이 지구를 점유하여 버렸는지도 모른다. 어느쪽이든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바이러스에서 큰 고래에 이르기까지 L타이프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져있다.
그러므로 만약 운석속의 아미노산이 D와L의 두 타이프를 함유하고 있지 않고 모두가 L이거나 D라고 하면 지구상의 생명이 가진것과 유사한 과정이 운석 속에서도 생기고 있었다고 믿어지는 강한 증거를 얻을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운석 속에서는 L과D 두가지 타이프의 아미노산이 같은 양으로 검출되어 그 기대는 일단 사라졌다.
그런데 1982년 '호클라호마'대학의 지질학자 '미첼 엥겔'과 '애리조나'대학의 지질학자'바솔로뮤나기'가 마틴슨운석을 분석하여 함유되어있는 아미노산이 L타이프의 것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거기에다 최근에는 마틴슨운석이 생명에 있어서 필수적인 다른 화학물질을 함유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이 화학물질이란 DNA 및 RNA의 구성요소인 핵산염기(核酸塩基)였다.
'매릴랜드'대학 화학진화연구소장 '시릴 포넌펠머'박사에 의하면 5종류의 기본적인 염기인 아데닌(Adenine) 시토신(Cytosine) 구아닌(Quanine) 티민(Thymine) 우라실(Uracil)이 모두 운석속에서 검출되었다는 것이다.
또 '포넌펠머'박사의 연구팀은 '밀러'의 실험과 유사한 실험에 의하여 원시지구상의 대기를 본뜬 메탄과 질소와 물의 혼합물에서 5종류의 염기 모두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이런 실험결과는 생명은 적절한 조건만 갖추어지면 어디에서나 탄생한다고 생각하기에 충분했다.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 혜성
과연 이 우주에서 처음에 생명이 어떻게 생긴 것인가를 앞으로 명확하게 알수가 있게 될것인가.
아마 그렇게 될것이다. 명왕성 궤도밖의 태양계 끝에는 몇십억이나 되는 작은 물체가 존재하여 생명에의 화학진화과정에 대한 우리의 의문에 해답을 마련해 놓고 있다.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얀 올트'는 이미 30여년 전부터 태양으로부터 2분의 1광년 거리에 걸쳐 수없이 많은 작은 혜성의 구름이 우리의 태양계를 감고있다고 지적해왔다. 이 구름은 태양계가 형성되는 근원이된 성간운의 가장 바깥쪽부분의 흔적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이 구름은 대부분이 수소 탄소 질소 산소의 원자가 동결된 덩어리로 구성되어 태양에서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에 태양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며 화학진화과정의 생성물을 변하지 않은채 함유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즉 생명의 기원을 푸는 열쇠가 감추어져 있는 것이다.
영국의 천문학자 '프렛 호일'과 성간물질의 전문가 '찬드라 위크라마싱게'는 성간운과 혜성의 구름속의 화학진화는 바이러스정도의 단계에까지 실제로 도달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혜성은 태양계를 주기적으로 통과한다. 지구에 접근하는 혜성을 충분히 관측한다는 것은 가능하다.
생명이 없는 화학물질에서 생명이 탄생한다고 하는 복잡한 화학진화의 과정이 5억년 정도의 짧은 기간에 왜 일어났는가. 그 수수께끼도 여러가지 새로운 정보입수와 함께 언젠가는 해명될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