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가을에도 즐기는, 서핑은 과학입니다

바다는 아직 식지 않았어

 

서핑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힘들게 ‘서핑 스폿’이라는 해변에 가도 서핑이 가능한 파도가 간헐적으로 찾아온다. 또 한 번 놓친 파도와 똑같은 파도는 영원히 만들어질 수 없다. 오죽하면 서핑이 ‘기다림의 미학’이라는 말이나왔을까.

 

 

파도는 바람에서 시작된다


과학적으로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오상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연안개발·에너지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파도의 모양은 파도의 높이와 속도, 지면의 형상 등에 따라달라진다”며 “(서퍼들이 가장 좋아하는 플런징 파도의 경우) 실제 바다에서는 특정 시기에만 형성되고, 파도가 말려 동그랗게 유지되는 시간도 자연적으로는 10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진과 쓰나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파도는 바람이 만든다. 바람은 크게 보면 고기압 주변의 공기가 저기압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바람이 물 표면을 스치면서 생긴 마찰력은 물 분자를 뒤흔들어 진동하게 만든다. 물 분자는 이런 진동에너지를 주변 분자에 전달한다. 이런 식으로 진동에너지가 부채꼴로 퍼져 나가면서 잔잔한 물결이 생겨난다. 작은 물결은 모이고 합쳐져 점점 큰 파도로 변한다. 파도가 충분히 커지면 너울이 돼 해안쪽으로 전진한다.

 

 

 

 

파도, 지형, 기술의 삼박자 서핑

 

너울은 수심이 얕은 지역으로 진입하면서 모양이 바뀐다. 수심이 얕은 지역에서는 파도와 해저면의 마찰이 커 에너지 전파 속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에너지의 수송량을 보존하기 위해 에너지의 밀도가 증가한다. 그 결과 수심이 얕아질수록 파고는 더 커진다. 그러다 해안가에 이르면 파도가 부서지면서 소멸한다. 


‘서핑 존’은 이처럼 너울성 파도가 처음 부서지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파도가 해안에 쓸려 올라가는 지점까지다. 파도가 클수록 해안에서 더 멀리 떨어진 지점에서 부서지고 서핑 존도 더 넓어진다. 
세계적인 서핑 존은 파도가 크게 만들어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을 갖고 있다. 한 예로 포르투갈 서쪽 해안에 위치한 나자레 지역에는 높이가 30m인 거대한 파도, 이른바 ‘빅웨이브’가 온다. 이유는 나자레 앞바다에 깊은 해저 협곡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먼 바다에서 만들어진 파도가 그 에너지를 거의 잃지 않은 채 협곡 사이로 난 길을 따라오다가, 나자레항 입구에서 갑자기 절벽처럼 수심이 얕은 곳을 만나 거대한 에너지를 수면 위쪽으로 내뿜는다.  


서핑 동호회 ‘비서퍼(BESURFER)’의 회장이자 동일한 이름의 온라인 서핑 잡지를 발행하고 있는 김도형 씨는 “빅웨이브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서퍼의 패들링(손을 휘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으로는 파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제트스키를 이용해 서프보드를 끌어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씨는 “큰 파도일수록 와이프 아웃(균형을 잃고 보드에서 떨어져 넘어지는 상황) 뒤에 수면 밖으로 나오기 힘들기 때문에 프로 선수들도 5분가량 숨을 참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빅웨이브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연안에도 큰 파도가 종종 밀려온다. 가령 남해안 지역에 태풍이 접근하면 10m 이상의 큰 파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파도는 매우 위험해 아무리 숙련된 서퍼라도 서핑은 금물이다. 김 씨는 “아무 때나 할 수 없다는 점이 바로 서핑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퍼를 위해 만든 완벽한 ‘인공파도’

 

서핑을 바다의 상태와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9월 5~9일 ‘월드서프리그 챔피언십’이 열리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르무어에 위치한 인공파도 시설 ‘서프 랜치(Surf Ranch)’다. 서프 랜치는 아담 핀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유체공학과 연구팀이 월드서프리그에서 11차례나 챔피언십을 거머쥔 미국 프로 서퍼 켈리 슬레이터와 협업해 만들었다.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물의 양, 파도의 수심, 물을 밀어내는 금속 장치의 크기와 속도 등의 변수를 계산하고 이를 토대로 완벽한 형태의 파도를 재현해냈다. 오상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배럴은 10초면 사라지지만, 서프 랜치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배럴은 30초까지 유지된다“며 그 비결은 바로 ”호수 바닥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민아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해양학
  • 기상학·대기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