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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 원숭이 '앤디' 탄생

인간유전자와 99% 동일한 영장류에서 성공


유전자 조작 원숭이 '앤디' 탄생


지난 1월 12일 원숭이 한마리가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처음 소개된 이 원숭이에 대해 영국의 BBC나 미국의 CNN, ABC 방송이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물론 국내 주요 신문의 1면에도 이 원숭이가 등장했다. 도대체 어떤 의미를 가졌기에 이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일까.

원숭이에게 붙여진 이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원숭이의 이름은 앤디(ANDI). ‘DNA가 삽입됐다’(inserted DNA)의 머리글자 iDNA를 거꾸로 한 이름이다. DNA가 삽입됐다는 말은 인위적으로 다른 종류의 DNA를 집어넣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앤디는 흔히 듣는 유전자변형 콩처럼, 유전자조작기술에 의해 탄생했다는 말인데….

빛을 내는 유전자 삽입

유전자는 흔히 생명의 설계도에 비유된다. 유전자가 생명의 모습과 기능을 결정하는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은 생명의 설계도를 다시 그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유전자조작기술에 의해 돼지의 성장유전자가 삽입된 쥐를 만들면, 쥐는 무럭무럭 자라게 된다.

미국 오리건대에 있는 오리건영장류센터의 제랄드 셰튼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조작기술을 사용해 해파리의 유전자를 원숭이에 넣어 앤디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게 보통 유전자가 아니다. 깊은 바다 속에 사는 해파리가 빛을 내게 하는 형광유전자다. 형광유전자를 갖고 있으면, 빛을 내는 형광을 일으키는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원숭이에게 해파리의 형광유전자를 끼워넣는 과정을 살펴보자. 연구팀은 해파리에서 채취한 형광유전자를 레트로바이러스를 사용해 원숭이 난자에 끼워넣었다. 레트로바이러스는 유전자를 다른 종으로 옮길 때 흔히 사용되는 짐꾼이다. 일반적으로 레트로바이러스를 난자에 집어넣으면, 레트로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유전자는 난자 핵으로 옮겨 들어간다. 그런데 그동안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조작에서는 이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레트로바이러스를 난자를 싸고 있는 투명대라는 막에 주입했다. 그러자 해파리의 형광유전자가 난자의 핵에 성공적으로 삽입됐다. 전문가들은 아직 그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형광유전자를 갖고 있는 총 2백22개의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켜 수정란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4세포기까지 자란 40개의 수정란을 대리모 역할을 할 암컷 원숭이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지난해 10월, 성공적으로 착상된 총 5마리의 원숭이 중 앤디만이 무사히 태어났고,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인간 난치병 치료에 공헌 기대

유전자조작기술에 의해 동물이 태어난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유전자조작된 쥐나 돼지, 양, 소 등이 태어난 적이 있다. 형광유전자를 동물에게 삽입하는 일도 그리 새롭지 않다. 앤디가 더욱 큰 의미를 갖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유전자조작을 영장류인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원숭이는 겉모습부터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 중 하나다. 실제 유전자를 비교해보면, 단지 1% 정도만 다르다. 따라서 몸 속의 생리과정도 인간과 거의 동일하다고 여겨진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유전자조작 쥐 등은 인간의 유전자와 상당수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을 연구하는데 부적절했다. 그러나 99%의 유전자가 동일한 원숭이의 경우, 상황은 전혀 다르다.
유전자조작기술을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집어넣으면, 그 질병을 앓고 있는 원숭이를 만들 수 있다. 또 질병의 치료약을 시험해보는 동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암이나 에이즈, 치매 등의 질병 치료에 유전자조작원숭이가 크게 공헌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편 앤디의 유전자조작실험을 주도한 셰튼 박사는 지난해 수정란 분할을 통해 복제원숭이 ‘테트라’를 탄생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따라서 셰튼 박사는 유전자조작 원숭이를 복제와 연관지을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조작은 성공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복제는 대량생산을 가능케 한다. 다시 말해 유전자조작원숭이가 복제돼 다수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앤디의 유전자조작이 완벽한 성공인지는 불확실하다. DNA 검사 결과 앤디는 형광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표피세포에서 형광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반해 유산된 원숭이 2마리는 발톱 등에 불을 비췄을 때 형광반응을 보였다. 앤디가 형광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형광유전자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즉 유전자는 물리적으로 삽입됐어도, 몸 속에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몸 속에서 직접 일을 수행하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유전자는 실용적인 면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앤디의 생리작용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2001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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