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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Part 2] 내년 2월 결과 발표, 정부 연구단 “조사 중”

포항지진 원인 논란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강한 압력으로 주입한 물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정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을 조사하기 위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분석 연구단’을 꾸렸다. 연구단은 올해 3월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5월 9일, 연구단에서 지진파 측정과 분석 등을 맡고있는 강태섭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포항 지열발전소 현장을 찾았다. 지열발전소 공사 현장은 포항역에서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현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지열발전소 개발과 정부를 성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거대한 시추탑과 녹슨 파이프들이 덩그러니 방치돼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출입을 통제하는 철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철문 옆에는 ‘본 현장에서의 모든 연구활동이 중단됐으며, 현장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열발전소 건설은 지진이 발생한 뒤 제기된 의혹에 따라 작년 11월 22일부터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포항의 지각은 깊이에 따른 땅속 온도 상승이 국내에서 가장 크다.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얕은 깊이에서 높은 열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포항이 지열발전소 부지로 선정됐다.

 

강 교수는 시추탑 아랫부분을 가리키며 “지상에 약 5m 간격으로 구멍 두 개를 파고, 땅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그 간격이 벌어져 끝 부분에서는 둘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구멍을 각각 주입정과 생산정이라고 부르는데, 주입정으로 넣은 물이 지열에 의해 뜨겁게 달궈지면 생산정으로 빼낸다. 저수지 한쪽에서는 물을 집어넣고, 다른쪽에서는 양수기로 물을 빼내는 것과 비슷하다. 강 교수는 “지열에 의해 뜨겁게 달궈진 물을 빼내는 동안 압력이 낮아지면서 수증기로 변한다”며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 지열발전의 원리”라고 설명했다.

 

 

물 주입 종료 2개월 뒤 지진 발생


현재 연구단은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4월 25일 김광희 부산대 교수팀과 스위스-독일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고 지열발전소 건설에 따른 유발지진 가능성을 제기하자 연구단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런 입장을 공식화했다.

 

연구단은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이 연관돼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량적으로 명확하게 연관성(유발지진)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포항지진의 진원이 지열발전지열공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 외에도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 지진을 유발시킬 만한 충분한 공극압과 임계점에 가까운 지중 응력이 형성돼 있었는가에 대한 증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극압
암석 내부의 작은 구멍 속에 들어 있는 액체에 의한 압력

 

지중 응력

지반에 작용하는 힘에 의해 생기는 지반 중의 응력

 

연구단에서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대한지질학회장)는 “두 논문은(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는 충분하지만, 설명하지 못하는 문제가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가령 수리자극 기간에 발생했던 미소 지진들과 달리 규모 5.4의 지진은 왜 물 주입을 종료하고 두 달 뒤에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수긍할 만한 과학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땅속 응력과 공극압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분석도 있어야 한다.

 

연구단에서 국내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여인욱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연구단은 내년 초까지 이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한 뒤 이르면 내년 2월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월 말 지열발전소에서 현장 실험


현재 지열발전소 내부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상태다. 연구단에서도 본격적인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접근을 자제하고 있다. 지열발전과 지진의 연관성이 높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포항 주민들이 정부의 해명을 요구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단은 지난 4월 일차적으로 포항 시민들을 대상으로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다.

 

첫 현장 실험은 6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이때 연구단은 지열발전소 현장에서 지하 4.3km 지점에 들어있는 소량의 물을 빼내는 수리실험을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열공의 주입정 주변의 수리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수리적 특성이란 투수성 등 암반이 가지는 고유한 특성을 말한다. 예컨대 투수성이 좋으면 물 주입으로 수압을 가했을 때 땅속에서 압력이 빠르게 전파된다.

 

연구단은 수리실험에서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지열발전소 지하에서 수압의 확산을 계산하는 데 필요한 상수 등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16년 1월~2017년 9월 진행된 총 5회의 수리자극 과정에서 지열공 주변과 단층에서 공극압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분석할 수 있다.

 

또 지열정에 특수 제작한 카메라를 넣어 지열정 주변에 대한 영상 검증도 실시할 예정이다. 영상 자료는 단층 주변의 응력 변화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 교수는 “4.3km 깊이에 카메라를 넣는 것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라며 “물 주입구 주변의 땅이 깨져 있는 상태를 통해 땅속에서 힘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소 주변 23개 지진계 설치


연구단은 현재 포항지진 당시 전국의 지진계에 기록된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지열발전소와의 상관관계를 더욱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강 교수팀은 이를 위해 지열발전소 인근 10km 내외를 둘러싸듯 지진계 23개를 설치했다.

 

강 교수의 안내를 받아 포항 지열발전소로부터 약 8~9km 떨어진 ‘천곡사’라는 사찰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강 교수팀이 포항지진이 발생한 뒤 설치한 지진계 중 하나가 설치돼 있었다.

 

지진의 진원과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려면 지진계를 가까운 곳에 설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진원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치하는 것이 필수다. 지진파가 사방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지진파에 기록된 여진을 분석하면 지진을 일으킨 단층의 기하학적인 범위와 자세, 방향, 그리고 단층 파괴로 발생한 에너지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이런 분석 결과와 수리실험 결과 등을 종합해 포항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 쌓여 있던 지각 내부의 응력 상태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4.3km vs. 6.2km 이상, 진원 논란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팀은 포항지진의 진원이 6.2km보다 더 깊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얻고 5월 21일 현재 학술지에 투고 중이다. 이는 진원의 위치가 지열발전소의 주입정과 생산정 인근인 지하 4.3km 안팎이라는 김광희 부산대 교수팀의 연구결과와 배치되는 주장이다.

 

홍 교수는 “아직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아 얘기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기상청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전국에 설치한 100개 이상의 지진계에 기록된 포항지진의 지진파를 분석해 얻은 결과”라고 말했다.

 

포항지진의 진원에 대해서는 지진 발생 이후 발표된 여러 기관의 분석 결과에서도 차이가 많았다. 기상청에서는 진원을 지하 6.9km라고 발표한 반면, 일본 기상청(JMA)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각각 지하 11km, 10km 지점이라고 밝혔다. 또 일본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NIED)는 지하 5km 지점을 진원으로 지목했다.

 

여 교수는 “기관마다 발표하는 진원의 깊이가 다른 이유는 지각이 지진파를 전파하는 속도를 나타내는 모델을 다르게 썼기 때문”이라며 “연구단에서는 지진파 자료와 물리탐사, 인공위성을 이용한 원격탐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지진이 발생한 심도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시사기획 Part 1] “진원이 시추공 깊이와 거의 같아”

[시사기획 Part 2] 내년 2월 결과 발표, 정부 연구단 “조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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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포항=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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