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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전문 투수는 자신의 공이 왜 휘는지 알고 있을까? 백구의 시즌을 맞아 투수의 공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살펴본다.

관록의 타이거스와 약관의 이글즈가 플레이 오프 티킷을 따냄으로써 올 프로야구도 절반을 마쳤다. 금년에도 예전처럼 많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활약했다. 그중 '야구선수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투수와 관련된 화제도 풍성했다.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는 강속구의 선동렬투수, 능란한 커브로 개막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장호연투수…. 하나 아무리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라 할지라도 간혹 변화구를 사용해야 될 때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공배합이 자신의 공의 위력을 더욱 높여주기 때문이다. '투수 놀음'이라고 일컫는 야구에서 투수의 공에 담긴 과학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무엇때문에 공의 질이 달라지는가"

우리는 투수가 홈 플레이트(Home plate)를 향하여 던지는 야구 공의 궤도가 매우 다양할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 공이 그리는 궤도의 모양에 따라 이를 지칭하는 이름까지도 따로 명명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커브, 싱커, 슬라이더, 너클, 포크…. 이 글에서는 주로 어떤 과학적 근거하에서 공의 성질이 달라지게 되는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뉴턴(Newton)의 운동법칙에 의하면, 물체의 운동은 그 물체에 작용하는 외부적인 힘(외력)에 의해서만 변화될 수 있다.

야구 공의 경우,일단 투수의 손을 떠난 후 공이 받게되는 외력은 공기역학적인 힘과 지구중력의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지구중력은 불변의 것이므로(주어진 지점에서는), 투수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은 공기역학적인 힘이다.

공기역학적인 힘이란 날아가는 공의 주위에 형성되는 공기의 흐름으로 인하여 공이 받게되는 힘을 말한다.

야구공 주위의 흐름은 매우 복잡, 미묘하여 이를 정확히 규명한다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투수는 경험적으로, 투구하는 순간의 공의 위치, 속도, 회전등을 조절하므로써 야구공의 구질을 선택한다.

그러나 필자는 "어떻게 공을 던져야 할것이냐"의 관점에서 떠나 "무엇때문에 공의 질이 달라질 수 있는가" 하는 데 대한 분석적 입장에서 이 글을 쓰고자 한다.

공의 직경과 봉합선이 좌우한다.

야구공은 직경이 7.23㎝, 질량이 0.156㎏이며, 두 조각의 하얀 가죽을 약 2백16개의 뜸(stitch)으로 바느질해 놓은 것이다.

여기서 공기역학적으로 중요한 인자는 공의 직경과 바느질한 봉합선이다. 봉합선의 존재는 공의 흐름을 매우 복잡하게 하므로, 우선 표면이 매끈한 공의 공기역학적 특성을 알아보기로 하자.

공을 지나는 유동(流動)은 흐름의 속도에 따라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데 여기서는 속도가 상당히 빠른 경우만을 생각하기로 하자. 우리는 유체(流体) 속을 나아가는 물체는 저항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저항은 속도가 상당히 빠른경우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게 되며 이때의 비례상수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통상 이 비례상수를 항력계수라고 부른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항력(抗力)=(항력 계수)×$\frac{1}{2}$×(유체의밀도)×(속도)²×(물체의 단면적)

항력계수를 알고 있다면 윗 식을 이용, 어떤 물체의 항력의 크기를 쉽게 산출할 수 있게 된다. 공의 항력계수는 (표1)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속도에 따라 변하게 된다. (표1)의 횡좌표는 흐름의 특징을 결정하는 '레이놀드 수'라는 것인데 이는 아래 식으로 표시된다.

레일놀드 수=$\frac{(속도)×(구의 직경)×(유체의 밀도)}{(유체의 점성계수)}$

윗 식에서 점성계수란 공기, 혹은 물 등의 물성치(物性値)의 하나로 마찰에 의한 저항과 관련된 것. 레이놀드 수는 유체의 관성력과 물체의 표면과 유체의 마찰로 인한 마찰력의 비(比)를 나타낸 것으로 파악하면 된다. 따라서 레이놀드 수가 매우 크다는 말은 관성력이 마찰력에 비해 매우 크다는 얘기다.

(표1) 을 보면 항력계수는 레이놀드 수가 3×${10}^{5}$과 4×${10}^{5}$ 사이에서 무척 크게 변함을 알 수 있다. 이 부근에서 변화가 심한 이유는, 이런 속도범위를 전후하여 흐름의 특성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이 부근이 경계지역(임계지역)이 되는 것이다.
 

(표 1) 매끈한 공의 항력계수곡선


공의 흐름은 슈퍼컴퓨터가 해결할 문제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량의 유체역학적 지식이 필요하므로 여기서는 결과만을 기술하기로 하자. 경계지역보다 속도가 낮은 쪽의 흐름을 층류(層流ㆍlaminar)라고 하고, 경계지역보다 속도가 큰 쪽의 흐름을 난류(亂流ㆍturbulent)라고 한다.

층류는 매우 질서정연한 흐름이고 난류는 불규칙적인 흐름이다. 담배연기를 고요한 실내에서 관찰해 보면 담배 끝 부분에서는 매우 정돈된 상태로 올라가는 연기가, 더 높이 올라갈수록 매우 불규칙적으로 헝클어짐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잘 정돈된 흐름이 층류, 불규칙적인 흐름이 난류이다.

흐름이 층류에는 난류로 변화하는 천이(遷移) 현상 및 난류현상 등에 관한 이해는 아직 완전치 못하다. 따라서 현재 유체역학의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사실 공 주위의 3차원적인 흐름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슈퍼컴퓨터와 같은 대형 계산기가 필요하다.

또 (표1) 에서는 항력계수가 크게 달라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계지역 후의 항력계수(난류일 때의 항력계수)는 경계지역 이전의 그것보다 훨씬 작게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주 원인은 유동(流動)의 박리(剝離)현상이다.

유동의 박리란 표면을 따라오던 흐름이 표면으로부터 떨어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난류 흐름에서는 박리가 지연되어 층류일때보다 공의 후반부의 압력이 더 높아지게 되고 그 결과로 항력이 감소하게 된다.(그림1)

야구공의 흐름이 어려운 것은 공의 표면에 돌출돼 있는 봉합선이 흐름의 천이와 박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봉합선 자체가 비(非)대칭적으로 놓이는 경우가 많아 항력과 레이놀드 수의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이 더욱 복잡해지는 것이다.

야구공의 평균속도를 30m/초(시속1백8㎞에 해당)로 어림하면, 이때의 레이놀드 수는 대략 1.4×${10}^{5}$ 정도가 되므로 (표1)의 경계영역 이전에 속하는 흐름이 된다. 하지만 야구공의 표면에 매끈하지 않으므로 (표1)의 항력계수를 바로 적용시킬 수는 없다.

다만 야구공의 공기역학적 항력 특성은 경계지역을 전후하여 변화가 클 수 있다는 것만을 기억하면 된다. 사실 야국공의 경우에 있어서 항력보다는 야구공의 궤도가 공기역학적인 측력(側力ㆍ중력의 영향을 배제하고 궤도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힘)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 더 큰 관심사이다.
 

(그림 1) 층류상태와 난류상태에서의 유동 박리와 항력 비교


공의 낙차는 공의 빠르기와는 무관

마그너스(Magnus)효과란 공이 회전하면서 나갈 때, 공의 진행방향이 굽어지게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림2)에서처럼 공이 회전하게 되면 공의 주위에 형성되는 흐름이 달라져서 측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 측력에 의해 공의 왼쪽의 공기는 더 빨리 흐르게 되고, 오른 쪽의 공기는 더 느리게 흐르게 된다. 따라서 속도의 증감에 해당되는 좌우의 압력차가 생긴다. 자연 왼쪽으로 치우치는 힘이 발생되고, 이 결과로 공은 왼쪽으로 처지면서 진행하게 된다.

이러한 마그너스효과를 이용, 공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로 커브 볼(Curve ball)이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공의 회전방향을 선택함에 따라 공이 굽어서 진행하는 방향을 달리하게 된다. 공의 진행속도가 일정할 때 공의 회전 수에 따라 옆방향으로 공이 처지는 거리(이하 처짐거리라 칭함)를 측정한 결과가 나와 있다. 여기서 처짐거리는 공의 회전속도(수)에 정비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처짐거리는 진행속도와는 무관하다. 회전속도가 같다면 공의 빠르기에 관계없이 처진거리는 같다.

타자(打者)는 처짐거리는 같더라도 공이 더 빠르면 변화에 소요되는 시간이 더 짧게 되므로 볼 변화에 적응이 더 어렵게 될 것이다.
 

(그림 2) 마그너스(Magnus) 효과


회전을 주지 않는 너클 볼

이번에는 회전을 주지 않는 경우인 너클볼(Knuckle ball)에 관하여 논의해 보기로 하자. 이 경우 야구 공의 공기역학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은 봉합선이다. 봉합선의 위치가 어떤 상태에서 공이 던져지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봉합선이 있는 야구공도 어떤 상태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측(側)방향의 힘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이 나타나는 이유는 봉합선이 공을 따르는 흐름의 박리현상을 크게 달라지게 하는 탓이다. 유동의 박리현상은 시간에 따라 변화가 심하여 옆 방향의 힘의 크기는 상당히 요동하게 된다. 이러한 힘의 요동은 대략 1초에 1회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공의 진행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봉합선이 대칭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정한 방향의 힘이 작용하게 되므로, 공이 회전하지 않는다면 공은 어느 한쪽으로만 처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흐름의 박리현상의 비(非)대칭성으로 인해 공은 진행중에 스스로 회전을 하게 된다 (이를 보통 자전이라 한다)

공은 앞으로 나갈 때 자전하게 되므로, 그 궤도 변화는 더 불규칙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가정하여 이론적인 계산을 수행해 본 결과가 (표2)에 나타나 있다. (표2)는 초기속도가 21m/초인 상태에서 18.4m(투수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간의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1/4회전을 한다는 가정한 경우와 1/2 회전을 한다고 가정한 경우를 예로 삼아 계산해 본 결과다.

여기서 1/4 회전을 한 경우의 공의 궤적이 변화가 크게 일어나고 있음을 볼 수있다. 한 척(尺) 정도의 변화 후 홈 플레이트를 향하여 날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론적인 적분(積分)의 결과이므로 실제로 이러한 공의 궤도변화가 가능한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봉합선의 위치와 공이 매우 느리게 회전하는 것이 적절히 조합되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실하다. 이는 오로지 경험과 세심한 기록에 의해 성취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표 2) 이론적인 계산 예


마그너스효과의 박리현상이 변화구의 비밀

회전효과(회전수)와 봉합선의 위치 이외에도 야구공의 공기역학적인 현상에 영향을 주는 인자는 많을 것이다. 이를테면 공자체의 비대칭이라든가, 상당한 세기의 바람이라든지, 혹은 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것은 마그너스효과와 비대칭적인 박리현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투수는 경험과 훈련을 통하여 공의 회전 속도, 회전 방향, 공의 초기위치(봉합선의 위치), 초기 속도 등의 조합을 몸에 익히면 원하는 투구를 얻어낼 수 있다.

1988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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