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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GIST 신입생대표 이민행

 

※ 편집자주
최근 대학별 입시 제도가 다양해지면서 수석합격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스펙’도 다양해졌다. 과학동아는 GIST의 지원을 받아 수석합격자에 부합하는 학생을 만나, 중·고등학교 시절 학업 방법을 듣고 이를 통해 대학 합격 비결을 분석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소외 질병을 연구하고 싶습니다. 이런 명확한 꿈이 저를 합격시켜준 것 같습니다.”


올해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선서를 했던 GIST 기초교육학부 18학번 이민행 씨는 합격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소외 질병 연구로 꿈 구체화시켜


이 씨의 꿈은 중학생 때 시작됐다. 우연히 서울대 평생교육원에서 열린 강연을 듣고 처음으로 생화학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다. 분자 수준에서 생명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이런 관심은 공학적으로 생물 시스템을 만드는 합성생물학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됐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소논문(R&E) 활동을 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해 생물학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제가 충치로 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때 R&E로 유인원과 인간의 충치에 대한 비교 연구를 하게 됐습니다. 유인원과 인간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진화적 요소와 충치의 관계에 대해 조사했어요. 생명정보학 연구를 진행했던 것이죠. 이 활동 덕분에 생명정보학을 이용해 질병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저의 꿈이 됐습니다.”

 

이 씨의 꿈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진로희망사항에는 WHO에서 소외 질병을 연구하고, 나아가 의료 환경 개선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적었다. 이 과정에는 독서가 큰 역할을 했다.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평전을 읽고 저의 롤 모델로 삼게 됐어요.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발도상국을 찾아가 도움을 준 활동이 저에게 크게 와 닿았죠. 관료주의적인 국제기구 분위기에서 자신의 일을 도전적으로 해 나간 결단력에도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꿈을 정하게 된 이 씨는 본격적으로 소외 질병에 대해 인터넷으로 자료를 조사하고, 어떤 일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 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소외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해 나간 것이다.

 

“소외 질병을 해결하기 위한 질병 사업을 자세하게 계획했어요. ‘NMN by 2060(No More Neglected disease by 2060)’이라고 이름도 지었습니다. 뎅기열이나 결핵이 특히 큰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질병들을 해결하는 데 도전해 성공시키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이민행 씨(맨 오른쪽)는 석사 및 박사과정 대학원생 3명과 함께 2018학년도 GIST 신입생 465명을 대표해 입학 선서를 했다.

 

고등학교 때 밴드 동아리의 공연에서 드럼을 치고 있는 이민행 씨 (가운데).

 

 

생명정보학 도전 과정이 자기소개서로


이렇게 꿈을 구체화시켜 나간 과정을 고스란히 자기소개서에 담았다. 생소한 생명정보학으로 R&E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도 자신의 추진력을 드러내는 소재가 됐다.

 

“생명정보학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도전해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교수님들에게 수십 통의 e메일을 보내 연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지만, 계속 거절당했죠. 거의 포기하기 직전에 다행히 교수님 한 분이 수락해주신 덕분에 가까스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씨는 연구를 위해 유튜브에서 생명정보학 강의 동영상을 보면서 데이터 수집과 정리 기술을 익혔다. 교수와 매주 화상통화를 하고, 연구실도 찾아갔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문제가 많이 생겼어요. 너무 막막해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간 제가 한 일들을 천천히 되돌아보면서 힘을 냈습니다. 수많은 도전 끝에 어마어마한 양의 DNA 중에서 원하는 것만 선별해 수집하고 분석까지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 이 모든 과정을 담은 자기소개서 덕분에 좋은 평가도 받게 된 것 같아요.”

 

 

 

 

내신 관리는 기본, 수학은 글 쓰듯 논리로 공부


R&E 활동에 충실하면서도 이 씨는 내신 성적이 떨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내신 성적이 평가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는 수학과 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을 잘 챙기려고 노력했어요. 내신 성적이 제가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씨의 공부 비법은 수업 열심히 듣기다. 1학년 1학기 때 수업을 건성으로 듣다보니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그러다가 수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친구의 노트다.


“수업을 열심히 듣고 꼼꼼하게 필기하는 친구의 노트를 보고 정신을 차리게 됐어요. 선생님의 이야기가 곧 시험 문제가 된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 뒤로는 수업에 집중하고 꼼꼼하게 필기하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1학년 2학기에 성적이 크게 올랐어요. 필기한 걸 보면 시간이 지나도 생각이 잘 나고 덕분에 시험공부도 훨씬 수월했답니다.”


이 씨는 시험 일주일 전부터는 필기한 내용을 복습하면서 어떤 내용이 어떻게 문제로 나올지 예측하면서 공부했다. 이렇게 시험 문제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 공부하면 기억에 더 잘 남았다. 이 씨는 특히 수학에 강했다. 수학 성적은 늘 상위권 안에 들었다.


“저는 수학을 특히 좋아했어요. 문제 풀이 형식의 수학보다는 증명 위주의 수학을 배우게 되면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명제들이 왜 참이고 거짓인지 생각해보고, 왜 그런지 논리를 스스로 만들면서 풀었죠. 그래서인지 문제를 풀 때마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느낌이었어요.”

 

이씨는 수학을 공부할 때 특히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수학은 정의로 시작해 정리와 명제로 이어지는 만큼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처음으로 돌아가 내용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 고민했다. 물론 혼자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모르는 내용은 수학을 잘하는 친구와 선생님에게 이해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질문했다.


“흐름을 따라가며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고등학교 때 선생님으로부터 크게 칭찬받은 적도 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공부했더니 대학에 와서는 수학을 더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답니다.”


이 씨는 앞으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환학생에 도전할 계획이다. 해외로 나가 시각을 넓히고, 더 많은 기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GIST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님의 지도 아래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Caltech SURF’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여기서 잘 해내면 한시적인 교환학생이 아니라 그 교수님과 계속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GIST를 자랑해 달라고 하자 이 씨는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질문을 정말 잘 받아 주는데, 학생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무한도전 프로그램’, 연구실 인턴, 창업 등 재학생에게 다양한 기회가 주어지는 GIST를 강력 추천한다”고 말했다.

201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광주=현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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