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발생한 화산재들의 영향으로 앞으로 3년간 전지구적인 이상저온(異常低溫)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제출됐다. 이같은 가설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에서 NASA(미항공우주국)에 근무하는 기상학자 패트 맥코믹이 주장한 것이다. 그가 그간 위성으로 고도 17~40㎞ 사이의 성층권 내(內) 물질을 추적해 본 결과 피나투보 폭발 이후 먼지와 에어로졸의 양이 60에서 80배까지 늘어났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비교해볼 때 피나투보가 분출한 화산재는 1982년 멕시코 엘 치촌(El Chichón) 화산폭발 때의 3배이며 근대사에 가장 큰 화산폭발로 기록된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때와 맞먹는 양이다.
현재 분출된 화산재 중 규산(silicate) 성분은 대부분 빗물로 떨어져 내렸으나 지름이 0.1~1㎛인 작은 황산방울들은 고도 20~25㎞상에 아직도 많은 양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에어로졸은 현재 열대지방의 성층권 위에 집중돼 있지만 점차 퍼져나가 대기권 상층부의 기온 상승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맥코믹은 이 에어로졸이 지구표면에서 반사되는 적외선을 흡수함으로써 지난 9월까지만해도 대기권 상층부의 온도를 3~3.5℃나 상승시켰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표면에 도달해야 할 태양빛의 상당부분을 이 에어로졸이 차단하기 때문에 지표면 온도는 내려간다.
해마다 현재양의 약 3분의 1씩 황산물방울들이 떨어져내리므로 대기권상층부의 온도상승은 그리 오래 가지 않지만 지표면에서의 기온하강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시된 기후모델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최소한 0.5℃는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