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자원 개발]
“지질탐사 사업에 전환을 일으켜 사회주의경제강국 건설을 다그치자.”
2016년 9월 25일 개최된 ‘북한 전국지질탐사 부문 일군 열성자회의’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한이 전달됐다. 이 서한에는 북한의 지하자원 탐사가 재래식 탐사 방법만 적용해 효율성이 낮은 만큼 현대 과학기술을 토대로 탐사 사업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담겼다.
김 위원장이 지하자원 탐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광물자원이 북한 경제를 견인하는 ‘일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연간 수출액 28억 달러(약 2조9932억 원) 중 광물 수출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광업과 광공업은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각각 12.6%와 34.9%를 차지한다(2017년 기준).
북한 사회의 광물자원에 대한 높은 관심은 언론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북한 기관지인 ‘민주조선’에는 2017년 한 해 동안 광물자원 관련 기사가 139건, ‘노동신문’에는 334건이 보도됐다. 평균 하루에 한 건 이상 기사화됐다는 의미다.
한반도의 과학기술이 협력 국면으로 들어섰을 때 지질 및 광물자원개발 분야는 가장 가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남한은 세계 5~6위권의 광물소비국이지만, 수요 광물의 92.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첨단 산업의 재료인 철, 동, 아연, 몰리브덴, 마그네사이트, 희토류 등의 광물은 수요가 많아 거의 전량 수입한다. 반면 북한은 마그네 사이트와 흑연의 경우 세계 10위권 부존 규모와 생산 실적을 갖고 있다. 남한이 필요로 하는 광물종을 북한이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상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반도광물자원개발(DMR) 융합연구단장은 “선캄브리아기(45억 년 전~5억4000만 년 전)부터 신생대(6500만 년 전~현재)까지 전 지질시대에 걸쳐 지질학적 작용의 결과 현재 한반도의 지형 형태와 광물자원이 형성됐다”며 “고생대(5억4000만 년 전~2억5200만 년 전) 이전 남중국지괴에 속한 남한과 달리, 북중국지괴에 속한 북한 지역에는 철, 연-아연, 마그네슘 광상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지역 광물자원 매장량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북한이 광물자원에 대한 수급 통계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발행된 ‘조서지리전서’가 북한 지역 광산별 매장량이 기재된 가장 정확한 자료이지만, 30년이나 지난 자료인 만큼 최근 상황은 달라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풍부한 자원과 달리 북한의 관련 기술 수준은 다소 떨어진다. 광물자원은 지질조사, 탐사, 평가, 채광, 선광, 제련 등 크게 6단계 과정을 거쳐 최종 산물인 순수한 금속 또는 정제된 비금속화합물로 발굴되고 산업에 활용된다. 단계마다 지질조사 기술, 탐사기술, 광상평가기술, 채광기술, 선광기술, 제련기술 및 소재화 기술이 필요하다.
그간 북한은 기술 습득을 위해 주로 중국과 협력 연구를 진행해 왔다. 대표적인 공동연구가 중국과학원(CAS) 산하 지구물리연구소와 북한과학원 산하 지질학연구소 사이에 이뤄진 연구다. 이들은 1996년부터 20여 년간 동북아 지역 지질에 관한 공동연구를 추진해왔으며, 2016년 20주년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해 북한 지질에 대한 연구결과를 대거 발표했다. 2006년 이후 발표된 북한의 지질관련 SCI(과학기술 논문인용색인)급 논문은 대부분 중국과의 공동연구 결과로, 북한의 독자적인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고 단장은 “북한에서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이나 단행본을 분석해보면, 분야별 북한의 기술 수준은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인프라와 관련 기술 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한의 기술과 북한의 자원이 만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남북이 광물자원 개발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남한에서는 북한의 검덕, 룡양 및 대흥 광산 개발 사업 타당성 평가를 수행한 바 있다. 이때 북한 지역 광산의 장기적인 개발 가치와 광물종의 가격 전망,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하는 타당성 평가가 진행됐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단됐다.
또 1997~2011년 북한 정부가 광업 프로젝트에 외국 투자자들의 제한적인 참여를 허용했을 때, 한국광물자원공사, 태림석재, 서평에너지, G-한신 등 우리 측에서는 4개 기업이 참여했다. 하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조치로 한국 기업의 접근이 불가능해졌고, 지금까지 투자회수 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질 및 광물자원 분야에서 남북의 협력은 한반도의 형성 과정을 지질학적으로 규명해 완성시킨다는 학문적인 의미도 있다. 지질학적 연구는 광상을 형성하는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만큼 이는 곧 새로운 광물자원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고 단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광물종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북한의 원료 광물자원으로 한반도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동북아 자원벨트의 중심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마그네사이트와 티탄철석으로는 항공우주용 구조물이나 엔진 등에 쓰이는 튼튼한 금속재를, 희토류로는 영구자석을, 흑연으로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현재 북한의 8개 광화대(유통 광물이 모여 있는 지역) 중 잠재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는 3개 광화대(무산, 혜산-검덕-대흥, 정주-운산)를 대상으로 탐사·채광·선광·제련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고 단장은 “미래 광업 시장은 디지털화, 자동화, 원격화가 하나로 합쳐진 통합 시스템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자원 개발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의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지고, 광업은 더욱 안전하고, 예측가능하며,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두산 연구] ‘백두산 과학기지’에서 분화 모니터링
지금으로부터 약 1000년 전인 946년, 백두산이 분화했다. 화산폭발 지수 7(화산 분출물의 양을 기준으로 1~8의 척도로 나눔) 규모의 폭발로 남한 전역을 1m 두께로 뒤덮을 수 있는 화산재가 쏟아져 나왔다. 2002~2005년 백두산에서는 약 3000회의 지진이 발생하고, 천지 일대가 수십cm나 부풀어 올랐다. 전문가들이 백두산을 언제든 분화 가능한 ‘슈퍼화산’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화산폭발지수 5의 분화가 생기면 화산재는 10km위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함경도 쪽으로 향한다. 약 300만 명의 함경도 주민은 전기가 끊긴 암흑 속에서 살게 된다. 국제 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이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재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남북 과학기술협력이 백두산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위 사진)은 “백두산 분화 확률은 100%로, 그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를 위해 백두산 천지아래 마그마방의 상태를 조사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활화산인 온다케의 경우 등산로를 중심으로 관측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2014년 폭발을 예측하지 못했다. 지표 시스템만으로는 폭발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 책임연구원을 포함한 국제공동연구진은 마그마방의 거동을 직접 파악할 수 있도록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에 백두산 화산 마그마 조사 연구인 ‘엄마(UMMA·Ultra-deep Monitoring on Magma Activity) 프로젝트’를 제안한 상태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백두산에는 화산 폭발의 역사가 기록 돼 있다. 시추를 통해 퇴적물을 파내면 백두산이 몇 년에 한 번씩 분화했으며,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파악할 수 있다.
또 심부관측을 통해 나오는 ‘초임계 유체’의 상태를 파악하면 마그마방의 거동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일도 가능하다. 초임계 유체는 고온 고압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밀도는 액체와 유사하지만, 기체처럼 확산한다. 이 책임연구원은 “초임계 유체의 온도, 활동, 산성도(pH) 변화등의 데이터를 모아 통계모델을 만든다면 백두산 분화 위험을 경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땅 속에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마그마방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백두산 공동연구는 지금까지 북한이 3차례에 걸쳐 제안하며 시행 목전까지 왔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2007년 12월 남북 환경보건실무자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뒤 전문가그룹을 만들었지만, 2008년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며 무산됐다.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이듬해인 2011년 3월에는 남한의 문산과 북한의 개성에서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북한이 막판에 거부해 종결됐다. 이 책임연구원은 “시추를 통해 핵실험 등 북한의 지질 활동 전반을 파악할 수 있다”며 “시추 연구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해 거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북한의 세 번째 제안은 2016년 1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의 여파로 결렬됐다.
남북의 백두산 공동연구가 지연되는 사이 백두산은 장백산이라는 중국식 명칭으로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2014년부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후원 하에 영국, 미국과 공동으로 백두산 지표면에 광대역 지진관측시스템을 설치해 마그마방의 거동을 살피고 있다. 남한은 ‘폐쇄적 상황’을 이유로 백두산 연구에 한 발 물러서 있는 상황이다.
이 책임연구원은 “‘백두산 과학기지’를 세우고, 천지 일대를 자유과학지대로 설정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장비를 공유하고,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며 “참여 연구자의 신변 안전, 연구의 지속성 등이 우선 확보돼야 신뢰를 바탕에 둔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 대응] 임진강 홍수 위험 대비
한반도 허리에서 북동쪽으로 길게 뻗은 임진강. 새 날개 모양의 강을 따라 상류에는 북한이, 하류에는 남한이 있다. 그간 임진강은 홍수 피해가 잦았다. 1996년, 1998년, 1999년 발생한 세 차례의 홍수로 128명의 인명피해와 900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2008년 북한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북쪽으로 42.3km 떨어진 지점에 황강댐을 건설했다. 임진강의 유역 관리와 전력 발전, 용수 공급이 목적이다. 하지만 황강댐 건설과 함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 수문을 열어 기습적으로 방류하면서 임진강이 범람해 남한 야영객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황강댐 방류로 접경지역 군부대에는 침수가 발생해 장갑차 등 군사적 피해도 입었다.
임진강의 범람 위험은 많이 줄었지만, 황강댐 방류와 폭우가 동반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지난해 기상 변화로 인한 피해를 72시간 전에 예측할 수 있는 ‘재난대응 의사결정시스템(K-DMSS)’을 개발하고, 공군기상단과 함께 임진강 지역 홍수예측 시스템 구축까지 마쳤다. 이 시스템은 슈퍼컴퓨터를 기반으로 태풍 진로, 강우량, 홍수량 등 미래 예측 정보를 생산해 임진강 홍수 위험에 사전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조민수 KISTI 슈퍼컴퓨팅서비스센터장(위 사진)은 “임진강, 북한강 등 남북 공유하천의 유량을 관리하는 일은 어느 한쪽이 도맡아서 할 수 없다”며 “우리가 보유한 슈퍼컴퓨터로 남북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슈퍼컴퓨터급 고성능 컴퓨터를 보유 하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K-DMSS의 예측시스템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미래 시나리오를 생성하는 물리모델과, 과거의 기상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통계모델 기반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통계모델은 1시간 뒤의 단기적 상황, 물리모델은 1~2일 뒤의 중장기적 상황을 예측하는 데 유리하다. KISTI가 두 모델을 통합한 종합 시스템을 구축한 이유다.
조 센터장은 “임진강의 3분의 2는 북한 영토에 있어 태풍과 홍수 피해를 정확히 검증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기온, 기압, 수증기 등 정확한 기상 정보와 임진강 주변 수문의 개수 등을 파악하면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강을 둘러싼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임진강은 수도권 북부 지역의 용수공급원 역할을 할 수 있는 하천이다. 하지만 지금껏 접경 지역에 위치한다는 이유로 수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지 못했다. 반면, 임진강의 상류를 점하고 있는 북한은 10여 개의 크고 작은 댐을 만들어 전력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KISTI는 향후 이 시스템을 자연재해 예측 시스템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조 센터장은 “자연 재해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지만, 발생 시기와 규모를 미리 안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 피해 규모와 사후 복구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슈퍼컴퓨터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최적의 도구로, 올해 운영을 시작할 KISTI 슈퍼컴퓨터 5호기 역시 재난예측과 국가사회 안전 확보에 크게 기여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3위 산림황폐화 국가로 꼽히는 북한의 산림 복구도 남북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평양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1만2000km²의 산림 지역이 황폐화됐다. 매년 평양과 맞먹는 면적 이상의 산림이 황폐화된 것이다.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이 ‘산림 복구 전투’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만큼 북한에서 산림 복구는 주요 관심사다. 특히 한반도의 토착수종인 소나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솔잎혹파리 등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환경친화적인 방제 기술 개발이 급선무다.
박호용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990년대부터 남북은 곤충병원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미생물 살충제 개발 등의 연구에 직간접적으로 협력해왔다”며 “남한의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협력 한다면 한반도를 넘어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산림 복구 및 생물다양성 보전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량안보] 탄수화물 생산량 최대, 고구마 재배
식량부족은 오랫동안 이어진 북한 사회의 문제로 꼽힌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식량 원조가 줄어든 탓에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5년 기준 북한의 곡물자급률은 70~80%에 이른다. 1960년대 90%였던 남한의 곡물자급률은 현재 24% 수준이다.
그간 김일성 정권은 옥수수, 김정일 정권은 감자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옥수수와 감자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이 필요한 만큼 북한의 상황에 맞지 않았다.
현재 국내 과학계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고구마가 북한 식량부족의 구원 투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위 사진)은 “북한의 식량 및 영양수준은 남한의 1960년대와 비슷하다”며 “황폐한 토양, 부족한 비료와 화학농약 영양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고구마가 북한 식량부족의 대안으로 제격”이라고 말했다.
우선 고구마는 탄수화물을 제공하는 전분 작물 중 수분 이용량이 가장 적다. 비료가 없어도 잘 자라 재배가 쉽다. 또 항산화능력이 높아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에서도 다른 작물에 비해 비교적 잘 자라는 편이어서 핵실험으로 오염된 북한의 토양에도 적합하다.
재배 시 얻을 수 있는 탄수화물 함량이 단위면적당 가장 높아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하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200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단위면적(1000m²)당 옥수수는 연간 1명, 쌀은 2.4명, 감자는 3.4명을 부양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생산한다. 고구마는 3.9명으로 가장 많다.
북한도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낮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북한은 총 면적 320km²에서 연간 43만6000톤(t)의 고구마를 생산한다. 고구마는 위도가 높을수록 생산량이 증가해 북한이 남한보다 재배에 유리하다. 1990년대의 남한이 1만m²의 토양에서 22t의 고구마를 수확했지만, 북한은 현재도 1만m²에서 13.6t의 고구마를 수확하는 수준이다.
곽 책임연구원은 “적합한 품종을 고르고, 생육 방식을 달리한다면 단위면적 당 수확량을 두 배 이상 높여 25t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옥수수, 감자, 밀 등의 재배지를 고구마 밭으로 전환하면 식량난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6년 당시 과학기술부는 ‘남북과학기술교류협력사업’의 일환으로 ‘한반도 식량해결을 위한 내한성 고구마 개발’이라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우리 과학자들은 2006년 7월, 2007년 5월 북한에 방문해 평양농업과학원 산하 농업생물학연구소, 북한 밭작물 연구소 고구마육종연구실과 함께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
고구마를 이용한 북한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이 머리를 맞댈 경우 일차적으로는 북한 지역에 적합한 고구마 품종을 선발하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이후 무균 묘를 생산해 북한 현지에 시범적으로 재배해야 한다. 이후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적정 저장기술을 구축하는 등 순차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고구마를 이용한 기능성 건강식품을 개발하는 등 고부가가치 사업도 가능하다.
곽 책임연구원은 “255년 전 대마도를 통해 한반도로 들어온 고구마는 남한을 거쳐 북한까지 퍼졌다”며 “공동연구를 통해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고, 남한의 식량 수급불균형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의학] 南의 한의학, 北의 고려의학
전통의학을 일컫는 남한과 북한의 단어는 서로 다르다. 남한에서는 ‘한의학’으로, 북한은 ‘고려의학’으로 지칭한다.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모두 동의보감(아래 사진)을 비롯한 전통 의학과 민족 고유의 의약 경험으로 부터 유래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다. 남북이 가장 수월하게 협력을 시작할 수 있는 분야라는 의미다.
분단 이후 한의학과 고려의학은 몇 가지 차이가 생겼다. 남한은 ‘대한민국약전’과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의해 한약의 기준을 정한다. 반면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전(북한 약전)’으로 고려약의 품질규격을 수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약물을 부르는 방식에도 차이가 생겼다. 가령 남한 약전에 ‘황기’ ‘길경’ ‘결명자’ 라고 부르는 약재를 북한에서는 각각 ‘단너삼’ ‘도라지’ ‘결명씨’ 등으로 한자를 최소화하고 순우리말에 가깝게 부른다.
몇 가지 고려약은 한약과 다른 기원을 쓰기도 한다. 가령, 폐질환에 쓰이는 사삼(沙蔘)의 경우 한약은 잔대를 재료로 삼지만, 고려약은 더덕을 쓴다. 천식 치료에 쓰이는 전호(前胡)는 한약에서는 바디나물을 쓰지만, 고려약에서는 생치나물을 쓴다.
이준혁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정책연구센터장은 “한의학의 이론체계와 처방은 남북이 공유하는 소중한 민족 문화”라며 “공동연구와 협력을 통해 일부 차이점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2001~2008년 전통의학 분야에서 남북 교류는 활발한 편이었다. 인도적 차원의 물품 지원과 함께 2003년과 2006년에는 한의학 학술토론회가 평양에서 개최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교류는 기본 정보를 교류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실질적인 연구 협력으로 확대되지는 않았다.
전통의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풍부한 임상 경험은 고려의학이 가진 장점이다.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경제난과 동구권 국가들의 붕괴로 신약 공급체계가 와해됐다. 벼랑 끝에 몰린 북한이 선택한 전략은 고려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남한의 한의학 정부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에 해당하는 북한 고려의학과학원을 중심으로 2016년에는 5만여 건의 민간요법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했다. 또 고려약 위주로 제약 공장을 세우고, 의료 인력 양성과 진료에도 양·한방을 병행했다. 1995년 이전에는 현대의학에 뿌리를 둔 치료가 80%였지만, 최근에는 전통의학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는 다른 식생대에 분포하는 만큼 남북 협력연구가 이뤄질 경우 남한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한약 자원을 획득하고 연구할 수 있다. 2011년 개정된 북한 약전 제 7판에는 고려약제 471종과 고려약 제제 254종이 실려 있다.
이 센터장은 “남북 전통의학혁렵센터를 설립해 공동연구를 진행한다면 남한은 북한의 한약 자원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며 “전통의학 협력 연구는 일종의 작은 통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