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시대’라고 불릴 만큼 입시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이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학생들은 과목별 교과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교 활동에 참여하며 자신의 노력과 열정을 쏟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학교는 다양한 교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학생들이 해당 대회에 참가해 수상을 하면 학교생활기록부의 ‘수상경력’ 항목에 수상 사실이 기록된다.
정량평가 아닌 정성평가, 과정이 중요
흔히 좋은 학교생활기록부의 기준을 항목별 기재된 내용의 양의 많고 적음으로 판단하는 학생들이 많다. 수상경력과 관련된 부분도 예외가 아니라서 ‘00대학의 XX전형에 지원하려면 상을 몇 개나 받아야하나요?’ ‘제가 지금까지 받은 상이 몇 개인데, 얼마나 더 받아야만 00대학에 지원해볼 수 있을까요?’ 등으로 질문하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교과 성적을 중심으로 정량평가(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지표들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를 진행하는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은 정성평가(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동기, 노력, 과정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해 평가하는 방식)로 평가한다. 그러므로 수상의 유무나 개수를 포함해 학교생활기록부의 항목마다 합격 기준이 수치화돼 정해져 있지는 않다.
수상경력을 통해 학생이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얼마나 주도적으로 교내 활동에 참가했고, 대회 준비 과정 및 결과를 통해 어떤 지식과 경험들을 쌓았는지가 수상의 유무, 개수, 순위 등의 정량적 수치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하자.
수상경력은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시 다양한 부분의 평가 요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개 학교생활충실도, 학업역량, 전공적합성, 자기주도성, 발전가능성, 인성 등에서 평가된다. 각 평가 요소별 반영 여부는 대학 전형마다 조금씩 다르므로,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수시 모집요강이나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관련 자료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해 준비하는 것이 좋다.
교내 대회 도전이 수상경력 관리의 시작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지침 상 교외 수상을 적을 수 없는 만큼 수상경력이라 함은 곧 교내 대회 수상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선 학습 계획을 수립하듯 수상을 위한 교내 대회 참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내 대회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필수다. 학기 초 학교의 교육계획서 등을 통해 공지되는 연간 대회 일정을 확인하자. 개최될 대회의 종류, 참가 자격, 일정 등을 확인해 따로 기록해놓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통해 준비해 나가는 게 좋다. 그리고 여러 대회에 무작정 참가하기 보다는 참가 대회의 우선순위를 정해 준비 시간과 노력을 배분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교내 대회의 사례다. 실제 학교별로 운영하는 대회의 종류와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아래와 같은 여러 대회들이 개최된다고 했을 때 우선은 자신의 진로를 위해 내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무엇이며, 대회 참가 및 수상 경험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역량들은 무엇일지 고민해 참가할 대회를 구체적으로 선정해보자.
대회 참여 경험이 없거나 부족해서 걱정될 수 있다. 하지만 교내 대회 참가 시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세운 계획에 맞춰 일단 도전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수상에 대한 부담감을 갖기 보다는 어떤 대회에 참여해 자신의 역량이나 진로 희망과의 연계성을 보여줄 수 있을지 ‘방향성’을 고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처음부터 1등을 목표로 부담을 키우기보다는 1학년 때 장려상을 수상했다면 2, 3학년에 진학해서는 점차 우수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식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 놓아야 한다. 대회에 참가하게 된 계기, 준비과정, 자신의 노력과 실패 경험 등은 자기소개서에 중요한 소재로 활용해 기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 참여를 통해 자신이 했던 노력들은 무엇이고, 어떤 것들을 더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더 나아가 자신의 진로와는 어떤 연관성과 도움이 됐는지 다시금 되새겨 생각하고 정리해 기록해 놓자.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한들 당시 경험의 생생함과 구체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릿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 진로에도 독후감, 글쓰기 필요
다른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와 마찬가지로, 많은 학생들은 교내 대회 참여 및 수상의 초점을 자신의 전공과의 연계성에만 두기 쉽다. 하지만 전공과의 연계성보다 더 중요한 점은 진로와의 연계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다음의 수상경력 사례를 살펴보자.
위 학생의 진로희망은 바이오공공정책연구원으로 생명공학과 진학을 희망했다. 이 학생은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한 역량이 각종 대회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또한 봉사심이 두드러지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 정책을 연구할 준비가 되어 있는 학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특별한 점은 자연계열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신문부 활동, 독후감 등 글쓰기 영역에서 우수한 역량이 수상 내역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연구에는 수많은 논문을 읽고 해석하는 일과 연구 결과를 글로 정리해 발표하는 업무까지 포함된다.
이 학생은 1학년 말 본인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면서, 연구원으로서 자신이 부족한 역량을 판단해 이 역량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대회나 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자기소개서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다.
이렇듯 단순히 지원하려는 전공과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 전공의 궁극적 목표인 진로와 연관 있는 폭넓은 사고를 해야 한다. 단순히 본인의 지원 전공에서 요구하는 역량뿐만 아니라, 본인의 진로희망에서 요구하는 역량과 본인이 부족한 부분까지 고민해 보는 거시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그리고 본인의 진로희망과 본인의 활동을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하나의 서사로 묶어낼 수 있다면, 얼핏 중구난방처럼 느껴지는 대회 활동이 뚜렷한 목적 의식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목표가 뚜렷한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지적 열정이란, 모든 대학에서 요구하는 우수한 인재의 매우 중요한 덕목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듯 수상경력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사항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다른 항목들을 통해 좀 더 구체적이고 다각적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고, 수상경력에서 드러나지 않았거나 명확하게 해석이 어려운 부분들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다른 항목이나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더 명확하게 판단해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수상경력은 다른 학교생활기록부 항목들과 비교했을 때 대회라는 경쟁 구도 속에서 일정 이상의 성적을 내야만 하는 심리적 부담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종종 교내대회 준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는 반면 학교 수업 및 내신 준비에 소홀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러나 학교생활의 성실성과 학업 역량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이자 핵심은 내신이다.
입시라는 틀 안에서 본인이 가진 경쟁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과 수상경력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계획적이고 전략적인 대회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능 성적은 입시에서 선택의 폭을 넓히는 매우 중요한 도구다. 모든 학교 활동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지만, 학교 활동에 지나치게 몰입해 내신과 수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꼭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