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여 과학에 도전하라!”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 과학자의 지위 향상과 여학생의 이공계 진출을 촉진하기 위한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3월 11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역대 노벨상 수상자, 여성 대통령, 프랑스 과학계 원로 등 1천여명의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로레알-유네스코 세계 여성과학자상’ 시상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수상자인 홍콩 과학기술대학의 낸시 입 교수는 성대한 행사에 감동해 연설 도중 울음을 터뜨렸고, 미국 수상자인 하워드 휴즈 연구소 필리파 마랙 교수는 “여학생들에게 밥하고 빨래하는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열변을 토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상은 다국적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과 유네스코가 1998년 제정한 것으로, 매년 대륙별로 5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10만 달러씩의 상금을 준다. 생명과학과 재료공학분야에서 해마다 번갈아 시상하는데, 올해는 생명과학 분야 차례였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연구원(KIST) 유명희 박사가 1회상을 수상했으며, 올해는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시상식에서 마쓰우라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오늘날 지식사회에서 여성이 과학과 연구개발에 공헌하는 것이야 말로 지구촌의 미래와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는 수상식에 때맞춰 발표한 ‘과학에서의 여성의 위치’란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여성과학자 비율이 점점 늘고 있으나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여전히 매우 낮다고 밝혔다.
현재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과학자의 45%가 여성이며, 화학은 30%, 물리학은 20%, 공학은 17%다. 하지만 중요 결정을 내리는 간부나, 정교수 직책으로 올라갈수록 그 비율이 급격히 줄어들고 봉급에서도 차이가 크다.
과학자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과학아카데미 회원을 보면 미국의 경우 1천9백4명 가운데 1백18명만이 여성이고, 영국은 1천1백85명 중 43명, 프랑스는 1백90명 중 9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4백66명 중 여성이 8명뿐이다.
노벨상의 여성 차별도 매우 심하다. 7백20명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30명만이 여성인데, 그나마 과학상 분야는 물리학상 2명, 화학상 3명, 의학상 6명 등 11명에 그치고 있다. “학교 숙제로 여성과학자를 조사해오라는데, 퀴리 부인 말고 또 여성과학자 없나요?” 요즘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인터넷 웹사이트에 가면 심심치 않게 이런 질문이 등장한다.
한국 정부도 여성 과학자 우대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여성 과학자 우대는 성 차별 외에 심각한 이공계 기피를 타개할 효과적인 대책으로 꼽힌다. 정부출연연구소는 여성채용목표제를 도입해 2006년까지 신규 채용 연구원의 15%를, 2010년까지는 20%를 여성으로 뽑을 계획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최근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지원할 경우 정원 외로 입학할 수 있게 해주는 파격적인 안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과기부도 여학생 비율이 30%를 넘는 이공계 대학에 대해 ‘당근’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