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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뉴스] 비트코인, 모르고 사면 독(毒)된다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채굴전문업체. 여러 대의 컴퓨터를 연결한 '채굴기'는 복잡한 연산을 푸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 성공하면 일정량의 가상화폐를 얻는다.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가 화폐의 기능보다는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분위기다. 종일 스마트폰으로 가상화폐 시장 추이만 들여다보는 투자자를 일컫는 ‘비트코인 좀비’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2017년 12월 13일 투자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고강도 규제 방안을 내놓았지만, 규제 방안이 사전에 유출되는 등 해프닝을 겪었고 투기 열풍도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일부 청소년이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10대 청소년 사이에 가상화폐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상화폐는 어떻게 돈이 되나
가상화폐 자체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카드사 포인트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처럼, 돈은 아니지만 돈과 같은 역할을 하는 통화 수단은 가상화폐에 해당한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거래가 많이 되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다. 이외에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리플, 비트코인골드 등 국내에서는 10여 종이 가상화폐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이 포인트와 다른 점이라면 ‘블록체인’이라는 거래 장부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가령 카드사 포인트로 빵을 사면 그 거래 내역은 나와 카드사, 빵집만 알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빵을 샀다는 사실을 안다. 이런 공개적인 거래 방식이 가상화폐를 안전하게 만든다. 거래를 보증해주는 사람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가격이 오를까. 화폐의 총량은 제한돼 있는데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아 가치가 높아져서다. 비트코인은 암호가 걸린 상자(블록)에 담겨 있다. 10분간 오고 간 모든 거래 내역이 한 개의 블록에 담긴다. 이 블록을 풀려면 암호가 필요하다. 64자리 암호 중 앞자리 19개를 맞추면 비트코인이 발행된다.

 

이렇게 암호를 푸는 일을 ‘채굴’이라고 한다. 2009년에는 채굴에 성공하면 50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줬다. 이 양은 4년마다 절반으로 준다. 현재는 12.5비트코인이 보상이다. 누적 총액이 총 2100만 비트코인이 되는 2040년, 발행은 중단된다.

 

암호를 풀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대신 개인 간 거래나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쉽게 살 수 있다. 일본은 2017년 4월 비트코인을 정식 화폐로 인정했고, 미국에서는 12월 11일 시카고 옵션 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비트코인을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투자 과열과 범죄 위험에 규제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분위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 말곤 없나
2017년 12월 14일 기준 세계적으로 1300여 종의 가상화폐가 등장했다. 이중 최근 이더리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과 마찬가지로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이 돼 중간매개자 없는 거래 시스템을 쓴다. 블록에 거래 기록을 저장하는 것까지는 비트코인과 동일하지만, ‘스마트 계약’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 이행 조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를 이행하는 기능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처럼 화폐 자체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고 판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더리움의 가상 화폐는 ‘이더’다. 가령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음원을 구입하려면 1000원 어치의 이더를 판매자에게 보내 음원을 다운로드 할 수 있다. 계약은 이더를 보낸 즉시 성사된다. 그리고 향후 이 음원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하는 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렇게 물건을 사고 팔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플랫폼을 ‘DAPP’라고 한다. DAPP 사용자는 ‘가스 요금(gas fee)’이라 불리는 수수료를 내고, 이 수수료는 스마트 계약을 체결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배분된다.

 

 

블록체인이 뭐길래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은 ‘디지털 상의 모든 기록을 안전하고 투명하게 분산해 저장한다’는 개념이다. 이 기술은 가상화폐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중간 거래자가 없기 때문에 금융 거래 수수료가 사라진다. 해외송금과 같은 비싼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어진다.

 

과거 거래기록까지 모두 공개된 특성은 투명한 시장을 만들도록 도울 수 있다. 가령 내가 먹은 빵이 정말 국산 밀가루로 만든 것인지 파악하고 싶을 때 원산지나 유통 정보를 추적할 수 있다. 또 세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구세군 냄비에 넣은 기부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됐는지 등 조작 없는 투명한 기록을 파악하는 일이 가능하다.

 

연말정산에서는 기부금 영수증이 블록에 자동으로 기록돼 있어 일일이 첨부하던 귀찮은 일이 사라진다. 중고 자동차 매매를 한다면 자동차의 사고 기록, 정비 이력 등을 위조나 변조할 수 없도록 기록이 저장된다. 실제로 서울시는 장안평 중고자동차 매매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블록체인의 안전성이 가상화폐의 화폐로서의 가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가상화폐의 가격은 기대감에 꾸준히 올랐지만, 기대가 꺾이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거품이 순식간에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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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권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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