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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밀스 이론 존재와 질량 간극’ 문제란 무엇인가
조 교수와 윤 교수가 해결했다고 주장한 난제는 ‘새천년(밀레니엄) 상 문제’ 중 하나다. 미국에 있는 비영리 민간 수학연구소인 클레이수학연구소에서 2000년에 해결하기 어려운 7개의 수학 난제를 선정했는데, 문제 하나를 풀 때마다 100만 달러(약 11억 원)의 상금을 주겠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2002년 러시아 수학자 그레고리 페렐만이 푼 ‘푸앙카레 추측’도 새천년 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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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팀이 참여한 문제는 ‘양-밀스 이론 존재와 질량 간극’이다. 표준모형의 입자는 광자와 글루온(강한 상호작용의 매개 입자. 쿼크 등을 결합시킴)을 제외하고는 모두 질량이 있다. 이 질량의 근원은 힉스 메커니즘이라고 하는 입자물리학적 과정이다. 힉스 메커니즘을 통해 원래 질량이 없던 각종 물질 입자들(쿼크 및 전자, 중성미자)과 약한 상호작용의 매개입자인 W입자와 Z입자가 질량을 갖게 된다.
그런데 양성자를 생각해 보자. 양성자는 기본입자가 아니다. 기본입자인 쿼크 세 개(위 쿼크 두 개와 아래 쿼크 하나)와 이를 결합해주는 글루온으로 결합해 이뤄져 있다. 이 중 글로온은 질량이 없고, 위 쿼크와 아래 쿼크의 질량은 각각 2.4MeV/c2, 4.8MeV/c2 정도다. 따라서 쿼크 셋과 글루온의 질량을 모두 합하면 9.6MeV/c2이다. 그런데 측정을 통해 알게 된 양성자의 질량은 무려 거의 100배나 더 많은 938MeV/c2이다. 다시 말해 ‘우주에 질량을 부여했다’던 힉스 메커니즘은 양성자 질량의 고작 1%만을 설명할 뿐이다. 이는 중성자도 비슷하며, 이처럼 기본입자가 결합해 이뤄진 합성 입자들(중입자 또는 강입자 등으로 불린다)의 특징이다.
그럼 나머지 질량은 어디에서 나타날까. 이 문제는 ‘공간에서 질량을 가진 입자가 나타날 수 있는가’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여기에 관여하는 수학적, 이론물리학적 문제가 바로 질량 간극 가설이다. 새천년 상 문제는 이 가설을 수학적으로 증명할 것을 요구했다(기자가 이해한 수준에서 아주 단순하게 맥락만 푼 설명이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과연 7대 난제 문제에 해당하는가
이번 조 교수팀의 연구는 쉽게 말하면 쿼크가 어떻게 서로 튕겨 나가지 않고 모이는가를 다룬다. 조 교수팀은 이 과정에서 질량이 생기며, 이게 바로 양-밀스 이론의 질량 간극 문제의 풀이와 같다고 본다. 새천년 상 문제를 풀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조 교수는 자기홀극(모노폴)이라고 하는 분야의 전문가다(모노폴에 대해서는 과학동아 2011년 1월호 특집 참조). 그래서 이 주제를 이용해 논문을 썼고, 미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세계 정상급 학술지인 ‘피지컬리뷰D’에 발표했다. 질량이 없는 글루온이 뭉치면 글루온의 개별 성질을 잃는 대신(마치 도토리의 특성을 잃은 묵처럼) 질량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자기홀극을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으로 강입자의 질량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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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에 게재됐으니 일단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연구라는 점은 자명하다. 문제는 두 가지다. 이게 과연 수학의 새천년 상 문제와 관련이 있을지 여부와, 물리학적으로 정말 대단한 의미가 있을지 여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입자이론물리학자 세 명 및 수학자 두 명과 전화 통화 또는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먼저 새천년 상 문제와의 관련성은 대부분의 학자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강영 경상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질량을 공리적으로 보여야 하는 문제로 수학자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물리학자가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수학자가 풀 수 있는 주제도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필진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교수는 “7대 난제 중 유일하게 끝까지 풀리지 않은 채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수학계는 아예 논란거리도 되지 못한다고 규정했다.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는 “공리적인 기초를 제시해야 한다는 문제의 요구사항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다”며 “좋은 물리학 논문이지만, 수학적인 가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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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적 의미도 두고 봐야 해
물리학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거나 “좀 더 두고보자”는 의견이 강했다. 이원종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양-밀스 이론에서 질량 간극은 상태에 따라 무한 개가 존재할 수도 있다”며 “어떤 질량 간극을 해결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조 교수팀이 쓴 자기홀극 응축으로 답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해도 더 중요한 양자효과에 대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의 극히 일부만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번 보도 사태는 시작부터 무리가 많았다. 새천년 상 문제에 해당하는 답인지, 정말 해결했는지 등은 2~3년 뒤 검증을 거쳐 확정된 뒤에 이야기해도 늦지 않았다. 물리학적인 의미는 학자들이 논문을 통해 반박하거나 확대, 보충하면 됐다. ‘한국인이 했다’는 말만으로 내용도 모른 채 열광하는 게 옳을까. 열광은 때 늦은 게 오히려 나을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