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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감소속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1천5백년 후에수 지구자기장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

천재 아인슈타인이 어렸을때 나침반(羅針盤)이 남북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하다. 중국 여씨춘추(女氏春秋, B.C. 249년~B.C. 237년)에 이미 자석(磁石)에 대한 기록이 나오지만 나침반은 11시기 말에 중국에서 발명된 것 같다. 그후 14세기 즈음에 이것을 유럽사람들이 항해에 이용했다.

나침반은 정확하게 진북(眞北)을 가리키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엄밀히 말하면 자북(磁北)을 나타낸다. 흔히 이 진북과 자북의 사이각을 편각(偏角)이라고 한다. 콜룸부스(Columbus)가 대서양을 횡단했을 때의 일이다. 출발점 부근에서는 진북의 동쪽으로 치우쳤던 나침반이 서쪽으로 항해하면서 차차 진북방향으로 바뀌고 그후에는 진북의 서쪽으로 치우쳤다고 기록돼 있다.

콜룸부스의 기록은 장소가 다르면 편각도 다를 수 있음을 뜻한다. 그런데 최근 지구물리학자들은 지자기의 편각이 지구상의 각 지점에서 매년 평균 약 0.2˚만큼씩 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과거 약 1백년 동안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지자기의 세기(strength)가 계속 약해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감소율이 계속 유지된다면 앞으로 약 1천5백년 후에는 지구자기장이 완전히 없어질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많은 지구물리학자들은 지구자장의 강도가 얼마가지 않아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다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과거에 수없이 그랬듯이 지구자장의 세기가 거의 전부 없어져 죽어버리는 듯하다가 남북극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되살아나는 지자장의 역전(地磁場의 逆轉, geomagnetic field reversal)현상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표면에서의 지자장의 방향 강도 분포형태로 판단한다면 지구는 한개의 큰 쌍극자 자석과 같다. 그러나 현재는 지자장의 약90% 만이 쌍극자에 의한 성분을 갖고 있다. 그 나머지는 복잡한 여러 개의 자극에서 발생하는 자장성분을 나타낸다. N극은 지리상의 남극부근에, S 극은 북극부근에 있다. 물론 지자기의 복각(伏角)도 변한다.
 

지자기의 역전현상을 발견한 알렌 콕스와 브렌트 달림플
 

복각도 변하고

우주의 삼라만상(森羅萬象) 어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지자장도 예외가 아니다. 지자장이 생성되고 또 그 강도와 방향이 변하는 원인은 지구의 외핵(外核)에 있다. 외핵은 지구의 중심부에 있는 내핵과 같은 금속성분(주로 철)으로 구성돼 있지만 유일하게 액체다(외핵물질이 고화(固化)돼 내핵이 만들어졌다는 학설이 최근 유력하다).

먼저 지자장이 어떻게 해서 발생되는지 알아 보자. 외핵에 상존하는 높은 열(방사능열)과 중력(重力) 그리고 지구자전에 의한 에너지가 이 액체(외핵)를 계속 대류(對流) 시키고 있다. 또 곳에 따라서는 와류(渦流)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외핵 내에서 액체가 어떤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내핵은 지구전체의 자전속도와 약간 다르게 돌고 있기 때문에 나사형태의 굴림대(screwlike roller)모양으로 외핵 액체가 운동한다는 것이 최근의 모델이다. 이때 외핵내에 있는 자유전자(自由電子)의 흐름이 전류를 일으키고 또 이 전류는 자장을 발생시킨다. 또한 도체(導體)인 철성분이 움직이면서 이미 그전부터 존재해 있던 약한 자장(磁場)과 상호작용을 해서 전류를 발생시키게 된다. 이 현상은 구리(銅)와 같은 전기도선을 자장 내에서 움직이면 그 도선 내에 전류가 발생되고 그 전류가 즉시 자장을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액체의 운동은 새로 발생한 자장을 늘려 퍼뜨리게 하고 또 자력선을 겹쳐 중첩시키는 작용을 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에너지를 증폭시킴으로써 전기저항에 의해 감소 되는 에너지를 보충한다. 이렇게 지구 다이나모는 자기 스스로를 격려하고 흥분시켜 자력(磁力)을 계속 유지시키는 힘을 지탱한다. 그래서 흔히 자기여자(磁氣勵磁)다이나모(self-exciting dynamo)라고 부른다.

외핵에 포함된 방사성 열과 지구자전에 따른 에너지 이외에도 자꾸만 감소되는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이 또 있다. 이를테면 외핵 내의 물질이 분화(分化)하면서 고체인 내핵이 성장할 때 일어나는, 분화에 의한 잠열(潛熱)도 전기저항에 따른 에너지 감소를 보충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처럼 외핵의 액체운동이 자장을 만드는 것을 '지구 다이나모'(geodynamo)라고 한다.

다이나모는 어떤 동적(動的)인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 및 자력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모든 기기들을 의미한다. 수많은 고온의 항성(恒星)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태양계의 차가운 행성들도 대부분이 각자의 자장을 갖고 있다. 이 천체들의 자장도 지구 다이나모와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되고 있다. 다이나모에 관한 연구는 자력유체역학(magnetohydrodynamics) 분야에 속한다.
 

미국 오레곤주의 화산암이 1억5천만년 전 이후 지구자장의 경로를 보여준다. 역전된 상태에서 현재와 같은 정상상태로 바뀌는 경로가 복잡하다.
 

역전의 흔적, 곳곳에서 발견돼

다이나모에 대한 기초이론만은 확고부동 한 것으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미비된 점이 허다하다. 그래서 지자장의 복잡한 변화과정 등은 아직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수성(水星)의 핵은 고체인데 어떻게 자장(약하지만)을 갖고 있는가, 태양의 매우 얇은 대류충이 어떻게 해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장을 신속히 역전(逆轉)시키는가, 또한 일부 항성들이 갖는 예외적으로 강한 자장도 다이나모 학설로는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오래 전(약 25억년 전)부터 지자장이 있었고 또 지자장이 계속 변해 온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알아 보자. 유물이나 기록이 없으면 역사연구는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몇억년 전의 지구자장의 세기 및 방향에 대한 기록이 없다면 그 당시의 지자장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없다. 화성암(火成岩)중에서 화산암, 퇴적암 중에서 적색사암과 석회암 등은 그 암석들이 생성된 장소에서 그 당시의 지구자장의 방향을 영구자화(永久磁化)한 채로 지금까지 보존돼 있다.

암석의 자화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을 암석자기학(岩石磁氣學)이라고 한다. 한편 고지자기학(古地磁氣學)은 암석에 기록된 먼 옛날의 지구자장의 변화를 비교 연구, 지질학 및 지구물리학의 여러 현상을 설명하고 또 지하자원 탐사 등에도 응용하는 학문이다.

한라산과 울릉도에서 채취한 암석들을 실험실에서 측정한 결과, 이들 두 화산이 처음 터졌을 때 지구자장은 남 북극이 서로 뒤바뀌어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약 3만년 전에 지자장의 역전이 있었지만 그 기간이 매우 짧아 한라산이나 울릉도의 역전된 기록과 대비된다고 말하기는 매우 곤란하다.

지금과 같은 자남북극(磁南北極)의 상태를 정자기상태(normal polarity)라고 하는데 그 반대상태는 역자기상태(reverse polarity)라고 불린다. 지금부터 약 73만년 이전에는 지구자장이 오랫동안 역자기상태로 있었다. 따라서 제주도와 울릉도 화산이 약 1백만년 전에 터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세기에 걸친 지자장의 변화 ①1772년 ②1882년 ③1980년
 

방황하고, 산보하고

지구자장이 한번 뒤바뀌는데 보통 3천~4천년이 걸리지만 역전된 후에는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기 때문에 지구가 지자극을 역전 시키는데 소비한 시간은 지구역사의 약 2%에 불과하다(과거 1억7천만년 동안을 살핀 연구결과). 지구의 자남북극들은 가만히 있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데 평소에는 회전축을 중심으로 비틀거리고(wobble) 방황(polar wandering)한다. 자극의 비틀거림은 지자기의 영년변화(永年變化)의 일부다.

때로는 지구자장이 비틀거리며 방황하는 단계를 벗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완전히 역전되지는 않고 역전되는 듯하다가(남북극이 적도 부근까지 옮겨갔다가) 되돌아가기도 했음을 고지자기학자들은 밝혀냈다. 이런 지자기의 행동을 자극의 산보(散步, excursion)행위 또는 유산(流產)된 역전(aborted reversal)이라고 부른다. 지구의 남북자극들은 방황 산보하다가 무슨 싫증이 났음인지 남북극이 서로 위치를 뒤바꾸기도 했다. 그 후 뒤바뀐 현실을 후회(?)해 다시 원상복귀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지자장은 지질시대를 통해 수백번~수천번 역전과 반전을 반복했다. 중도에서 마음을 고쳐먹는 역전유산(逆轉流產) 등의 행동은 마치 사람의 변덕스러운 심리와 유사한 데가 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지자기의 행동은 반드시 자의로 저지르는 짓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외부로부터의 물리적 압력이나 영향을 받은 타의(他意)의 증거는 없는 것이 확실하다.

특히 해저암석에 기록된 지자장의 변화를 세밀히 연구한 결과, 약 2억년 전에는 모두 한 덩어리로 있었던 대륙이 그후 뿔뿔이 흩어져 지금과 같은 위치로 이동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를 근거로 판구조론(板構造論) 이란 새로운 학설을 제창, 지구과학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자기가 여러가지 모양으로 변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 대체로 핵과 맨틀의 경계(Core-Mantle Boundary, CMB)면의 기복(起伏) 등이 외핵의 액체운동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구물리학자들은 해석하고 있다.

빙하기를 초래할 수도 있어

지구자장이 역전되는 기간에는 지구자장의 세기가 10분의 1 정도로 감소되거나 거의 소멸될 때도 있었다. 벌이나 비둘기가 그들의 작은 뇌속에 자철석으로 만든 더 작은 자침(磁針)들을 담아 넣어 집을 찾을 때 나침반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특히 흐린 날씨일 때 보조로 사용). 최근에는 고래와 참치 등도 머리속의 자침을 나침반으로 이용, 먼 바다를 왕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구자장이 크게 변할 때 이들 생물체가 받을 영향 또한 매우 클 것이다. 그래서 생물자기학자(生物磁氣學者)들은 지구자장의 역전이 생물진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 인류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생각해 보자. 캘리포니아공과대학의 한 교수는 사람의 두뇌속에도 자침역할을 하는 자철석들이 들어 있을 것이란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실체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아무튼 지자장의 역전이 인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지자장이 사라지면 태양에서 오는 이온화된 입자들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거침없이 지표면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반 알렌 대(Van Allen belt)와 같은 전리층에는 큰 변화를 일으켜 전화 통신(전신)에 막대한 영향을 주개 될 게 확실하다. 아마도 장거리 통신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구자장은 지구전체의 기후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지자장이 없어진다면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전기를 띤 입자들이 대기권에서 수증기를 결집하게 되므로 지구는 항상 짙은 구름으로 덮이게 될 것이다. 그러면 태양열을 차단하게 돼 기온이 낮아질 것이고 결국에는 빙하시대가 올 수도 있다.

앞으로 달이나 화성을 점령하는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지자장의 변화에 대한 연구는 장래에 우주여행을 하거나, 달과 화성을 점령해 지구화할 때 꼭 필요한 자기환경연구(magnetic environmental study)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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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창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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