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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가장 어두운 사막에서 우주의 새벽을 기다리다, SKA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취재기

남아프리카공화국 서부의 반사막 지대인 ‘카루’는 세계에서 가장 밤이 어두운 곳 중 하나다. 빛공해도 전파 잡음도 없는 이곳에서 현재 ‘우주의 새벽’을 보기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이 초기 가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관측을 앞두고 있다. 2025년 12월 3일, 전 세계에서 모인 다국적 과학기자단과 함께 평방킬로미터 간섭계(SKA) 프로젝트 건설·운영 현장을 다녀왔다.

 

 

평방킬로미터 간섭계(SKA)가 건설되는 지역은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기자단은 소형 비행기를 타고 와야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기자.

 

“승객 여러분, 비행기가 곧 착륙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세요.”


단발기의 먹먹한 엔진 소음 속에서 조종사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왁자하던 다국적 기자단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3일 아침 8시(현지 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날아온지 두 시간. “저기 봐!” 멕시코에서 온 카르미나 데 라 루즈의 외침에 일행이 창밖을 내다봤다. 초록이 무성하던 사바나 대신 붉은 흙빛 가득한 사막이 보였다. 말라붙은 관목 사이로 정상이 평평한 메사가 펼쳐진 이곳은 카루(Karoo). 연평균 200mm 정도의 비가 내리는 반사막이다. 


그리고 사막 저 멀리 주변 풍광과는 이질적인 인공물이 보였다. 흰색의 전파망원경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가, 마치 현대 조각가가 재해석한 그리스 석상처럼 강렬한 햇빛을 받으며 서 있었다. 반경 200km 내에 아무것도 없는 이 텅 빈 사막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망원경, ‘평방킬로미터 간섭계(SKA·Square Kilometer Array)’ 건설 현장에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GIB
평방킬로미터 간섭계(SKA)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카루 지역의 미어캣 국립공원 내부에 건설된다. 해발고도 1000m의 고원이자 반사막으로, 전파 간섭을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위치다.

 

 

한줌 전파 잡음도 허용하지 않는 전파 무균실

 

SKA는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지어지기 시작한 세계 최대의 차세대 전파망원경 프로젝트다. 남아공은 물론 호주, 영국, 중국을 비롯해 세계 16개 국가가 참여해 호주와 남아공 두 곳에 전파망원경을 짓는다. 카루에는 이전부터 남아공이 운용하던 미어캣(MeerKAT) 망원경을 포함해 350MHz~15.4GHz의 중간 대역대 전파를 검출하는 접시 형태의 전파망원경이 총 85대가 설치됐고, 2032년까지 112대가 추가로 설치될 계획이다. 그러면 총 197대, 최대 직경 150km에 달하는 거대한 전파망원경 시스템이 구축된다. 한편 호주 서부 머치슨 사막에는 더 낮은 주파수의 전파를 검출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닮은 금속 안테나가 무려 13만여 개 건설되고 있다.


“지금부터는 모든 전자제품을 꺼야 합니다. 휴대전화는 차례로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끄시고 비행기 모드를 켜주세요. 그다음 전원을 끄고 이 봉투에 넣어주세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엄격한 전자장비 단속이 시작됐다. 카루의 안전 담당자 살로몬 두 플레시스에게 노트북, 카메라, 심지어 무선 이어폰까지 제출하고 차에 올랐다(물론 휴대전화와 노트북이 없으니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을 수도 없었지만). “작은 전자제품의 전파 간섭으로도 관측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요. 불편하시겠지만 저희가 강도 높게 전자장비를 통제하는 이유입니다.”


차가 일으키는 뿌연 흙먼지 너머 여기저기로 SKA 전파 망원경 말고도 SKA의 프로토타입인 KAT-7, 헤라(HERA·수소 재이온화 배열 전파망원경) 등 다양한 구조물들이 보였다. 이것들이 남아공전파천문대(SARAO)가 관리하는 이 사막에 건설된 이유는 카루가 세계에서 전파 방해가 가장 적은 ‘전파 무균실’이기 때문이다. “케이프타운 같은 거대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전파를 관측하기 위한 기상 환경도 좋습니다. 주변을 둘러싼 산맥들이 외부 전파를 차단해 주기도 해요.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하늘을 가진 곳이죠.”


SKA 본부 건물도 지하에 건설됐다. 건설 과정에서 나온 흙은 옆에 쌓았다. 전파 잡음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SKA의 소통 담당자인 밀리사 켄타네가 두께가 5cm는 될 것 같은 금속 문을 보여줬다. “서버 장비도 금속과 여러 겹의 철망으로 차폐했습니다. 전파 신호가 새 나가지 못하도록요.” 건물 전체가 ‘패러데이 새장’인 셈이다.


SKA 연구자들이 강박적으로 전파 간섭을 잡아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는 일반 휴대전화의 신호 강도보다 1000조 배까지 약하다. 여기서 나아가 전파 간섭은 전파천문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한다. 2001년, 에밀리 페트로프 당시 호주 스윈번공대 연구팀은 ‘페리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2.3~2.5GHz 대역의 특이한 전파 신호의 정체가 전자레인지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doi: 10.48550/arXiv.1504.02165 전파천문대 휴게실에 있던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도중 문을 열면 잠깐 동안 꺼지지 않은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마이크로파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전파망원경에 의문의 신호를 새겼던 것이다.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이 한낱 블루투스 이어폰 때문에 우주의 새벽을 놓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될 것 아닌가.

 

SKA 본부에 모인 과학기자단이 에이드리언 팁레이디 남아공전파천문대 부총괄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SKA 프로젝트의 관측 목표 8가지
▲SKAO
우주 여명기 관측
우주 탄생 1억~5억 년 후, 최초의 별 등 천체가 형성되는 시기인 ‘우주 여명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SKA의 주요 미션 중 하나다. 호주에 설치될 SKA-Low 망원경은 우주 여명기의 희미한 별빛 대신, 별빛의 영향으로 중성 수소가 흡수하거나 내뿜는 전파 신호를 관측할 예정이다.
▲LIGO/T. Pyle
중력파 관측
SKA 망원경은 밀리초펄사가 방출하는 전파 신호를 관측해, 중력파로 인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이를 통해 초거대블랙홀 주변과 같이 극단적인 환경에서 발생하는 중력파를 관측해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 극단적인 조건에서도 검증되는지 확인한다.
▲Claire Lamman/DESI collaboration
우주론과 암흑에너지
암흑에너지는 우주의 팽창을 가속하는 알려지지 않은 힘에 붙은 용어다. 최근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뜨거운 분야로 올라섰다. SKA 또한 우주의 지도를 그려 암흑에너지가 우주의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Natasha Hurley-Walker / GLEAM Team
별의 한살이
가장 가까운 은하인 우리은하 내부를 들여다보면 우리은하의 구조는 물론 별의 한살이를 알 수 있다. 개별 별에 관한 관측은 물론이거니와, 별과 별 사이에 흩어진 성간 물질의 조성을 전파로 분석하면 별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ESO
은하의 진화
은하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할까? 전파망원경은 먼지 구름을 투과해 은하의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다. SKA는 현재의 전파망원경이 관측 가능한 거리보다 훨씬 먼 범위에서, 최대 10억 개 은하를 관측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은하의 발달 과정을 규명한다.
▲Ruhr Universität Bochum
우주 자기장
지구처럼, 우주 전체에도 다양한 종류의 자기장이 만들어져 있다. 우주는 어떻게 자기장을 형성하게 됐을까? 다른 광학 망원경은 자기장을 관측할 수 없지만, 전파망원경은 편광된 전파를 여러 주파수에서 관측해 우주 자기장을 볼 수 있다.
▲SKAO
고속 전파 폭발
고속 전파 폭발(FRB)은 밀리초 단위의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는 전파 폭발이다. 무엇이 FRB의 원인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SKA는 한번에 넓은 하늘을 관측할 수 있어 FRB를 발견하고, FRB를 이용해 우주 공간의 물질 분포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SKAO
외계의 생명 탐색
외계 생명 탐색에는 다양한 전파천문학 연구가 포함된다. 외계행성의 생성 과정, 스펙트럼 분석을 통한 유기물 탐색, 외계행성 조사까지 SKA가 할 수 있는 일에 포함된다. 심지어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SETI) 프로젝트처럼 직접 외계인의 전파를 찾을 수도 있다.

 

전파망원경으로 우주의 새벽을 보다

 

오전 11시, SKA 본부에서 에이드리언 팁레이디 SARAO 부총괄이사가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SKA 프로젝트의 목표를 설명했다. “SKA는 우주의 기원부터 암흑에너지, 우주 자기장까지 다양한 관측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가 설명한 SKA의 주요 관측 목표는 여덟 가지에 달하는데, 이 중에서 특히 주목을 받는 두 가지 목표는 ‘우주 여명기(Cosmic dawn)’ 관측과 중력파 관측이다.


이곳에 오기 전 미리 만난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SKA·ALMA센터장은 “말 그대로 우주 여명기는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1억~5억 년 후, 우주에 만들어진 천체들이 최초로 빛을 내는 시기”라 설명했다. 조금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우주 탄생 후 약 37만 년,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낮아지면서 우주는 거의 균일한 밀도의 중성 수소로 가득 찼다. 이때는 아직 이 수소가 뭉쳐 별이나 은하처럼 빛을 내는 천체를 만들지 못했는데, 이 시기를 우주의 ‘암흑 시대’라 부른다. 이후 중성 수소가 스스로의 중력으로 서서히 뭉치면서 천체가 만들어졌고 이 첫 번째 별이 빛을 내면서 우주의 새벽이 시작됐다.


SKA는 극도로 희미한 첫 번째 별빛을 직접 보는 대신, 중성 수소가 흡수하고 방출하는 21cm 파장대의 전파를 관측한다. 별들이 탄생해 빛을 뿜어내면, 우주 공간의 중성 수소가 21cm 파장의 전파를 흡수한 신호가 남아 우주에 불이 켜진 순간의 증거가 된다. 손 센터장은 “전파 신호가 매우 약한 데다, 기존 전파망원경과 다른 낮은 주파수를 관측하는 고감도 망원경이 필요한데 바로 SKA가 볼 수 있는 범위”라 설명했다. “우주배경복사처럼, 우주 초기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정말로 강력한 실마리가 될 겁니다.”


손 센터장이 기대하는 SKA의 또 다른 목표는 중력파 관측이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장의 파동이다. 2015년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 처음 관측에 성공한 바 있다. “LIGO의 경우 중력파가 오는 방향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천체의 구체적 위치를 확인하는 데 오래 걸리죠.” 그런데 손 센터장은 전파망원경인 SKA로 중력파를 관측할 방법이 있다고 했다. 열쇠는 ‘펄사’다. “우리 은하에는 주기적으로 규칙적인 전파를 방출하는 ‘밀리초 펄사’라는 천체가 1000개 이상 있습니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이 우주 등대들의 규칙적인 신호에 미세한 시간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SKA가 제대로 작동하면 이 시간 오차를 역으로 계산해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중력파를 검출하면 전자기파, 중력파, 중성미자 등 다양한 신호를 통해 한 천체를 관측하는 ‘다중 신호 천문학’에도 신세계가 열린다. “특이한 중력파 신호가 관측되면 전 세계의 천문대에 연락해 함께 한 천체를 관측하는 거죠. SKA는 천문학 전 분야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다줄 겁니다.”

 

안드레 워커 SKA 데이터 센터 매니저가 기자단에게 중앙 데이터 센터에 관해 설명 중이다. SKA가 완공되면 1초에만 8.8TB의 데이터가 이곳에 기록된다.

 

150km에 흩어진 접시 197개가 동시에 관측하려면

 

우주의 새벽부터 중력파까지 관측하려면 기존 전파망원경의 성능으로는 부족하다. SKA 프로젝트는 수백 대의 전파 접시를 모아서 거대한 망원경처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전파망원경은 전파로 우주를 관측하는 장비다. 망원경이 유리와 렌즈로 가시광선 빛을 모은다면 전파망원경은 전파 빛을 거대한 안테나 접시로 모은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전파는 파장이 길어 분해능, 즉 서로 가까이 있는 두 물체를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를 극복하는 발상이 여러 전파 망원경을 한 대의 망원경처럼 운용하는 전파간섭계 기술이다. 


전파간섭계의 가능성을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19년 사상 최초로 블랙홀 M87*의 이미지를 촬영하는 데 성공한 ‘사건의지평선 망원경(EHT)’이다. 당시 EHT는 미국 하와이부터 멕시코, 스페인, 남아메리카 칠레, 남극에 이르는 국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구축해 초장기선 전파간섭계(VLBI)를 만들었다. 말 그대로 ‘지구만 한’ 접시를 만들어서 5500만 광년 떨어진 초거대 블랙홀이 만든 빛 무늬를 관측할 수 있었다.


전파망원경 접시 여러 개를 마치 하나의 큰 접시처럼 동시에 사용하기. 개념은 간단하고 성공 사례도 있지만,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천체가 어느 방향에 있느냐에 따라 서로 떨어진 두 전파망원경에 도달하는 빛에 미세한 시간 차가 생길 수 있다. 이 시간차는 천체의 방향은 물론, 지구의 자전 방향과 속도, 그리고 두 전파망원경 사이 거리에 따라 급격히 커진다. 완성된 간섭계의 폭이 150km에 달하는 데다, 미세한 시간 차를 이용해 중력파를 관측하려는 SKA 프로젝트에서 이런 시간 보정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저희는 원자 시계를 사용합니다. 관측 데이터가 모이는 중앙 센터에서 각 망원경으로 원자 시계의 시간에 맞춘 펄스 신호를 보내요. 이 시간을 기준으로 망원경 사이의 시간을 보정하죠.”


안드레 워커 SKA 데이터 센터 매니저가 중앙 데이터 센터를 보여주며 말했다. 서버가 돌아가는 낮은 저음과 냉방 장치의 시끄러운 바람 소리가 울렸다. “SKA가 완성되면 1초에만 8.8TB(테라바이트·1012바이트)에 달하는 미가공 데이터가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올 겁니다. 여기서 후처리 과정을 거치면 5TB까지 줄어들어요. 정제한 데이터만 1년에 350PB(페타바이트·1015바이트)니 엄청난 양이죠.”

 

남반구의 은하수를 배경으로 SKA의 전파망원경이 서있다. 남반구는 우리은하 중심부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제 프로젝트 SKA, 한국이 기대하는 이유

 

“이곳이 최근 설치된 SKA 망원경입니다.”


SKA 견학의 마지막 순서로 망원경 건설 현장을 직접 가봤다. 전파망원경은 하늘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거대했다. 팁레이디 부총괄이사는 “망원경 높이만 21m”라 답했다. 7층 건물 높이다. 모양도 기존 망원경과 다르게 비대칭적으로 생겼다. “SKA 망원경은 접시가 받은 전파를 기록하는 수신기를 접시의 중간이 아닌 아래쪽에 배치했어요. 그래서 접시 전체를 전파 수신에 사용할 수 있죠.” 


전자 장비를 쓸 수 없는 기자들은 종이와 펜, 녹음기 같은 전통적인 취재 장비로 설명을 받아 적었다. 그만큼 민감하고 중요한 장비다. 심지어 잡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망원경의 전파 수신기에 액체 헬륨 패널이 설치됐다. 열역학적 잡음이 데이터를 더럽히는 걸 막기 위해 영하 270℃ 저온으로 수신기를 안정화한다는 의도다.


기술적 정점에 다다른 망원경은 앞으로 총 197개 지어질 예정이다. 총 비용만 약 3조 원, 망원경은 물론 전력과 통신 인프라까지 모두 처음부터 설치해야 하는 엄청난 사업이다. 당연히 다른 국가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망원경 외관 장비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조됐습니다.”


팁레이디 부총괄이사의 말은 SKA가 세계 각국의 잠재력을 모아 만들어지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임을 실감케 했다. 마치 올림픽처럼, 망원경 부지 선정 단계부터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여기서 중국과 캐나다를 제치고 남아공과 호주가 선택됐다. 


팁레이디 부총괄이사는 “남반구는 북반구와 달리 아직 전파망원경이 많이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점이 있다”며 “하늘의 전혀 다른 영역을 관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남아공의 그동안 축적된 전파천문학 역량과, 천문 관측을 위해 법으로 카루를 천문학 특별 구역으로 만들 정도로 열정 넘쳤던 남아공 정부의 지원이 더해졌다. 


현재 다른 국가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해 SKA에 참여한다. 남아공 전파망원경은 중국이, 호주 전파망원경은 이탈리아에서 제작을 총괄하고 있다.


여러 지정학적 격변으로 지구는 하나라는 개념이 흔들리는 시대지만, 천문학은 여전히 협력이야말로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준다. 사건의지평선 망원경도 협력을 통해 지구 크기만 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았다면 블랙홀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국가가 속속 SKA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 우주항공청은 2025년 5월 SKA 본부와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준회원국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논의 중으로, 전파망원경 건설 및 운영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구체적인 참여 방식은 국내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논의 중이다.


한국이 SKA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여러 면에서 이점을 얻는다. SKA가 수집한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받아 연구 성과를 먼저 낼 수 있다. 우주의 새벽을 좀 더 일찍 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거대한 국제 전파천문학 네트워크에 참여하게 된다는 상징성과 의미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의 SKA 프로젝트 참여를 주도하는 손 센터장은 “현재의 SKA 구축 사업과는 별도로 SKA를 업그레이드해서 아프리카, 유럽 등 여러 대륙과 연결해 분해능을 높이는 ‘SKA-VLBI’ 계획이 있다”며, “한국이 SKA-VLBI에 들어가면 관측에 큰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간섭계 망원경이 가지는 중요한 강점 중 하나는, 주변의 인공 전파 잡음을 훨씬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 이유로 SKA와 함께 관측을 하면 망원경의 분해능을 높이고, 데이터 잡음의 상당 부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전파망원경 건설 현장을 둘러보는 중인 기자단. 남아공에 설치되는 전파망원경의 부품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됐다. 세계 각국의 협업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우주의 새벽을 향한 관측은 이제부터

 

고대 그리스인은 자신들이 닿을 수 없는 신성에 가닿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우스, 니케, 아프로디테 같은 신의 모습을 흰 대리석에 새겼다. 200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사람들은 닿을 수 없는 우주의 신성에 닿고자 사막에 흰 망원경을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2024년과 2025년, 남아공과 호주의 SKA 전파망원경 가동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관측을 시작하는 2032년 이후로는 SKA가 기존 전파망원경보다 최대 8배의 감도, 4배의 해상도, 135배의 관측 속도를 보여주리라 기대하고 있다. 더 정밀한 망원경은 전파 잡음의 장막을 걷어내고 희미한 우주 여명기의 빛을 보여줄 것이다.


“카루는 밤에 가면 진짜 좋아요. 광공해가 없어서 남반구의 은하수가 정말 쏟아질 듯 잘 보이거든요.” 사전 인터뷰에서 손 센터장은 카루의 밤 풍경을 추천했다. 이번에는 밤의 카루를 볼 수 없었지만, 언젠가 다시 이곳에 돌아와 밤하늘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밤이 내리는 곳에서, 우주의 새벽을 보기 위한 인류의 끈질긴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다. 

 

▲NASA, ESA, CSA, STScI, SARAO, Samuel Crowe (UVA), John Bally (CU), Ruben Fedriani (IAA-CSIC), Ian Heywood (Oxford)
전파의 눈으로 보면 익히 알던 우주 대신 생경한 하늘이 펼쳐진다. 평방킬로미터 간섭계(SKA)의 초기 단계였던 미어캣(MeerKAT) 전파망원경이 관측한 우리은하 중심부. 중심부에는 은하수 초거대 블랙홀 주변 영역이 빛나고 있다. SKA는 이보다도 자세한 우주의 이미지를 가져다 줄 것이다.

 

“SKA가 관측하는 우주 여명기의 신호는 우주배경복사처럼, 우주 초기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강력한 실마리가 될 겁니다”

 

 

용어 설명
패러데이 새장(Faraday Cage)
도체 판이나 망을 이용해 전자기적으로 차폐하고자 하는 곳을 감싸는 형태의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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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이창욱 기자
  • 사진

    SKAO
  • 디자인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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