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1. 수능시험까지 남은 날짜 수가 아니다. 지난 10년간 진행된 민간 달 탐사 대회인 ‘구글 루나 X프라이즈’의 마감 시한이다(9월 1일 기준). 현재 달에 도전했던 34개 팀 가운데 다섯 팀이 남아서 달 탐사를 위한 최종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인 2007년 9월 13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가 ‘넥스트페스트(NextFest)’라는 기술 축제를 열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상품을 선보이는 그곳에 X프라이즈 재단 설립자인 피터 디아만디스가 나타났다. 구글의 후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민간 달 탐사 대회인 ‘구글 루나 X프라이즈’의 개최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디아만디스가 밝힌 대회의 목적은 1976년 이후 명맥이 끊긴 달 탐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특히 그 과정에서 달 탐사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길 기대했다. 누구든지 정부의 지원 없이 달에 탐사 로봇을 가장 먼저 보내면 2000만 달러(약 229억 원)의 우승 상금을 받는다. 단, 조건은 달에 착륙한 뒤 표면을 500m 이상 이동하고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보내야 한다.
아쉽게 1등을 놓친 2등에게도 500만 달러(약 57억 원)의 상금이 걸려있다. 거기에 재미있는 보너스도 내걸었다. 로봇이 5km 이상 이동하거나 아폴로 탐사선의 흔적 또는 인류가 만든 물체, 얼음의 흔적을 촬영했을 때, 그리고 혹독한 달의 밤을 견뎌내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최대 400만 달러(약 46억 원)의 추가 상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제안에 전세계에서 34개 팀이 몰려들어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마감 시한인 2012년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팀은 하나도 없었다. 마감 시한은 2014년, 2015년, 2016년으로 계속 연기됐고, 결국 2017년 12월 31일로 최종 결정됐다. 2015년 12월 31일까지 로켓 발사 계약을 체결한 팀이 한 곳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다행히 이스라엘 팀이 스페이스X와 발사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씨가 되살아났고, 올해 1월까지 발사 계약을 체결한 5개 팀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1. 이스라엘 스페이스IL(SpaceIL)
모든 팀 중에서 가장 먼저 발사 계약을 체결할 만큼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 37번 발사에 성공하는 동안 실패는 단 2번 밖에 없었던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탐사선을 실어 보낼 계획이다. 탐사선 이름은 ‘참새(Sparrow, 아래 사진)’라고 지었는데, 현재 조립과 우주 환경 테스트를 모두 마친 상태다.
스페이스IL의 전략은 달에 착륙한 뒤 바퀴로 굴러가는 게 아니라 남은 연료를 분사해서 뛰어올라 500m를 이동하는 것이다. 로봇의 크기는 식기세척기 정도인데, 달에 도착해 이동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달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스페이스IL이 달 탐사에 도전하는 목적은 이스라엘의 미래 세대가 과학기술에 더 흥미를 갖게 해 주고 싶어서라고. 1등을 하면 상금을 과학과 과학교육에 투자할 예정이다.
헬륨-3
헬륨-3는 헬륨의 동위원소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각각 2개씩인 헬륨과 달리 중성자가 하나 적다.
헬륨-3와 중수소(양성자 1개, 중성자 1개)를 핵융합시키면 헬륨이 되면서 남는 양성자 1개가 에너지로 전환된다.
2. 미국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
미국 우주기술 벤처인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도 1등에 도전한다. 이들의 최종 목적은 달에 풍부한 광물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가져오는 사업을 하는 것이다. 1969~1972년 달에 착륙한 우주인들이 가지고 돌아온 달의 암석과 흙 샘플 382kg을 분석한 결과, 달에는 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이 20%, 철 12%, 티타늄 4.5% 등 산업에 유용한 광물들이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핵융합발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헬륨-3도 0.01ppm정도 들어 있었는데, 달에는 헬륨-3가 약 100만t(톤) 정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탐사선 이름은 ‘MX-1E(위 사진)’로 30kg 정도의 물체를 실을 수 있는 원통 모양 로봇이다. 등유(케로신)와 과산화수소를 연료로 쓰는 엔진을 역분사해서 서서히 달에 착륙할 계획이다. 그런 뒤엔 다시 연료를 써서 날아올라 500m를 이동할 예정이다. 이는 스페이스IL과 같은 전략이다.
현재 모든 시스템 실험을 마치고 9월 중에 탐사선 조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완성한 뒤에는 발사할 로켓이 기다리고 있는 뉴질랜드로 보낸다. 로켓랩이라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일렉트론(Electron)’이라는 로켓에 탐사선을 실어 보낸다.
3. 국제 연합팀 시너지 문(Synergy Moon)
총 7개 팀이 연합해서 만든 팀이다. 그런 만큼 각자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시너지 효과를 낼 계획이다. 시너지 문의 탐사 로봇은 ‘테슬라(Tesla, 아래 사진)’로 달 표면에서 바퀴로 이동한다. 주최측에서 제시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카메라 2대를 갖춘 간단한 시스템으로 제작했다. 하지만 달의 암석과 토양의 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달아 간단한 분석도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인터오비털 시스템즈라는 회사의 ‘넵튠8’ 로켓에 실어 보낼 계획이다. 시너지 문의 최종 목표는 달 탐사와 관광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4. 인도 팀 인더스(Team Indus)
팀 인더스는 유일하게 발사 날짜를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12월 28일이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가 자체 개발한 로켓(PSLV)에 탐사선과 탐사 로봇(위 사진)을 실어 보낼 예정이다. 목적지는 비의 바다(Mare Imbrium)로 불리는 평탄한 지역이다.
높이 2m, 무게 600kg인 탐사선은 자체 개발한 엔진을 이용해 로켓에서 분리된 뒤 초속 10.5km로 달까지 날아갈 예정이다. 점차 속도를 낮춰 착륙한 뒤에는 ‘작은 희망’이라는 뜻의 힌디어 약자인 ‘ECA’라는 이름의 탐사 로봇을 보내고, ECA가 500m를 이동하면서 영상을 촬영할 계획이다. ECA는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해 전력을 얻도록 설계해 10일 이상 작동할 수 있다. 달의 혹독한 밤에서 살아남는 보너스 미션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팀의 목표는 인도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5. 일본 하쿠토(ハクト)
하쿠토는 흰 토끼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다. 달에 흰 토끼가 산다는 설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팀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탐사 로봇(왼쪽 사진)을 만들었다. 길이가 58cm, 무게는 4kg밖에 안 된다. 이 로봇을 인도 팀의 로켓에 함께 실어 보내기로 계약했다.
은과 테플론 소재로 표면을 코팅해서 태양빛을 최대한 반사하게 했고, 그 결과 섭씨 영하 150도~영상 100도에서 견딜 수 있다. 뜨거운 달 표면을 직접 굴러다녀야 하는 바퀴는 섭씨 170도까지 견디는 플라스틱을 써서 녹아내릴 걱정이 없다. 이동하면서 만날 장애물들은 적외선 센서로 감지해 피할 수 있다. 이 팀 역시 달의 광물을 채취하는 개발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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