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눈에 유전자를 넣어 선천적 적록 색각이상(색맹)을 치료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적록 색각에 이상이 있으면 적색과 녹색이 섞여 있을 때 구별하지 못한다. 의학계에선 가장 흔한 색각 이상으로 꼽힌다.
색을 지각하는 원추세포에는 3가지 옵신 단백질이 있어 각각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빨간색에 민감한 유전자가 고장 나면 초록색과 빨간색을 구별하지 못한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 의대 안과전문의 제이 나이츠 교수는 “선천적으로 적록 색각에 이상이 있어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계통만 볼 수 있는 다람쥐원숭이의 망막에 적색에 민감한 옵신 유전자를 넣었다”며“20주 뒤부터 색각이 회복돼 보라색이나 적색 계통도 구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나이츠 교수팀은 병원성을 없앤 감기 바이러스에 옵신 유전자를 실어 원숭이의 망막에 넣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크기의 동그라미가 가득 채워져 있는 스크린 안에서 적색이 칠해져 있는 부분을 찾아내면 포도주스를 주는 방법으로 적록 색각이상이 있는 원숭이를 알아냈으며, 같은 방법을 이용해 유전자를 주입시킨 뒤 원숭이가 색을 정상적으로 구분하게 됐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색각이상을 치료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이 성공함으로써 유전자를 넣는 방식으로 사람의 색각 이상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나이츠 교수는 “바이러스로 유전자를 넣는 방식이 사람에게도 무해한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수술한지 최소 1년이 지난 뒤에도 아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9월 16일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