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여러분의 고민을 상담할 ‘디제이(DJ) ㄱ씨’ 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점점 소원해지는 일이 많아지고 혼술, 혼밥을 즐기는 ‘혼혼족’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속 얘기를 마음껏 털어놔도 되는 이 시대의 동반자는 반려동물이다, 동의하시나요? 한국의 대표 반려동물, 강아지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내겐 너무 영악한 너!
첫 번째 사연입니다. 저희 집에는 다섯 살 된 시츄견 ‘호심이’가 있는데요. 호기심이 많아서 붙인 이름이에요. 요놈이 정말 제 머리 꼭대기 위에서 노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많아서 사연을 올립니다. 사람이 먹는 걸 강아지에게 다 줄 수 없어서 높은 식탁에서 밥을 먹는데요. 고기를 먹을 때면 꼭 식탁 앞에 와서 볼일을 보는 겁니다. 대체로 큰 거를 말예요. 한 번은 제가 정말 화가 나서 팔아 버린다고 호되게 야단을 쳤더니 얘가 이틀 동안 아무것도 안 먹는 단식투쟁까지 불사하지 뭐에요. 저를 가지고 노는 듯한 호심이. 대체 강아지는 얼마나 똑똑한 건지 알고 싶습니다.
A 영악한 개의 종이 시츄라는 데 놀랐습니다. 인터넷에서 개의 지능(IQ)을 품종별로 순위 매겨 놓은 걸 쉽게 찾을 수 있는데요. 1위 보더콜리부터 79위 아프간하운드까지 나뉘어 있는데, 이 순위대로면 시츄는 72위로 분발해야 하는 개에 올라 있거든요. 인터넷상 지능 순위는 목장에서 양을 지켰던 목양견이나 썰매 개처럼 목적에 맞게 진화해 형질이 굳어진 종이 대체로 순위가 높고, 싸움개나 사냥개는 지능이 안 좋은 것으로 돼 있어요. 이들의 지능은 ‘새로운 명령에 대해 몇 번 반복해야 말귀를 알아듣는가’를 가지고 측정했답니다. 적은 횟수로 복종하게 되면 똑똑하다고 했던 거죠. 이에 신남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한 칼럼에서 “인간의 관점에서 하는 평가일뿐 개 지능을 품종에 따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어요.
그들의 지능보다는 본능과 재능에 따른 동물의 행동학적 성격 형성 과정을 따져봐야 하는데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호심이가 영악하게 행동했다는 건 주인의 행동을 관찰한 뒤 흉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 2만6000년 전에 늑대의 일부가 인간과 함께 생활하게 됐고, 7000년 전에 인간의 음식에 많은 포도당을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개가 됐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헝가리 에오트보스로란드대 동물행동학과 에리코 쿠비니 교수팀은 늑대와 개의 가장 큰 차이는 인간에 대한 관심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개는 졸졸 따라가는 등 관심을 보이는데 반해, 늑대는 허기를 느끼지 않는 이상 무관심하게 하늘만 쳐다본다는 것입니다.
같은 대학의 클라우디아 푸가자 교수팀은 인간에게 관심을 가진 강아지가 주인의 과거 행동을 기억할 수 있다고 2016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밝혔는데요. 연구팀은 17마리의 강아지에게 주인이 전에 하지 않던 행동을 보여주고 ‘따라 해’라고 말해서 그 행동을 기억하게 했습니다. 행동을 본 직후에는 94%, 1분 뒤에는 58%, 1시간 뒤에는 35%의 개가 그 행동을 기억해 따라 했다고 합니다.
호심이의 행동이 조금 지나치게(?) 영악한 감이 있지만, 5년 동안 사람과 살면서 마주친 사람의 행동들을 흉내 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토라지는 사람처럼 투정을 부리는 거죠. 아무튼 강아지 앞에서 조심해서 행동해야 할 것 같네요.
Q 개랑 얘기하는 명확한 방법은 없을까요?
전 15년째 전문 브리더(사육사)로 강아지를 키우면서 도그쇼까지 출전하고 있는 ‘미스 홍’이라고 합니다. 제가 키우는 강아지는 셔틀랜드쉽독이고 이름은 더비입니다. 이제 네 살, 이 아이의 증조할머니부터 몇 대째를 이어서 함께하고 있답니다. 이상하게 정이 가서 이 개를 선택하게 됐는데 다들 저랑 개가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도그쇼에서는 개의 성장도부터 걸음걸이 등 모든 상태와 반응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더비와 제가 완벽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요. 고래가 초음파로 소통하듯이 개들만의 소통 방법이 있는지, 개와 의사소통하는 방법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월 11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국제애견협회(FCI)와 한국애견연맹(KKF)의 주최로 도그쇼가 열렸다.
홍은랑 씨(위 왼쪽)와 그의 셔틀랜드쉽독, 이창현 씨와 아프간 하운드가 견종평가를 받기 위해 달리기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의 성인견 전체평가에서 1등은 불독, 2등은 시츄, 3등은 셔틀랜드쉽독이 순위에 차지했다.
이번에도 헝가리 에오트보스로란드대 동물행동학 연구팀인데요. 아틸라 앤딕스 교수팀은 훈련된 개 13마리의 뇌를 MRI로 촬영한 결과, 개가 소리를 인식하는 방식이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을 2016년 8월 발표했습니다.
개들의 뇌를 촬영하는 동안 연구팀은 개에게 ‘하하하’, ‘호호호’와 같이 감정을 나타내는 소리와 ‘잘했어’, ‘착해라’와 같이 칭찬할 때 쓰는 말을 차례로 들려줬습니다. 그랬더니 개의 뇌가 특정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군요.
특히 칭찬하는 단어를 들을 때 개들의 뇌 활동이 활발해졌습니다. 연구팀은 긍정적인 단어를 말하거나 칭찬의 뉘앙스로 말을 할 때 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응’, ‘그럼에도’처럼 의미 없는 말을 사용했을 때는 개의 뇌가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죠. 흥미로운 것은 개들은 주인이 ‘못생긴 놈’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해도 밝은 표정과 억양으로 말하면 이를 칭찬하는 의미로 구별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단어보다는 억양에 더 민감하다는 뜻이네요.
개만큼 주인의 언어에 집중하는 동물은 드물다고 하는데요. 홍 님도 더비와 훈련하실 때, 뜻대로 안되더라도 부정적인 말보다 칭찬의 말을 건네길 바랄게요. 언젠가 둘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소통법이 생길거라 기대됩니다.
Q 굴러온 강아지가 박힌 돌 차버리나
광주 북구에 사는 대학생입니다. 요즘 저희 엄마 때문에 서운해서 사연을 올립니다. 문제는 2년 전 입양한 베들링턴테리어인 ‘베리’인데요. ‘잘 좀 찍어봐. 예쁘지만 더 예쁘게 나와야 해!’라고 호통치는 저희 엄마. 그렇게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구요. ‘막내 딸 베리가 가장 예쁘다’고 말하는 엄마는 지금 완전 사랑에 빠져 있어요. ‘엄마가 사랑하는 만큼 베리는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걸?’이라고 말하는 제게 의심의 여지없이 베리도 자신을 사랑한다고 거듭 강조하신답니다. 베리가 정말 엄마를 사랑하는지 좀 알려주세요.
A 강아지에게 사랑을 빼앗긴 안타까운 사연이네요. 사회적 동물이 인간이라고 하는데 사실 곤충이나 조류에서도 사회성을 띠는 동물은 많습니다. 특히 개는 다른 동물의 말 또는 행동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동물입니다. 다른 개나 인간이 뜨거운 난로를 피하는 것을 보면, 거기에 굳이 발을 대보지 않거든요. 그리고 개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 친숙한 감정도 물론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에모리대 신경경제학과 그레고리 번즈 교수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개의 뇌를 MRI로 찍은 연구가 있습니다. 그는 문득 자신이 키우던 두 마리의 개, 칼리와 라이라의 뇌를 찍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주인과 함께 있을 때, 그들의 감정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자고 생각했는데요. 그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개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한 것은 MRI 장치에 들어갔을 때 개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칼리와 라이라가 좋아했던 핫도그를 보여줬습니다. 긍정적인 기대와 관련된 뇌의 미상핵이 활성화됐습니다. 다음으로 가족같이 친숙한 인간의 냄새를 맡게 한 결과, 운동피질과 측두엽 부위가 꾸준히 활성화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친숙한 사람이 보내는 감정을 느끼고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입니다.

세번째 사연의 주인공이 키우는 두 살 된 베들링턴테리어 ‘베리’(왼쪽), 그레고리 번즈 교수의 반려견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고 있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칼리’의 모습이다.
그들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받은 만큼 사랑을 준다는 말처럼 개도 주인이 준 만큼 주인을 사랑한다는 겁니다. 오늘 이야기는 어찌보면 답이 다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점점 외로워지고 있고 그것을 채울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조금 더디지만, 나를 흉내 내고 내 마음을 받아주면서 사랑해주기까지 하는 강아지는 이제 많은 가정에서 떨어질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 새로운 식구로 인정하고 애정을 갖고 끝까지 서로를 지켜가는 반려가족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