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7일, 서울 용산은 우주의 기운, 아니 우주의 신비를 직접 느끼려는 150여 명의 열기로 뜨거웠다. 추운겨울임에도 외투를 벗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 전에 난방부터 줄였지만.
과학동아가 만드는 독자 초청 과학 토크콘서트 ‘과학동아 카페’ 31번째 주제는 빅뱅우주론이었다. 이번엔 시작부터 남달랐다.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지적 성과물의 비밀을 캐는 우주론 학자들답게, 이야기의 스케일이 컸다. 시간은 100억 년을 쉽게 넘나들었고, 공간은 크기가 없는 고에너지 점(특이점)부터 점점 빠르게 팽창하는 지금의 우주까지 말 한마디로 오갔다.
과학동아 카페는 1시간 동안 이뤄지는 전문가의 미니강연 두 개와, 다시 한 시간 동안 이어지는 담당기자와 전문가, 독자의 자유 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이 날 먼저 강연에 나선 이석천 경상대 기초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는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문제적’인 이론인 인플레이션 이론을 간단히 설명했고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소개했다. 아주 작았던 초기 우주를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늘여 놓은 원인이 무엇인지가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주가 짧은 시간에 급팽창했고 지금도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20분으로 예정됐던 강연 시간은 한 시간으로 급팽창했다. 하지만 청중의 몰입도는 높았다. 수수께끼 부분에 이르러서는 청중의 눈동자가 많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정도만 다를 뿐, 전문가도 아직 빅뱅에 대해 다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어서 양현석 서강대 양자시공간연구소 연구교수가 ‘창발하는 시공간’이라는, 시공간의 정체와 탄생을 달리 쓸 수 있는 독창적인 이론을 소개했다. 우리가 아는 시간과 공간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실체를 지닌 우주에 의해 만들어진 ‘겉보기 우주’라는 이론이었다. 이쯤에서여러 청중의 눈동자는 동요를 넘어 낯선 시공간을 헤매듯 초점을 잃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해해야 할 대상이 우주 시공간의 탄생임을 인정해서인지 모두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고, 토론 시간에 침착하게 질문을 하며 의문을 해소했다.
과학동아 카페는 2월에도 이어진다. 32번째 카페 주제는 사람과 조류를 동시에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인플루엔자다. 감염병 전문가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와 정은 옥 건국대 수학과 교수가 참여해 바이러스와 감염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빅뱅이론보다는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