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물리학자 찰스 윌슨은 1925년 번개의 전기적 구조에 관한 학설을 발표했다. 이른바 ‘윌슨설’이라고 불리는 이 학설에 따르면 이온이 응축된 구름 상층부에서 방전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에너지의 번개가 발생한다. 윌슨은 그 공로로 192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윌슨이 뇌우 상부의 번개 방전을 생각해낸 이후, 과학자들은 번개가 치는 위쪽은 입자가속기와 비슷한 환경일 것으로 짐작해 왔다. 최근 이 가설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배스대 전기전자공학과 마틴 플레크러그 교수는 번개가 치는 동안 40km 상공에 입자가속기와 유사한 환경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주에서 쏟아진 고에너지의 우주선 입자는 공기 분자와 부딪쳐 전자를 떼어낸다. 공기 분자에서 떨어져 나온 전자는 번개가 형성한 강한 전기장에 이끌려 가속도가 붙으면서 상승한다. 이는 자유 전자를 빠른 속도로 가속시키는 입자가속기와 비슷한 조건이다. 우주선과 번개의 방전이 자연 입자가속기를 만드는 셈이다.
일단 가속된 전자는 빔을 형성하면서 가장 낮은 대기에서 중간 대기층을 거쳐 지구 중력이 미치는 가장 먼 곳까지 올라간다. 이때 발생한 전자빔은 작은 규모의 원자력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만큼이나 에너지가 크다. 이에 대해 플레크러그 교수는 “우주에서 높은 에너지의 우주선 입자가 쏟아지고 동시에 강한 번개가 칠 때 입자가속기와 유사한 환경이 형성된다”며 “입자빔이 방출하는 전파를 관측하면 자연 입자가속기의 고도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번개 상층부를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해 번개가 방전될 때 자연 입자가속기 환경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이에 앞서 미국 로스알라모스 연구소는 슈퍼컴퓨터의 시뮬레이션 계산으로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아냈다. 플레크러그 교수는 “하늘에서 생성되는 자연 입자가속기를 관찰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자연 입자가속기는 우주와 지구 사이에 발생하는 매력적인 상호 반응 현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4월 14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국립천문협회에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