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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오류 잡는 수학 ‘마술사’

부호 및 암호 연구실





과동 씨는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밤새 들어온 e메일을 확인한다. 거래 회사가 보내온 파일은 USB 메모리에 담는다.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그는 스마트 자동차 키를 이용해서 무선으로 자동차에 시동을 건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하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회사까지 빠른 길로 출근한다. USB 메모리 안의 파일을 열어 업무를 처리하고 e메일을 보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과동 씨는 텔레비전을 켜서 9시 뉴스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무선통신에서 USB 메모리까지

요즘 사람들의 흔한 하루다.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할 때 일일이 선을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무선통신이 생활화된 시대다. 게다가 우주에 있는 위성에서 알려주는 도로정보까지 내비게이션을 통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정보를 보내고 받는 과정 중간에 정보가 왜곡되거나 오류가 생기가 쉽다. USB 메모리의 파일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저장한 파일을 다시 읽을 때 데이터가 깨질 수 있다. 노종선 교수가 연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데이터 오류를 정정하는 기술이다.

“무선통신, 위성통신, 군통신, 방송 등에서 데이터를 무선으로 주고받죠. 그런데 중간에 잡음이 섞이기도 하고 전파가 회절되는 등 왜곡되면서 데이터가 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깨지면 반복해서 다시 받아야 합니다. 깨졌다는 걸 인지하고 정정하면 그런 번거로움이 없죠. 이것이 바로 ‘부호이론’입니다. 다른 말로 ‘오류 정정부호’라고 하죠.”

많은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핵심기술이다.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전파로 보내거나 저장하기 전에 ‘부호화’하고 수신된 데이터를 ‘복호화’해서 읽는다.

간단한 예를 들어, <;그림 1>;처럼 4비트(bit, 정보량의 최소 기본단위)를 보낼 때 몇 비트를 덧붙여서 보낸다. 본래 보내고자 했던 4비트(1011)를 메시지라고 한다. 덧붙인 비트(100)를 패리티 비트라 한다. 패리티 비트 없이 메시지만 보내면 데이터를 받았을 때 중간에 깨진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그럴 때 이 패리티 비트를 이용해서 오류를 검사한다. 이 과정에 높은 수준의 수학적 방법이 쓰인다.




“휴대전화에서 음성 데이터를 보낼 때도 이런 부호화 과정을 거쳐 보내고 수신 쪽에서도 데이터의 오류를 정정하고 음성을 듣는 복호화 과정을 거칩니다.”

사용되는 곳이 많다보니 기업이나 국가 기관과 협력연구도 많이 한다. 현재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졸업생 대부분이 굴지의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전국 각지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논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수학은 필수

오류 정정부호 이론은 수학적인 방법을 많이 쓴다. 전기·전자공학 중에서도 수학과 관련이 가장 높은 분야다. 노 교수는 어릴 적부터 수학 공부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당연히 자연계열을 지망하게 됐고 대학원에 가면서 부호화 이론을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간혹 학부생들이 찾아와서 대학원에서 뭘 전공해야 하는지 물어요. 그럼 저는 학부에 있는 다양한 과목을 다 들어 보라고 합니다. 분명 그 중 관심이 생기고, 재밌고 공부도 잘되는 분야가 있을 겁니다. 저도 대학에 다닐 때 통신분야가 재밌고 좋았어요. 반도체는 재미없어서 못하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통신분야를 택했고 그 중에서도 수학을 많이 쓰고 연구할 거리도 많은 부호이론을 선택했습니다.”

부호이론 분야는 수학적 문제해결력이 필수다. 때문에 응용수학분야에서도 많이 연구한다. 노 교수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위해 시간을 투자해서 집중하는 과정이 집중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준다”면서 “이런 능력은 전기 공학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자로서의 영예, 석학회원이 되다

지금까지 SCI급 국제학술지에 실린 노종선 교수의 논문만 70편에 가깝다. 활발한 연구활동과 그 성과를 인정받아 작년에는 국제 전기전자학회(IEEE)에서 석학회원(Fellow: 펠로우)으로 선정됐다. 석학회원은 175개국 40만 명 회원 중 0.1%에게만 부여되는 자격이다. 노 교수는 IEEE의 45개 소사이어티(학회) 중 가장 학구적이라 인정받는 정보이론 소사이어티에서 석학회원이 된 첫 번째 한국인이다.

뛰어난 연구성과 비결을 묻자 그는 84년도에 석사를 마치고 갔던 미국 캘리포니아대 유학시절을 이야기했다. 그 때 지도교수가 “연구를 할 때는 여러 분야를 넓게 파는 것보다 한 분야를 좁고 깊게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 교수는 이 말에 동의했다.

“85년 박사과정 때 했던 연구를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셈입니다. 원하는 결과가 저 멀리 있는데 그걸 넓게 파 들어가는 건 힘들어요. 집중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능력을 길러라

노종선 교수의 연구실에는 박사과정 12명, 석사 4명 총 16명의 학생이 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로서의 덕목은 무엇일까. 노 교수는 우선 학문적인 측면에서 지식 자체보다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능력을 키우라는 이야기를 했다.

“20대 중반에 연구한 걸 갖고 평생 살 순 없습니다. 세상은 계속 변합니다. 항상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것을 이해하고 새로운 내용과 관련된 지식을 넓히고 거기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해서 결과를 내는 능력을 키우라고 강조합니다.”

이 때문에 노 교수는 최근에 나온 논문 중 좋은 것을 항상 학생들이 읽고 일주일에 두 번 세미나를 하도록 한다. 그리고 그 연구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한다.

또 한 가지 강조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여러 분야에서 많이 쓰이는 연구인만큼 여러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서 협동연구를 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

수학을 좋아하고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도전해 보자. 핵심기술인 만큼 진출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학문적인 성취감이 큰 분야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노종선 교수의 부호 및 암호 연구실 연구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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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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