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국상황이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연일 대규모 시위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진압하는 경찰이 막대한 양의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학생은 물론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까지 최루가스로 시달리고 있다. 또 병원이나 주택가 시장 등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국민이 최루가스에 시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루가스에 의한 피해가 확산되고,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직격탄을 맞아 사경을 헤매는 등 중상자가 속출하자 도처에서 최루탄추방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최루탄에 대한 문제의식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면서 최루탄의 성분과 제조과정 피해사례 대비책등도 활발히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루탄의 사용이 '원천봉쇄'되는 게 최루탄피해를 없애는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선 가능한 응급처방이라도 알아두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지난 6월18일 경찰의 저지로 무산된 최루탄추방공청회(한국교회여성연합회 주최)에는 전문의사가 나와 최루탄문제를 의학적인 측면에서 파헤칠 예정이었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공개적으로 의학계에서 최루탄의 독성이나 치료법에 대해 발표한 적이 없기 때문에 크게 기대됐으나 공청회가 열리지 못함에 따라 '전문의사의 견해'를 들을 기회가 무산된 것이다.
공식연구발표는 전무
사실 지금까지 최루탄에 의한 부작용 내지 피해사례가 거듭 제기됐음에도 사정상 의학계 혹은 화학자들의 연구·발표가 전무했다. 간혹 피해중세에 따른 의료차원에서의 치료방법이 언급되긴 했으나 그것도 일반적인 의료상식을 넘지 않는 것들이었다.
6월18일의 공청회를 위해 주최측이 마련한 자료를 보면 최루탄에 의한 피해가 무척 심각함을 느낄 수 있다. '3도 화상을 입은것처럼 진무르고 허물이 벗겨지고 열꽃이 생긴 얼굴' '최루탄파편에 찢기고 곪아터지고 상처부위가 심하게 부어오른 팔' '온몸에 파편이 박힌 모습' '심하게 부어올라 수포가 생긴 목부분' 등의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한편, 이밖에도 최루가스에 의한 피해사례가 다양하게 지적되고 있는데, 특히 작년 임시국회(8월6일)에서 문정수의원(현재 민주당소속)이 암(癌)유발, 정자(精子)감소증, 불임(不姙)가능성 등 충격적인 내용을 질의해 관심을 끈 바 있다. 문의원은 이외에도 최루가스를 많이 마시게 되면 폐병유발 탈모증세 생리불순 피부병 위장병 무력증세 자극성 피부염 등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최루탄에 의한 이같은 심각한 증세 이외에도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 즉, 눈이 따갑고 콧물·눈물이 범벅되며 재채기를 연발하고 구토 메스꺼움 호흡곤란 등의 증세도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고는 하지만 일시적인 고통은 대단한 것이다.
물안경과 비닐 마스크는 필수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최루가스로부터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최루가스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과, 일단 가스를 마신 뒤의 처치요령으로 나누어 볼수 있겠다. 최루가스가 난무하는 지역에서는 무엇보다도 눈과 코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물안경과 비닐 혹은 주방에서 쓰는 식품포장용 랩(유니랩 럭키랩 등)이 눈의 보호에 쓰이는 것이고, 코에는 마스크가 주로 이용된다. 물안경은 수영장에 가면 쉽게 구할수 있고 효과가 괜찮다는게 써본 사람들의 얘기다. 비닐이나 랩도 가스를 차단시켜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 특히 랩은 땀과 함께 눈 부위에 착 달라붙으므로 거의 완벽하게 최루가스를 차단해준다. 그러나 아무래도 시야가 흐리게 보이고 땀이나는 등 착용감이 안좋다.
마스크는 보통 약국에서 파는 것보다는 콧등을 잘 감싸주고 숨쉴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특수마스크가 좋다. 이것은 대개 검정색의 것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 값도 2천원이나 된다.
그러나 마스크만 가지고는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최루가스를 완전히 막을수 없으므로 치약을 화장지에 싸서 마스크 속에 넣기도 한다. 치약의 향기로 최루가스 냄새를 중화시키고 일단 여과시키는 작용을 기대하는 방법이다.
수포·안질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에
일단 최루가스에 노출됐을 때의 처치방법은 어떤가. 피부에 수포가 생기거나 안질이 생기는 등 증세가 분명하면 지체없이 병원에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물론 병원에서도 최루가스에 의한 질병을 치료하는 특별한 치료법이나 특효약은 없다. 다만 일반적인 의료상식에 입각해 치료해줄 뿐이다.
경찰병원 피부과에서는 전경들의 치료를 위해 자체에서 개발한 연고제로 피부병을 치료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직은 보편화되지 못한 실정이다.
피부병 가운데서도 가장 흔한 게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고 큰 물집이 생기는 경우인데, 이때는 소독된 바늘로 물집을 터뜨려 준 뒤 진물이 나오는 것을 백반액으로 냉찜질해주면 효화가 있다는 게 의사의 처방이다. 하루에 4~5회씩 30분정도 냉찜질하면 이틀후쯤 진물이 마르는데 이때 스테로이드연고를 바르면 염증이나 가려움증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최루가스에 노출되면 대부분의 경우 수분 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된 주의사항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 가스를 맡은 사람은 깨끗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옮기고 절대 눈을 비비지 말라. △ 눈물이 쉬지 않고 나오면 바람부는 방향을 향해 억지로라도 눈을 뜨고 있어라. △ 솜이나 가재에 식초물을 축여 코밑이나 눈가에 묻혀주라. △ 증상이 심하면 깨끗한 물로 노출된 피부나 눈을 여러번 씻어야 한다. △ 난로불을 쪼이면 최루가스가 빨리 사라진다. △ 실내에 가스가 날아들어오면 촛불을 켜놓는 게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