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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20억t 천지 물이 마그마와 만나면?

폭발 시뮬레이션





백두산 천지에 고인 약 20억t의 물은 폭발 시나리오의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일부가 상승하는 마그마의 열에 데워져 부피가 팽창하면 천지의 수위가 순식간에 높아진다. 이것이 장백폭포로 떨어지고 폭포에서 발원하는 이도백하 강을 따라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또 천지 칼데라 외륜산이 순간적으로 붕괴되면서 일시에 천지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

 


백두산 화산은 역사시대 이후 서른 번이 넘는 분화기록을 가지고 있다. 특히 서기 946년 11월~947년 2월경에는 ‘밀레니엄 분화’라고 불리는, 화산폭발지수(VEI)가 7인 거대한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화산재와 화산가스의 기둥(분연주)이 대기 상층으로 25km 이상 치솟았으며, 100km3가 넘는 분출물이 백두산 주변에 수십 m 두께로 쌓였다. 화산재는 동해 바다 속에 약 10cm,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지역에도 약 5cm가량 퇴적됐다. 멀리 그린란드 빙하 속에서도 백두산 화산재의 유리조각이 발견됐다. 밀레니엄 분화 이후 백두산은 100년에 1~3번씩 분화를 해왔다. 마지막으로 분화한 것이 1903년이니 내일 당장 분화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0년 전과 유사한 대규모의 분화가 또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예측은 최선의 방재를 위한 첫걸음이다.
 

 
화산폭발지수(VEI)

화산 분출물의 양에 따라 0~8로 구분한다. 화산분출물의 부피가 100만m3일 때 VEI가 1이고 숫자가 1 올라갈 때마다 분출량은 10배가 된다. 10세기 백두산 분화는 VEI가 7,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분화는 VEI가 4였다.


화쇄류 도달 범위 시뮬레이션

화산폭발지수(VEI)를 5, 6, 7로 다양하게 가정하고, 폭발 이후 화산체의 경사를 3°, 5°, 10°로 가정했을 때 화쇄류 도달 범위. 항복응력은 5000Pa로 가정했다.



백두산 꼭대기 천지 칼데라 호수에는 약 20억t의 물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지하 약 10km 지점에는 화산 가스를 가득 품은 점성이 큰 규장질 마그마 방이 존재한다. 온도가 1000℃가 넘는 마그마가 폭발하면서 수온이 7℃가량 되는 천지의 물과 만나면 마그마는 급랭하면서 산산조각난다. 마그마에 들어있던 화산 가스까지 튀어나오면서 마그마는 더욱 폭발적으로 분출하게 된다. 팝콘과 같이 튀겨진 가벼운 화산재 덩어리인 부석이 화산체 주변에 쌓인다.

한편 이보다 더 작게 부서진 파편은 화산재 구름을 형성한다. 수증기와 함께 분화구 상부 대기 상층에 기둥 모양으로 솟구친다. 화산재 구름은 계절풍(대기권 내에서)과 제트기류(성층권 내에서)를 따라 이동하다가 화산체에서 멀어짐에 따라 점차 낙하해 쌓일 것이다. 이것을 ‘강하 화산재’라고 부른다. 백두산은 편서풍 지역에 위치하므로 백두산의 동쪽 즉 북한의 양강도, 함경남도, 함경북도 지역에 강하 화산재가 비처럼 내리게 된다. 분화된 화산재의 양이 매우 많은 경우, 일본을 지나 태평양에도 떨어질 수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화산재의 일부는 분화구의 벽을 넘어 끓어 넘치거나 분연주가 붕괴되며 쏟아진다. 화산의 사면을 따라 시속 40~120km의 속도로 빠르게 흘러내리는 화산재를 ‘화쇄류’라 한다. 온도가 500℃ 안팎인 고온의 화쇄류는 예부터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오는 원인이었다. 화쇄류의 영향 범위를 예측해서 인적, 물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백두산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일어나 분연주가 붕괴되고, 이것으로부터 화쇄류가 흐른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화쇄류가 붕괴하면서 원뿔의 사면을 타고 흘러내리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했다. 화산폭발지수를 3에서 7까지 다양하게 가정하고 화산폭발지수에 따라 화쇄류의 부피를 정했다(예를 들어 화산폭발지수가 6일 때는 109m3). 또 암석의 파괴가 이뤄지는 항복응력을 5000Pa, 10000Pa, 15000Pa로 다양화했다. 분화가 지속되는 시간도 화산폭발지수가 4, 5일 때는 6시간, 화산폭발지수가 6과 7일 때는 12시간으로 잡았다.

설정된 45개의 시나리오를 수치 시뮬레이션한 결과, 화산폭발지수가 5인 경우, 화쇄류는 천지 칼데라 내부를 채우고 외륜산의 가장 낮은 곳인 북쪽 승차하 계곡 방향과 북동쪽, 서쪽 및 남서쪽의 계곡으로 흘러넘쳤다. 이 때 분화구 중심으로부터 화쇄류가 최대로 도달하는 거리는 14.4km였다. 한편 폭발력이 이것보다 10배 큰 화산폭발지수 6의 경우, 화쇄류는 칼데라 외륜산을 넘어 전방위로 확산됐다. 분화구 중심으로부터 화쇄류가 최대로 도달하는 거리는 18.6km였다. 1000년 전 밀레니엄 분화와 유사한, 화산폭발지수가 7인 시나리오에서는 화쇄류가 최대 23.4km까지 퍼져나갔다(DOI : 10.14770/jgsk.2015.51.4.363).
 

 
[백두산 폭발 시나리오 : 분연주가 천지 중앙에서 25km 높이로 치솟는다고 가정할 때(위) 대부분은 성층권 높이까지 올라가 제트기류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하지만, 일부 화산재는 대기권 내에서 계절풍을 타고 남한까지 내려온다(아래). 시간에 따라 화산재가 퍼져나가는 속도는 백두산이 2012년 5월 2일 오후 9시에 폭발할 경우를 가정하고 계산했다.]



화산 폭발의 규모가 크면 강하 화산재에 의한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강하 화산재는 지면에 1mm 이상만 쌓여도 도로 교통을 마비시킨다. 우선 시야 확보가 힘들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떨어지는 화산재를 관통하지 못한다. 도로가 미끄러워지면서 조종 장치와 제동 장치가 약화되고, 공기 중의 화산재가 여과기를 통해 엔진으로 들어가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 그밖에 젖은 화산재가 송전선에 누전을 일으켜 전력 공급이 중단되거나, 화산재가 인체로 들어가 규폐증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위험도 있다.

그런데 백두산 폭발 시 이런 강하 화산재가 남한까지 내려올 수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강하 화산재가 남한 지역에 낙하·퇴적되는 경우를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부른다. 필자는 최근 5년간의 실시간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백두산의 화산재 구름이 바람을 타고 확산되는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 했다. 그 결과 화산폭발지수가 1000년 전과 같거나(화산폭발지수 7), 심지어 그것의 10분의 1(화산폭발지수 6), 100분의 1(화산폭발지수 5)인 경우에도 화산재가 남한까지 내려오는 것을 확인했다.
 

 
강하 화산재가 남한으로 내려와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날짜는 봄철이 겨울철보다 더 많았다. 백두산이 북서풍이 부는 겨울철에 남한까지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예측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중에서는 5월이 가장 많았고, 7월, 6월, 9월, 8월 순이었다. 2014년 중에서는 6월이 가장 많고 7월, 4월, 5월, 12월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역사기록에 남아있는 1000년 동안의 백두산 화산 활동 기록과도 일치한다. 분화 기록을 분석해보면 백두산의 폭발적 분화 사건 40건 중에서 10건이 4월에 일어났고 5월(6건), 6월(6건), 3월(5건), 2월(4건), 10월(4건), 1월(2건), 11월(2건), 12월(1건) 순으로 빈도수가 많았다. 현재 최근 10년 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추가 검증을 하고 있다.

분화 예지 기술 뒷받침돼야

백두산 분화의 규모나 범위 등을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은 방재 대응책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화쇄류가 빠른 속도로 흘러내리는 영역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계곡 바닥에서 더 높은 지형 위로 대피하도록 알려줄 수 있다. 또 강하 화산재 방향을 파악하면 사람들에게 이 방향과 직각이 되는 방향으로 피해 짙은 화산재 기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조언할 수 있다.

이런 시뮬레이션 연구를 위해서는 예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 마그마가 움직이기 직전, 화산의 불안정(volcanic unrest)의 징후를 포착해 마그마의 속도, 양 등을 예측하는 것이다. 실제로 백두산은 다양한 전조현상을 보이고 있다. 2002~2005년에는 백두산 천지 지하에 마그마가 관입하면서 화산성 지진이 급증했고 지표면에 비정상적인 변형이 발생했다. 백두산 산사면의 수직 높이도 2009년까지 최대 10cm가 증가했다. 백두산 북파 이도백하 상류계곡에 위치한 주롱온천의 수온이 1991년 67~69℃였던 것이 최근에는 72~83℃까지 상승했다. 온천수에서 공기방울(기포) 형태로 나오는 화산 가스를 채집해, 포함된 헬륨의 동위원소 비를 분석한 결과, 이 헬륨이 맨틀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결과도 보고됐다. 이는 지하 마그마 방으로부터 지표로 지열이 계속해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산 분화의 전조를 파악하기 위해 백두산 지역에서는 마그마의 거동을 파악하는 화산성 지진 관측, 지표변위(정밀GPS관측), 경사계, 중력계, 화산가스, 온천수성분 변화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들 값이 급변하면 화산 분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둔 연구다. 중국은 국가지진국 지질연구소의 활화산연구센터와 길림성지진국의 장백산화산관측소, 북한은 백두산화산연구소를 통해 백두산의 분화 전조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산재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연구의 핵심 기술인 ‘화산폭발 감시 및 폭발 잠재성 평가 기술’을 기상청 주도로 개발하고 있다. 화산재 확산 시 피해규모를 예측하고 추정하는 기술은 국민안전처(전 소방방재청)에서 맡았다. 2018년까지 백두산은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의 화산 분화에 대비한 화산재해 대응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변수 1. 규모 7.0의 핵실험

북한은 2006년 10월 9일부터 올해 9월 9일까지 다섯 차례 핵실험을 했다. 그 결과로 리히터 규모로 3.9~5.0(기상청 분석)의 인공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이 백두산 지하 마그마 방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2006년의 1차 핵실험, 2008년의 2차 핵실험이 백두산 마그마 방에 미친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핵실험 전후 백두산에서 검출된 헬륨의 양을 비교했다. 백두산 마그마는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동위원소 비율을 가진 헬륨을 방출하는데, 이것의 양을 재서 핵실험이 마그마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1차 핵실험의 인공지진 규모는 3.9, 2차 핵실험은 4.5로 2차 핵실험의 세기가 8배 이상 컸다. 하지만 측정 결과 2차 핵실험 때 방출된 헬륨의 양은 1차 때의 몇 퍼센트에 불과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과거 2002~2005년에 백두산이 화산 징후를 보이면서 다량의 헬륨을 방출한 적이 있다”며 “핵실험이 마그마 주변 암석을 흔들면서 당시 암석 틈에 잡혀 있던 헬륨이 빠져나온 것이지, 인공지진이 천지 마그마의 거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실험의 규모가 커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책임연구원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규모 7.0 이상의 인공지진을 발생시킬 경우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진의 규모는 보통 지진파의 진폭으로 알 수 있다. 진폭이 클수록 지진의 규모가 크다. 그런데 지진파의 진폭이 더 이상 커지지 않는 한계가 규모 7.0이다. 이는 지진파가 탄성 거동을 하지 않고 비탄성 거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즉 암반을 진동시키지 않고 파괴한다는 뜻이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역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에 압력밥솥 내부와 유사한 120kPa의 압력이 가해져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사이언티픽 리포트’ 2월 17일자에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벌이는 풍계리는 지난 9월에 지진이 발생했던 양산단층대보다 훨씬 연약한, ‘길주-명천 지구대’라고 하는 대형 단층대와 불과 3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리고 그 단층대를 따라 청진, 길주, 명천, 김책 등 도시가 있고 여기에 1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풍계리와 백두산은 116km 떨어져 있다. 지층 균열 자체도 문제다. 암석이 파괴되면 그 틈 사이로 핵물질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책임연구원은 “북한이야말로 규모 7.0 이상 되는 핵실험을 할 때의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 2. 백두산 광천수 난개발

백두산 광천수가 유럽의 알프스, 러시아 파크카스산맥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꼽히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백두산 광천수는 백두산 천지에 있는 20억t의 물이 지하 암반층으로 스며들어 모인 것이다. 하루에 26만m3의 물이 흘러나오는데, 생수업체들은 이 물에 각종 미네랄이 들어있다며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백두산 광천수 사업이 난개발 양상을 보인다는 것. 현재까지 개발한 수원지만 130곳이 넘고, 여기서 한해 평균 150만t의 광천수를 생산해내고 있다. 2010년 생산량이 30만t이었는데 6년 만에 5배 가량 늘었다. 최근엔 1500만t 규모의 광천수 생산시설도 준공됐다. 물은 압력을 변화시켜도 부피가 크게 줄거나 늘지 않는 천혜의 지탱제다. 이런 지하수가 1년에 수십만t씩 빠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백두산 일대에 예정된 생산설비들의 생산량을 모두 합치면 중국 전체 소비량의 3배라고 지적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천지에 모인 20억t의 물이 모두 사라지면 백두산 아래 마그마를 누르고 있는 힘이 3MPa가량 줄면서, 마그마가 튀어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두산 천지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천지의 암반이 얼어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음이 천지에 물을 공급하고, 지하수로 녹아 들어가면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계속 안심할 수는 없다. 그는 “백두산 천지의 물과 동토층, 지하수, 지하 마그마 주변의 유체가 모두 거대한 수계를 형성하고 있다”며 “광천수 사업이 이런 수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협은 없는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하에서 일어나는 마그마 거동은 수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압력이 떨어지면 초임계상태의 물이 기체가 되면서 부피가 확 커지고, 암반에 틈이 생기면서 마그마가 올라올 수 있다. 그는 “천지 주변의 지하수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적정 취수량을 정하고 지켜야한다”고 말했다.


윤성효 | (yunsh@pusan.ac.kr)

25년째 백두산을 연구하고 있는 우리나라 1세대 백두산 화산학자. 일본 규슈대, 중국 창춘지질학원 객좌교수를 거쳐 작년에는 한국암석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자연재해와 방재’, ‘백두산 대폭발의 날’ 등이 있다. 화산학 및 화산방재학 분야를 개척한 공로로 지난 10월 대한지질학회로부터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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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백두산 폭발 대해부
Part 1. 백두산 암석 ‘샘플파티’에 가다
Part 2. 백두산 최신 연구 업데이트
Part 3. 20억t 천지 물이 마그마와 만나면?
Part 4. “나는 백두산 화산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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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윤성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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