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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좋은 질문을 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기회를"

편집자 주
7월 13일, 두 명의 이스라엘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한국에 왔다. 아다 요나트 박사(바이츠만연구소, 2009년 화학상)와 아론 치에하노베르(테크니온공대, 2004년 화학상) 교수다. 이들이 노벨상 업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듣기 위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50주년 기념식을 찾았다.



사람들이 저를 두고 ‘미친 여자’라고 비웃었죠.”

아다 요나트 박사(왼쪽 사진)는 ‘흙수저’ 과학자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청소와 탁아, 개인교습, 슈퍼마켓 점원 등 안 해본 일이 없다. 어렵사리 과학자가 됐지만, 이번엔 ‘비주류’였다. 1979년부터 리보솜의 구조와 유전적인 원리를 연구하기 시작했지만, 그를 지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에게는 안정적인 연구비도, 풍부한 네트워크도 없었지만 두 번의 만남과 연구비 지원이 20년간의 연구 끝에 노벨상 업적을 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첫 번째 만남은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유전학연구소의 하인츠-귄터 비트만 박사와의 인연이다. “캐나다 학회에서 비트만 박사를 만났어요. 그는 세균의 리보솜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내 연구에 관심을 가져줬죠. 그의 초대를 받고 독일에 가서 제 관심사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걸 계기로 공동연구를 하게 됐어요. 그가 독일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비로 함께 연구했죠.”

그의 지원 덕분에 작은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출판할 수 있었고, 그 결과를 가지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도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됐다. 6년이 지나서야 작은 진전을 이룰 수 있었고, 그걸 토대로 또 다른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됐다.

두 번째 인연은 미국인 백만장자 헬렌 키멜을 만난 것이다. 과학자 출신인 그는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싶어 했다. 요나트 박사와 동료 연구자들을 만난 뒤 바이츠만연구소에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키멜 씨가 1988년부터 우리 연구소에 많은 돈을 지원했어요. 저는 1990년부터 지금까지 그가 지원한 연구센터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 키멜 씨를 만났던 네 사람 중에서 저를 포함해 두 명이 노벨상을 탔습니다. 그가 저희를 위한 길을 닦아 준 셈이죠.”

요나트 박사는 헬렌 키멜 부부가 만든 재단의 연구비 지원과 막스플랑크연구소, 바이츠만연구소의 도움으로 2000년 리보솜 구조를 밝힐 수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 지 20년 만이었다. 그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자신처럼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좋은 질문을 밀어주고, 협력 연구 끌어줘야”

아론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지한파’다. 2004년 노벨상 수상 후 한국을 수십 번 방문했고, 서울대 의대 석좌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의 연구 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도전적인 과제보다 현재 학계에서 주목받는 주제가 연구비를 받기 유리하다면, 그91게 한국이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바꾸면 어떨까요? 한국엔 재능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론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외과의사로 일하다가 기초과학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에 도전해 보자”는 지도교수의 말에 이끌려 연구 주제를 선택했다. 

그는 남들이 많이 뛰어드는 주제에서는 경쟁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선도적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단백질을 인체가 어떻게 분해하는지 원리를 연구했다. 다들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 같은 주제에 더 관심이 많을 때였다.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평생 연구 과제 지원서를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받지 못한 경우도 많았어요. 하지만 연구가 실패할 위험이 있다고 해서 연구 계획서를 수정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좋은 질문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연구비를 지원할 과학자를 뽑는다.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에 대한 구분도 따로 없다. 과학자 규모가 작기 때문에 연구 과제 지원자들에 대한 심사는 해외 과학자들에게 맡긴다. 6~7명의 과학자들에게 연구 계획서를 보내고, 그들의 평가를 토대로 지원 대상을 결정한다.

치에하노베르 교수는 젊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네트워크를 쌓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이스라엘과 미국 사이의 연구 지원 제도의 도움을 받아 연구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프랑스와 독일, 미국과 협약을 맺고 과학자들의 협력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협약을 맺고 과학자들을 지원할 수 있겠죠. 특히 젊은 연구자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뛰어난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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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커피와 자유, 그리고 협업
INTERVIEW. "좋은 질문을 하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기회를"

201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최영준 기자
  • 사진

    이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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