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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쭉 늘어나는 쫄깃한 치즈가 없는 피자를 상상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소리다. 치즈는 피자의 생명과 같은 존재로 피자 광고에는 항상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치즈가 등장한다. 그런데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모조치즈로 만든 피자 프랜차이즈업체를 적발해 발표했다.
피자를 즐겨 먹던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었다. 그동안 피자 업체 대부분은 ‘100% 자연치즈’를 강조하는 광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가짜 치즈’를 속여서 팔았다며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조치즈가 못 먹을 식품은 아니다. 자연치즈의 맛과 모양을 흉내 내서 만든 건 사실이지만, 식품으로 쓸 수 없는 재료로 만든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자연치즈와 모조치즈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어떻게 진짜 치즈와 비슷하게 만드는지, 영양은 어떻게 다른지 정확한 차이점을 알
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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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치즈는 뚝뚝 끊어져
치즈는 우유로 만든다. 오랜 옛날 아라비아의 상인이 양의 위로 만든 물통에 우유를 넣고 여행을 떠났다가 우유가 굳어진 것을 발견한 게 치즈의 기원이라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치즈의 역사가 오래된 것은 분명하다.
오늘날 치즈를 만들 때는 먼저 우유를 살균한 뒤 ‘렌넷’이라는 효소와 유산균을 넣는다. 렌넷은 소나 양의 위에서 나오는 효소로 우유의 단백질을 굳게 만든다. 위의 아라비아 상인 이야기에서도 우유가 양의 위로 만든 물통에 들어 있다가 치즈가 됐다. 우연히 렌넷이 작용해 우유가 굳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우유가 굳은 뒤에는 자르기, 성형, 냉각과 같은 과정을 거쳐 시장에 내놓는다. 자연치즈의 성분은 유지방과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노란색 슬라이스치즈와 같은 종류는 가공치즈에 속한다. 가공치즈는 자연치즈에 분유, 버터, 서로 잘 섞이게 해주는 성분인 유화제 등을 섞어 만든다. 자연치즈 함량은 약 75%정도로, 여기에 영양을 위해 야채를 섞기도 한다.
모조치즈는 이들과 달리 자연치즈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단백질은 우유의 단백질 성분인 카제인을 렌넷으로 처리해 만든 렌넷카제인으로 대신하고, 유지방 대신 식물성 기름을 쓴다. 주로 열대식물인 오일팜나무의 열매에서 뽑아내는 팜유를 쓴다. 재료가 서로 잘 섞이도록 유화제를 쓰며, 치즈향 첨가물을 넣어 맛과 냄새를 비슷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조치즈는 잘 늘어나는 우유단백질의 특성을 흉내내지 못해 쉽게 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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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치즈가 소화흡수에 좋아
주성분이 지방과 단백질이라는 사실만 놓고 보면 영양분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자연치즈는 만들어진 뒤에도 그 안에서 살아 있는 효소가 계속 작용한다. 이른바 ‘숙성’되는 것이다. 효소가 유지방을 지방산으로, 단백질을 펩타이드(단백질을 이루는 작은 조각)와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기 때문에 장에서 흡수하기 쉽다.
반면 모조치즈에서는 이같은 숙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단백질을 장에서 분해해야 하므로 자연치즈에 비해 흡수되는 비율이 작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언론이 가장 강조한 대목이기도 하다.
모조치즈 사건을 다룬 기사의 제목에는 ‘식용유’로 만들었다는 내용이 눈에 많이 띄었다. 정확히 말하면 모조치즈에는 보통 팜유를 쓴다.
팜유는 식물성기름이지만, 포화지방산 함량이 동물성 기름과 비슷하다. 건강에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최근에는 팜유가 생각만큼 몸에 나쁘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임상동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팜유에는 토코페롤과 같은 유용한 성분도 들어 있어 영
양학적 측면에서 논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가공치즈는 이 둘 사이에 있다. 제조 과정에서 자연치즈의 숙성을 중지시키기 때문에 펩타이드와 아미노산이 자연치즈보다 적게 들어 있다. 하지만 섬유소나 비타민처럼 자연치즈에 부족한 영양분을 첨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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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냐 영양이냐 그것이 문제
우유로 만드는 식품은 대부분 대체식품이 있다. 버터를 대신해 만든 식품이 마가린이고,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에 들어가는 생크림도 식물성기름으로 대체식품을 만든다. 최근에는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고 광고하는 인스턴트 커피도 있다. 카제인나트륨은 우유단백질인 카제인이 물에 잘 녹게 한 것으로 우유에서 지방을 빼고 남은 단백질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대체식품이 자연식품보다 몸에 더 좋을 리는 없다. 대표적으로 마가린은 경화유를 쓰기 때문에 몸에 해로운 트랜스지방이 많다. 또한, 대체식품에는 자연식품을 흉내내기 위해 여러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다.
임 연구원은 “식품첨가물로 허가를 받은 물질은 법적 허용기준치 안에서 먹을 경우 인체에 해가 되지 않지만 반복해서 다량 섭취하면 해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모조치즈가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체식품도 좋은 재료를 쓰면 자연식품에 가까이 만들 수 있지만, 그러면 가격이 비싸져 대체식품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아무리 대체식품을 자연식품과 비슷하게 만들어도 소비자의 손길은 자연식품 쪽으로 향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맛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대체식품을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해 소비하는 게 현명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