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태계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표는 ‘네트워크’다. 네트워크가 풍부할수록 생태계는 건강하다. 또 개체가 네트워크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 그 개체의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과학 생태계에서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떤 연구자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을까.
연구자의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저술한 공동저술관계(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69년~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68명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캐롤라인 와그너 교수팀의 연구 결과(DOI:10.1371/journal.pone.0134164)를 확보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한 논문은 와그너 교수팀의 연구가 유일하다.
연구팀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다른 과학자들의 네트워크 특징을 비교했다. 논문 피인용지수를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들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엘리트 과학자들이었다.
두 집단의 공저자 네트워크 형태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왼쪽 그림 참조).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는 중심에 자리 잡은 네트워크의 덩어리가 크고, 소집단이 적었다(40개). 이런 네트워크에서는 정보가 더 빠르게 전파된다. 반면 다른 엘리트 과학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는 구심점이 뚜렷하지 않고 소규모 네트워크가 더 많이(55개) 형성돼 있었다.
분석 결과,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비슷한 분야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과도 활발하게 협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전체 네트워크에서 중심 연결고리(브로커)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도 다른 엘리트 과학자들과 달랐다. 네트워크에서 서로 연결 관계가 없는 여러 집단을 이어주는 위치(구조적 틈새, Structural Hole)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과학 생태계에서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떤 연구자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을까.
연구자의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연구하고 논문을 저술한 공동저술관계(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69년~2011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68명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한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캐롤라인 와그너 교수팀의 연구 결과(DOI:10.1371/journal.pone.0134164)를 확보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한 논문은 와그너 교수팀의 연구가 유일하다.
연구팀은 노벨상 수상자들과 다른 과학자들의 네트워크 특징을 비교했다. 논문 피인용지수를 기준으로 노벨상 수상자들과 비슷한 수준에 있는 엘리트 과학자들이었다.
두 집단의 공저자 네트워크 형태에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왼쪽 그림 참조). 노벨상 수상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는 중심에 자리 잡은 네트워크의 덩어리가 크고, 소집단이 적었다(40개). 이런 네트워크에서는 정보가 더 빠르게 전파된다. 반면 다른 엘리트 과학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는 구심점이 뚜렷하지 않고 소규모 네트워크가 더 많이(55개) 형성돼 있었다.
분석 결과, 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은 비슷한 분야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과도 활발하게 협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전체 네트워크에서 중심 연결고리(브로커)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도 다른 엘리트 과학자들과 달랐다. 네트워크에서 서로 연결 관계가 없는 여러 집단을 이어주는 위치(구조적 틈새, Structural Hole)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즉, 양쪽으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엘리트 과학자들은 다른 연구자들과 연결은 많이 돼 있지만 분절된 소그룹들을 이어주는 역할은 아니었다. 이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종류와 질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두 집단이 수행한 연구의 독창성에 영향을 미친 주요 요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출판한 논문의 수와 공저자 수
는 엘리트 과학자 그룹이 더 많았지만, 논문 당 피인용 횟수는 노벨상 수상자들이 더 높았다.
노벨 네트워크 vs. 국가대표 네트워크
그렇다면 한국 최고의 엘리트 과학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석학, 국가과학자들의 공저자 네트워크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과학동아는 국내 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를 대표하는국가석학 및 국가과학자 중에서 분야별로 한 명씩을 선정해 네트워크 분석을 시도했다. 선정 기준은 국가과학자 가운데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을 맡고 있거나(화학, 생리·의학), 국내외 언론에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들 중에서 자신이 발표한 논문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한 학자를 선택했다. 물리학의 경우 현역에서 한발 물러난 원로 학자지만 이론이 검증될 경우 강력한 노벨상 후보로 꼽히는 이론물리학분야 국가석학을 선정했다(현재 검증을 위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네트워크 분석은 이재윤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맡았다.
비교 대상 노벨상 수상자는 최근 수상자 중에서 국내 분석 대상과 연구 분야의 성격이 유사한 학자들이다.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논문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택했다. 2013년 물리학상 수상자 프랑수아 앙글레르(벨기에 브뤼셀 자유대)와 2013년 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미국 UC버클리), 그리고 2010년 화학상 수상자 네기시 에이이치(미국 퍼듀대) 교수다.
이 분석은 국가과학자와 노벨상 수상자 일부의 본인 중심네트워크를 비교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또 이들의 논문 정보가 일부 누락됐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교수 또는 연구책임자가 되기 이전 논문을 게시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노벨상 수상자보다 사회적 자본 많은 C
국가석학인 원로 과학자 C는 이론물리학자로, 그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2012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거대강입자충돌기(LHC)를 이용해 힉스 입자를 발견하면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2013년)한 프랑수아 앙글레르 명예교수와 연구 성격이 유사하다.
두 사람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비교한 결과, C 교수의 공동연구 관계가 더 풍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연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영향력을 비교해 보면 주목할 만한 차이가 나타난다. 앙글레르 교수의 네트워크 안에서 핵심 공저자들의 영향력, 즉 가중 페이지랭크는 20.2%였다. C 교수의 핵심 공저자들(10.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반면 앙글레르 교수와 C 교수 본인이 네트워크에 미치는 영향력(가중 페이지랭크)은 C 교수가 8.5% 더 높았다. 친구 관계를 예로 들자면, 프랑수아 앙글레르교수가 C 교수에 비해 좁지만 깊은 관계를 가진 것이다. 이재윤 교수는 “앙글레르 교수가 C 교수에 비해 사회적 자본은 적지만 앙글레르 교수의 핵심 공저자들이 연구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을 뜻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앙글레르 교수는 힉스 입자를 예측한 논문을 공동저술한 로버트 브라우트 교수와 평생 가장 많은 연구를 했다(124편 중 32편, 26%).

분석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한계점이 있지만, 국가과학자의 공저자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최고 수준의 과학자가 구축한 연구 네트워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생리·의학 분야의 젊은 국가과학자는 사회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그 속에서도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냈고, 앞으로의 연구가 기대된다. 화학 분야의 중견 국가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와 어깨를 나란
히 할 만큼 탄탄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었다. 그가 노벨상 후보로 꼽혔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론물리학 분야의 원로 국가석학은 노벨상 수상자보다도 사회적 자본이 많았지만, 그에게 로버트 브라
우트 같은 뛰어난 공동연구자가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 과학계에 이런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다. 또 세 명의 국내 과학자가 향후 노벨상을 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이들이 연구하는 분야 중 일부는 이미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이재윤 교수는 “만약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들의 연구 그룹에서 향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연구 그룹이 세계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추면, 거기서 훈련된 연구자들이 노벨상급 성과를 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그게 바로 세계적인 수준의 네트워크를 갖추고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연구 그룹들을 많이 길러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