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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경험이야기 누가 훌륭한 과학자가 되나?

과학서적도 읽고 글로 표현해보자
 

박-오늘 좌담의 주제는 어떤 학생이 나중에 과학자로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인지를 살펴볼까 합니다. 저 자신도 20여년간 교단에서 물리를 가르치고 있읍니다만, 어떤 학생이 훌륭한 과학자가 되더라는 딱부러진 결론을 내놓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또 이와 관련된 뚜렷한 연구결과도 드물고요. 그래서 여러 선생님들의 실제 경험들을 통해서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제자들의 사례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읍니다.
 

이-경복고교에 근무할 때였는데, 이과에서 아주 뛰어난 학생이 있었어요. 물리를 아주 좋아했고 또 열심히 했어요. 결국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해 다니고 있는데, 대학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얘깁니다. 대학졸업후 유학을 갈 계획이라고 해요. 이런 학생은 계속해서 뒷받침만 해준다면 틀림없이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가 하면 제가 아는 어느 교사의 경우는 고교때 과학, 그중에서도 물리를 특히 좋아했는데 대학졸업후 대학원시험에 여러 차례 실패한 까닭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어요. 물론 현재 교사로서 후진을 양성하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있지만 물리학자의 꿈을 못이룬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읍니다. 이 두 경우를 보면 무엇보다도 정통적인 과학자로의 코스를 밟아갈 수 있느냐의 여부가 결정적인 관건이라고 보아집니다.
 

박-저도 비슷한 경우를 많이 보았읍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경기고를 1975년에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학과와 대학원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 유학,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학생의 경우입니다. 지금은 모교에 돌아와 조교수를 하고 있는데, 제가 처음 가르친 때가 고교 2학년 때였읍니다. 그때 그 학생은 성적도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물리와 수학이 뛰어났어요.
 

그리고 공부만 열심히 한 게 아니라 과학에 관한 글도 많이 썼어요. 한번은 교내신문에 '현대물리학의 이해'라는 제목의 글을 다섯차례인가 연재를 하기도 했어요. 제가 보기에도 너무 잘쓴것 같아서 네가 독창적으로 쓴 글이냐, 아니면 다른 책에서 참고해서 쓴 것이냐 하고 물어봤더니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했다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이 학생이 틀림없이 물리학자로서 대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 담당교수를 만나 물어 보았더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깊이있는 문제들을 자주 질문해 수업시간에 당황하게 만든다는 겁니다. 결국 이 학생은 과학이 좋아서 매달리다 보니까 책상에 앉아 문제풀이나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련서적을 열심히 읽었고, 또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노력을 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홍-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과학에 관한 태도에 두가지 유형이 있어요. 즉, 무엇인가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이를 만지거나 고쳐보고 확인해보는 타입이 있는 반면, 가만히 종이를 꺼내놓고 앉아서 머리속으로만 구상하는 타입이 있어요. 이과계통으로 나가는 학생이라면 이 두가지를 겸비하면 좋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런데 앞의 예에 해당하는 학생은 어느 단계까지는 따라오지만 크게 발전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과학자로 성공하는 학생은 후자의 경우, 즉 이치를 캐내가는 형이 많지 않나 합니다.
 

김-여학교에는 투철하게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런데도 가끔 보면 수업시간에 유난히 질문을 많이 하고, 실험시간에도 그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 자주 묻는 학생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는 이런 학생들이 바로 과학자의 자질을 타고 난 학생인 것 같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좋은 지도를 받고, 또 자기연마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지만 기본적으로는 과학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앞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자질을 발견하느냐가 중요
 

박-과학자로서의 자질을 타고 나야 한다는 데 동감입니다만, 문제는 이같은 자질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여학교에 부임했을 때입니다. 3학년학생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실험실에 자주 찾아와서 질문도 하고 물리학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더니 물리학과로 진학하겠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게 됐느냐고 물으니 "선생님 강의를 듣다보니 물리학이야말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인 것 같아 꼭 해보고 싶습니다"는 대답이었어요.
 

저는 그때 과연 이 여학생의 성적으로 봐서 물리학자로 대성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어요. 하지만 물리공부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두고보자는 식이었지요. 그후 이 학생은 전기대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대학의 물리학과에 갔는데 대학졸업뒤 외국유학까지 갔어요. 나중에 제가 외국에 연수차 나갈 기회가 있어 그 학생을 만났더니 한국에서보다 물리공부가 더 쉽고 재미있다고 하면서 결혼도 안한 채 푹 빠져있는 것이었읍니다.
 

스스로 좋아서 미친듯이 공부를 하다보니 성적도 클라스에서 1등이라는 얘기였어요. 이 학생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제가 과연 제대로 진로지도를 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집니다. 중·고교 때의 학과 성적이 계속 좋아야만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릴 수도 있는 것이에요. 좀 뒤늦게라도 과학에 심취해 열심히 하다 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찌감치 자질을 발견하는게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미리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김-지나치게 성적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는데 동감입니다. 사실 급속도로 과학이 발전하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는 이미 알려진 지식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따라서 기존의 지식을 열심히 암기해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해서 그 방면의 유능한 과학자가 된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생물점수가 높다고 해서 생물을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요. 그보다는 생물학을 하는 데 요구되는 탐구자세라든가 관찰력이 더욱 중요한 겁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과학기술대학의 조기응시 자격을 고교1년 때의 성적 즉, 상위 3% 이내로 못박고 있는 점은 문제가 있어요. 성적은 상위 3%가 못되더라도 과학에 소질을 갖고 있는 학생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거든요.
 

좌로부터 이태욱, 박봉상, 홍창표, 김유중씨


자질과 흥미 갖추면 된다
 

박-성적과 관련해서 한마디만 더 추가한다면 얼마든지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과학이나 수학과목의 경우 초급학년에서 기초가 안돼 있으면 상급학년에 가서 따라가기가 힘든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스스로 흥미를 갖고 매달리면 짧게는 1년도 안걸리고, 길게 잡아도 1,2년이면 따라잡을 수 있어요. 과학자로서의 자질은 있는 것 같은데 기초가 약하다 해도 노력하면 곧 극복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홍-결국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성적도 성적이지만 어떻게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자질을 계발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겠읍니다. 자질의 계발이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제 경험으로는 정규과학시간에서보다는 그 이외의 경우에서 학생들이 무언가 충격을 받기도 하고, 호기심을 일으키거나 소질이 발현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암으로 사망했을 때, 암이라는 질병을 반드시 내가 정복해보겠다는 동기가 유발되고 나아가 의학공부에 심취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특별활동도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화학반을 담당하고 있는데, 화학반을 자유로 선택해서 온 학생들도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화학은 싫어해요. 유명한 화학자들의 생애를 얘기해줘도 처음에는 흥미를 갖는 듯 하다가 몇사람 하고 나면 지루해 합니다. 실험도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은 싫어해요.
 

반면에 우리 생활과 관련있는 실험, 예를 들어 여름철에 시원한 사이다를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 하면 박수를 치면서 좋아해요. 또 비누를 만들어보자, 두부를 만들어보자 하면 화공약품도 사오고 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오거든요. 심지어는 개교기념일날 운동장에서 불꽃놀이를 직접 실험해보자고 조르기도 합니다. 교과서적인 지식보다도 생활주변에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고, 자질을 키울 수 있다는 실례가 아닐까 합니다
 

박-과학서클활동과 과학자가 되는 것과는 적지 않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저도 특별활동의 물리반을 오랫동안 맡아 왔읍니다만, 한번은 물리반 학생들이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라고 일컬어졌던 이소호박사를 초청한 일이 있었읍니다. 저는 그런 생각을 안했는데 순전히 학생들 의사에 의한 것이었지요.
 

비록 고교생의 수준이긴 하지만 세계적인 석학을 모셔놓고 "중력의 작용이 그래비톤(重力子) 이라는 게 교환되어 일어난다는데 박사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하는 질문을 한다든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어떤 것인지 쉽게 설명해주십시오"하는 식으로 진지하게 묻는 것이었어요.
 

또 언젠가는 학생들이 몇몇 찾아와서는 로킷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지도교사좀 돼달라는 것이에요. 제가 로킷은 잘 모르지만 학생들의 열성에 맡기로 했어요. 그뒤에 보니까 1주일에 두번씩 모여서 로킷을 연구한다고 하는데, 큰가방속에 각종 공구와 화약 등을 가지고 와서 모형을 만든다, 화약을 넣어 추진력 실험을 한다는 등 열심이에요. 그러더니 나중에는 한강백사장에서 로킷을 쏘아 올린다고 작업하다가 경찰에 발견돼 학교로 연락이 오는 사건도 생겼읍니다.
 

요즘 제가 대학이나 과학원 같은 곳에 가끔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당시 과학서클활동을 열심히 하던 학생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첨단과학만을 찾는 진로선택에 문제있다
 

김-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흥미나 자질을 살려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는 경우보다는 점수나 취업전망 등에 의해 대학엘 가고 전공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생물분야만 해도 무조건 유전공학쪽으로만 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요. 거기를 가야만 생물학의 진수를 맛볼 수 있고, 앞길이 보장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어요. 요즘 생물학 중에서도 가장 괄시받는 분야가 분류학쪽입니다. 분류학도 최근엔 얼마든지 새로운 첨단의 연구방법으로 할 수 있는데, 무조건 낡은 분야로만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어요.
 

교사의 입장에선 학생의 능력과 함께 취향을 고려해, 만약 미세한 것을 좋아하면 유전공학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고 형태에 관심이 크다면 분류학쪽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첨단과학이 좋다 해서 또는 점수가 된다고 해서 택한 전공과에서 과연 얼마나 훌륭한 과학자로서의 길을 가게 될지 의문입니다.
 

이-지구과학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현재 지구과학과는 사범대에만 있고 나머지 일반대학에는 천문학과 지질학과 해양학과 기상학과 등으로 나뉘어져 있읍니다. 그런데 지구과학을 연구해보겠다는 학생들의 숫자가 물리나 화학 생물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천문이나 지질 기상 등은 그나마 더욱 적습니다. 다만 해양학 분야가 비교적 관심을 끌고 있을 뿐이에요. 이것은 아마도 바다가 미개척지로서 중요시되고 있는 데다가 우리의 자연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천문학의 경우 별이야기를 하면 좋아는 하는데, 막상 이 분야를 일생동안 연구해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유망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순수과학을 외면하는 풍토도 문제라 하겠읍니다.
 

박-제 생각에는 과학이라고 해도 물리와 화학 생물 지구과학 등 각 분야별로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물리와 화학만 해도 비슷한 듯이 보이지만 전혀 달라요. 물리 하는 사람과 화학 하는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부터가 다르단 말이에요. 앞으로 과학을 전공하려고 마음먹은 학생이라면 어느 분야를 택할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박봉상씨>;
 

홍-동감입니다. 지원하는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커리큘럼을 전혀 모르는채 진학하는 학생도 많습니다. 일례로 금속공학과에서는 물리와 화학실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데 물리에 담을 싼 학생이 가고 있어요.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박-과학을 하겠다는 학생들의 진로지도를 할 때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과학을 좋아한다면 그중에서도 어느 과목이 가장 재미있느냐, 또 힘들이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무슨 과목이냐, 그 과목에 소양이 있는 것이니까 그쪽으로 한번 해봐라"는 식입니다.
 

예를 들어 만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도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든지 수학문제풀이에 몇일씩 빠져드는 스타일이라면 물리학을 택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이-제가 대학의 학부학생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어서 들은 얘깁니다. 작년에 모대학 지구과학과에 입학한 학생들중 2명의 여학생이 금년에 휴학을 하고 말았어요. 이 학생들은 입학시험 때 생물이 점수 따기가 쉽다고 판단해 생물공부를 하고 지구과학과에 들어온 것이에요. 그런데 지구과학을 하려면 생물보다는 물리가 훨씬 관련이 크거든요. 1학년 때는 그런대로 따라갔는데 물리공부를 등한히 한 탓에 2학년이 되니까 도저히 못따라가겠다는 것이었읍니다. 이래 가지고는 훌륭한 과학자는커녕 소정의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기도 힘들 것입니다.
 

<;이태욱씨>;


홍-과학자의 길에도 이론과학자가 있고 엔지니어도 있읍니다. 이론과학자가 진리탐구를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는 것에 비해 엔지니어는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생산공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읍니다.
 

요즘 학생들의 대학진학이나 장래의 진로선택 경향을 보면 순수과학 내지는 이론과학을 기피하고 당장 취업이 용이한 쪽으로만 몰리는 실정입니다. 순수과학의 경우는 장래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어려운, 말하자면 춥고 배고픈 학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응용과학이나 엔지니어쪽은 대기업체마다 설립된 기업연구소라든가 생산공장 등에서 얼마든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몰리는 것이지요.

 

순수과학 해도 먹고 살 수 있어
 

박-순수과학을 전공했을 때의 불안감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어떤 경우가 돼도 기본적인 생활 자체는 해결되지 않겠읍니까. 다시 말해 순수과학을 해도 밥을 굶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과학에 뜻을 두고 있는 한 순수과학 그 자체에 매달려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어렵고 또 남들이 안하는 과학에 몰두해 인류에 커다란 공헌을 한다든가 혹은 그 정도는 안돼도 과학을 통해 스스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후회없는 인생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홍-진로를 택하는 문제와 관련해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과학을 해야겠다고 해서 첨단과학이니 순수과학이니를 따지기 전에 자기 주변의 가까운 데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기 집에서 국수나 만두를 만들어 팔고 있다면 이 분야에 뛰어들어 더 맛있는 만두를 연구하고 개발해내면 훨씬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거지요. 이럴 경우 식품공학과나 식품영양학과를 택해 과학적인 지식을 쌓는다면 비록 과학자는 못되더라도 나름대로 과학한 것에 보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생각입니다.
 

마찬가지로 정유회사의 간부로 있는 아버지가 평소 느끼는 화학공정의 문제점을 아들이 이어받아 풀어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아뭏든 과학이라는 게 매우 다양한 분야로 발달해 있으니까 가급적이면 자신의 환경과 관계깊은 분야를 택하면 그만큼 유리하다고 하겠읍니다.

 

어떤 자세로 과학자의 길을 갈 것인가
 

박-이제 오늘 얘기를 마무리할 때인 것 같군요. 마지막으로 과학자가 되려는 사람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랄까, 자세 그리고 훌륭한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등을 얘기해봤으면 합니다.
 

김-특히 화학을 하려는 학생은 세상 사물을 볼 때 항상 의문을 가지고 생활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질의 구조와 성질을 규명하거나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내는 게 화학의 주요내용이라고 본다면 늘 '왜' 그렇게 될까 하는 의문을 품으면서 사물을 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과학자로서 필요한 자세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역시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자세라고 하겠읍니다. 특히 지구과학은 우리가 늘 경험하는 자연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더욱 세심한 관찰력이 요구된다 하겠읍니다.
 

예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밤이니까 별이 떴나 보다'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지구와 태양 별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돼있는 것일까를 생각해본다든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의 문제를 다시 떠올리면 책에서만 공부하던 것과 비교해 훨씬 실감도 나고 재미도 생길 것입니다.
 

홍-국민학교의 교과과정을 보면 자연과목이 가장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국민학교의 자연수업시간을 살펴보면 선생님들이 여러가지 실험들을 해 보이면서 그런대로 재미있게 이끌어가고 있어요. 지식수준이 낮은 어린이들에겐 간단한 실험이나 야외관찰이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에 이르면 과학과목이 가장 어려워지고 흥미도 없어지는 게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실험장비도 불충분하지만 대학입시준비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니까 딱딱해질 수밖에 없지요. 이런 사정은 지난번 국제학력평가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과학실력이 외국에 비해 국민학교에서는 상위그룹에 속하다가 고교에 이르면 최하위그룹으로 처진다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한 것에서도 엿볼 수 있읍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까지 노벨과학상을 한번도 수상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하겠읍니다.
 

따라서 저는 과학자를 배출하기 위한 국가·사회적인 의도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봅니다. 입시위주의 과학교육을 뜯어 고친다거나 과학인구의 저변확대를 위한 각종 과학정보매체의 활성화 그리고 과학교과서부터 흥미있게 읽힐 수 있도록 고치는 일 등등이 모두가 시급한 일입니다.
 

이같은 국가적 차원에서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풍토에서는 훌륭한 과학자가 많이 배출되기가 어렵다고 봅니다.
 

박-저는 과학자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은 흥미위주로만 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니라 역시 어렵고 고된 학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에 대한 불타는 의욕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꺼리는 어려운 학문을 온갖 정열을 바쳐 성사시켰을 때 느끼는 희열에 최고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는 얘깁니다.
 

또 한가지 강조할 것은 과거의 학과성적이 나쁘더라도 체념하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공부를 해나가면 반드시 훌륭한 과학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임해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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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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