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지난 12월 12일 오후 3시. 과학동아 제작진은 방담회 준비를 위해‘6번째 날’시사회장을 찾았다.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 덕분에 시사회장은 전반적으로 활기가 넘치는 분위기였다. 6번째 날이 선정된 것은 인간복제 허용에 대한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현 시점에 제대로 부합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1999년 복제 송아지‘영롱이’를 탄생시켜 화제가 된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가 바쁜 가운데도 시간을 냈으며, SF영화 해설가로 잘 알려진 박상준씨도 함께 했다. 복제된 또다른 자신을 보고 혼란에 빠지는 주인공‘아담 깁슨’에서부터 복제기술의 종착역으로 영생을 꿈꾸는 악당‘마이클 드러커’까지 미래의 가상인물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기억이 이식된 복재인간 6번째 날


최첨단 디지털 문명이 넘쳐나고 복제 애완동물을 도처에서 볼 수 있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주인공 ‘아담 깁슨’은 사랑스런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다. 유능한 비행기 조종사인 그는 친구와 함께 작은 회사를 경영하며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놀라운 사건이 벌어진다. 집안 거실에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또다른 남자가 가족들과 생일 파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다른 자신을 보고 혼란스러워하는 아담은 정체모를 암살자들에게 납치 당하고….
복제 후 영생을 꿈꾸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마이클 드러커’와 ‘아담 깁슨’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staff
원제 : The Sixth Day
감독 : 로저 스포티스우드
각본 : 마리안 & 코막 위벌리 촬영 : 피에르 미그노트
출연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토니 골드윈, 로버트 듀발

참가자
김홍재 기자
김훈기 편집장
박상준(SF영화 해설가)
장미경 기자
장성환 디자인팀장(자칭 SF마니아)
황우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가나다 순)

영화에서 상징적인 요소
‘6번째 날’에서 ‘6’은 신이 인간을 창조한 날을 상징적으로 담는 숫자다. 영화에서는 ‘6번째 날의 법’이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법으로 등장하는데 드러커는 이 법을 없애 인간복제를 허용시키고 싶어한다. 또한 주인공의 이름인 ‘아담 깁슨’은 신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 ‘아담’을 상징하기 위해 붙여진 것이 아닐까.

Key Word
인공자궁 : 36.5℃에 10만 갤런의 물을 담아 인간의 자궁 역할을 하는 복제인간 배양 탱크다.
신코딩 : 한 생명체의 기억을 복제된 새로운 생명체로 이식시키는 기술. 현재 영국에서 ‘The Soul Cather’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리펫 : 복제 애완동물

<;여섯번째날>;의 별점 ★★★☆
사이언스 별점은 영화의 작품성보다는 과학성과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방담회 참가자들이 평가한 점수다(다섯개 만점).

미경_ 6번째 날의 큰 틀은 복제인간을 다룬 내용이라는 것인데….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가 또 뭐가 있나요?

상준_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가 떠오르는데…. 그 영화에선 복제인간이 붕어빵 찍히듯 나오죠.

홍재_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복제인간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겠군요. 실제 복제인간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을텐데.

상준_ 인공자궁에서 외모를 만들어내고 거기에 기억을 복제한다는 것이 6번째 날의 내용인데…. 과학적인 문제점이 많은 것 같아요. 실제 복제인간은 수정란이 산모의 모체에서 배양돼 탄생하는 것이잖아요. 전례가 없으니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전문가이신 황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황교수_ 우선 전제돼야 할 사항은 이 분야에 관여하고 있는 생명과학자 중 어느 누구도 6번째 날과 같은 그런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길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상상의 나래 속에서 펼쳐진다고 해도 ‘멀티플리시티’나 ‘6번째 날’에서 볼 수 있는 그런 형태의 복제는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SF적 요소가 농후합니다.

미경_ 황교수님께 민감한 부분이다 보니 말씀하시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모두_ (하하하~ - 황교수는 지난 99년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탄생시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홍재_ 6번째 날에서 생명체 복제과정은 제대로 설명하고 있나요?

황교수_ 생명체 복제는 복제를 할 수 있는 세포의 제공 모체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이것은 6번째 날에서 설정한 혈액이라는 요소도 좋습니다. 몸을 구성하는 어떤 것이라도 좋기 때문이죠. 하지만 복제된 수정란을 착상, 수태, 분만하는 생식과정을 거칠 생체기관이 반드시 필요하죠. 이를테면 자궁입니다. 현 단계의 과학기술로서는 인공자궁을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미경_ 인공자궁이 불가능하다구요.

황교수_ 인공자궁 전문가들은 최소한 50년 후까지는 완벽한 인공자궁이 불가능하다고 말하죠. 영화 속에서는 초기 인간 형태를 띠는 생명체를 담고 성장시키는 투명한 인공적 시스템이 있었는데….

상준_ 마치 배양 탱크처럼 생겼더라구요.

황교수_ 맞아요. 배양 탱크. 그 경우도 현재로서는 상당기간 동안 실현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경_ 만일 배양 탱크에서 복제가 가능하다면 영화에서처럼 순식간에 성인 형태의 인간이 복제되는 건 가능할까요.

황교수_ 물론 불가능합니다. 신생아가 될 수밖에 없죠. 너무 비약된 설정 같아요.
홍재_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인간이 탄생하던데…. 교수님이 연구하고 계신 복제동물은 어떤가요?

황교수_ 1백% 똑같지는 않죠. 인간의 경우 설사 복제된다고 해도 완벽하게 똑같은 형태로 복제될 수 없습니다. 95% 전후로 유사할 것이라고 봅니다. 같은 시기, 시점에서 다수를 복제하면 모두 똑같아야 할 것 같지만 조금씩 다릅니다.

상준_ 이론적으로는 일란성 쌍둥이가 돼야 하는데 안된다는 말이시군요.

성환_ 얘기가 너무 딱딱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영화 자체로 느낀 점을 나눠보면 어떨까요?

미경_ 좋아요.

성환_ 너무 SF적으로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과학의 가속도적 발전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수년 내에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복제 문제도 나와 또다른 나를 만났다는 정체성의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상준_ 복제인간의 인권 문제를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공식적으로 복제인간은 금지돼 있지만…. 영화에서 애완동물은 리펫(Repet)이라는 용어를 등장시켜 합법화시키고 있습니다. 복제인간도 육신만 과학기술에 의해 만들어낸 것이지 그 안에 깃들어진 영혼은 실제 우리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복제인간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겠지만 만일 복제인간이 태어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재_ 이 영화에서 묘사됐던 복제인간의 인권에 대해 얘기해보면 어떨까요.

훈기_ 평소에 복제에 대해 취재할 때 혼동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복제인간이라는 용어를 접할 때는 거부 반응이 있었죠. 하지만 복제인간을 찬성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더군요.

황교수_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존재하죠.

훈기_ 복제를 찬성하는 글을 읽어보고 설득까지 당했습니다. 복제인간이 왜 안되는지 명확한 답도 못하겠구요. 하지만 황교수님도 절대 복제인간은 안된다라고 말씀하시잖아요.

황교수_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림).

훈기_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못마땅한 점이 있었는데…. 복제인간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비추더라구요. 만드는 과정도 혐오스러웠어요. 하지만 디지털문명에 대해서는 참 익숙하더라구요. 디지털은 받아들이고 생명공학의 조작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설정돼 있었잖아요.

미경_ 엽기적인 인형이 왜 등장했을까도 궁금하지 않았나요?

훈기_ 아, 맞아요. 개를 복제하는 것은 반대했지만 딸에게 ‘인간같은’ 인형을 사주려던 장면이 나왔죠.

홍재_ 디지털 문명은 받아들이지만 생명공학 조작은 부정하는 캐릭터로 등장한 것 같아요.

훈기_ 만일 과학적 과정을 거쳐 복제인간이 태어나고, 보통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자란다면 복제인간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교수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황교수_ 동감입니다. 의도가 왜곡되지 않은 한도 내에서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에서도 복제된 생명체가 계속 태어나는 상황에서 두가지 부류의 복제 요청이 상당히 많이 왔었고 지금도 오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인간의 복제 요청입니다. 이 경우 정말로 절실하죠. 어떤 경우는 통곡을 하면서 이야기합니다. 불임부부나 불의의 사고로 자식을 잃은 경우죠. 최근 급증하는 요청은 애완동물 복제입니다.

홍재_ 외국의 사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황교수_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몇몇 전문기관에서 3년째 진행하고 있어요. 8백만 달러가 필요하고요. 그 외에도 영국, 미국, 일본 등에 퍼지고 있습니다. 애완동물 복제가 사회적 요구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홍재_ 우리나라에서도 호기심이 아닌 진지한 요청이겠군요.

황교수_ 물론입니다. 애완동물의 복제는 숨김없이 요청을 해오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은 달리 표현하면 반려동물이잖아요.

미경_ 맞아요. 애완동물에 심취한 분들은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얼마전 TV에서 애완동물 장례식을 치러주는 장면도 봤어요.

황교수_ 그럼요. 그렇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죠. 인간에 대한 적용 요구나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있다면, 바로 그렇게 해서 복제인간이 태어나면 그들의 권리나 인격을 논의하는 것이 결코 허황된 설정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이 분야에 관여한 사람들이 강하게 부정한다 해도….

상준_ 사회적 인식의 변화나 과학의 진보라…. 국가적 대책이 수립되고 사회나 국가에서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어떤 절차를 거쳐 허용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전혀 이뤄질 수 없는 상황만은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홍재_ 실험실에서 일정 과정을 거치고 정상적인 여성의 자궁 시스템을 통해 분만 과정을 거친다면, 또 보통아이와 똑같은 성장과정을 거쳤을 때라면 바로 그 가정에 귀중한 일원이 될 것입니다. 그럴 경우라면 태어나는 복제인간의 인권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성환_ 시험관 아기가 언제 태어났죠?

황교수_ 1978년입니다.

성환_ 시험관 아기가 태어날 때 가치관 문제가 시대적 이데올로기를 반영하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시험관 아기의 탄생과 정상적인 아기의 탄생은 다르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시험관 아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잖아요. 인공자궁도 시험관이나 다름없는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상준_ 그럴 수도 있겠군요.

성환_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복제의 대상이 점점 가축에서 애완동물로, 그리고 인간으로 다가온다고 했는데…. 그 다음 단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경_ 다음 단계라면????????????????????????

성환_ 영화 속의 신코딩 기술과 같이 기억이 복제될 수 있다면 복제의 의미가 영생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드러커가 영생을 노리고 있듯 말이죠. 하나는 반려자, 하나는 영생.

훈기_ 저도 당연히 그럴 것 같아요. 권력이 있으면 유지하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있잖아요. 사회적으로 복제를 수용할 수 있다면 점점 인식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요. 영화에서 자기를 계속 복제하는 드러커의 모습이 이해가 됩니다.

성환_ 조금 다른 얘기 같지만…. 드러커와 뉴드러커의 만남, 한편으로는 타임머신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걸 뭐라고 하죠?

상준_ 인과율에 위배되므로 나와 또 다른 내가 부딪치면 안된다는 것이죠.

성환_ 그래서인지 ‘도플 갱어’에서처럼 둘이 만나면 하나는 죽는 상황이 곧잘 벌어집니다.

상준_ 그런데 눈에 복제의 표시를 찍는다는 설정은 조금 웃겼어요.

성환_ ‘블레이드 러너’에서도 수명이 제한된 복제용병을 이용하죠. 진짜와 구별되는 뭔가를 심어놨습니다. 사람들의 원천적인 두려움이 반영된 것 같아요. 또 모체에서 성장시키는 복제와 급속 성장시키는 복제 영화가 한편 있었습니다. ‘저지 드레드’에서 둘이 다 나오죠.

훈기_ 가볍게 얘기하고 싶은데 자꾸 무겁게 진행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네요^^.

상준_ 황교수님에게도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 복제 요청이 계속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복제기술에 대해 찬동하는 사람도 다수 있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황교수_ ^^.
 

자신의 복제 여부를 확인하는 주인공 아담 깁슨


상준_ 이 영화에서 나온 리펫이 실현됐다고 가정하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복제하면 육신은 똑같아도 영혼은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애지중지하던 동물이 죽어서 복제를 했다 해도 처음에 사랑했던 그 동물은 아니겠죠.

성환_ 복제동물은 지문이 각각 다른가요?

황교수_ 지문 복제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멜라닌과 관련된 요소는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성환_ 또 하나의 문제로…복제인간의 인격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영화에서 복제인간이 떠난다는 설정을 하더라구요. 그게 이 시대의 모호한 결론 아닐까요. 복제인간임을 표시한다는 것 자체가 차별이니까요.

미경_ 그럼 이 자리에서 왜 복제인간을 사회적으로 용납하지 않는지 근본적으로 검토해보는 건 어때요?

상준_ 지금 입장에서 호들갑이라고 할만한 시험관 아기에 대해서도 그 당시에서 죄악시하는 분위기였잖아요. 그 때 시험관 아기 반대주의자들은 인간이 자연적인 과정에서 탄생해야만 한다고 주장했었죠. 하지만 전 세계 수십만 시험관 아기가 있잖아요.

황교수_우리나라에서도 연간 5천명이 시험관 아이로 태어납니다.

상준_ 지금은 시험관 아기도 똑같은 인간이죠. 복제인간을 반대하는 이유는 암수의 수정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것이 요체라면 꼭 금기돼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황교수_ 복제라는 기술 자체가 현재 완성된 기술이 아닙니다.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고 기술적으로 미흡한 측면이 너무 많이 내포되죠. 복제된 생명체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합리적 근거가 있다해도 현재 인간 자체의 복제를 시도하거나 용납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상준_ 시험관 아기의 탄생의 시기에는 그런 증명 과정이 있었나요?

황교수_ 그때도 없었습니다.

상준_ 저질러놓고 봤는데 괜찮았다는 말씀이시군요^^. 물론 복제인간에 대한 난관이 훨씬 많겠지만….

황교수_ 10년이나 15년 전만 하더라도 시험관 아기 하면 남의 얘기였고 또 다른 세상의 얘기처럼 들렸죠. 하지만 저와 아주 가까운 제 주위에도 시험관 아기 자녀가 여럿 있어요. 그분들은 만일 시험관 아기가 없었다면 우리 가정이 행복할 수 없었다고 말하곤 하죠.

상준_ 맞아요.

황교수_ 핵심은 하나의 금기를 언제, 어떤 방식이나 어떤 과정을 거쳐 넘느냐는 것이지 일단 넘고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시험관 아이를 기르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훈기_ 저도 공감이 됩니다. 예전 인터뷰 때 어느 교수님께 들은 얘긴데…. 남자와 여자의 체세포가 2n상태니까 2n상태의 체세포를 n상태로 바꾸고 엄마 아빠 것을 결합시켜 복제인간을 만들어내면 시험관 아이와 차이점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의 진보라는 것이 참 어렵죠. 바꿔 해석하면 달라지잖아요. 과학적으로 가능케 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 때 그 말을 들었을 때 헷갈렸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런 것을 재료로 불임의학이 발전한다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홍재_ 저는 제가 과학자를 꿈꿔와서 그런지 과학자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 속의 과학자에 대한 느낌은 어땠는지요.

황교수_ 현실의 반영 같습니다. 완벽한 조정을 받느냐 아니면 자기의 의지를 내세우면서 조정을 받느냐 둘 중 하나인데…. 자발적인 복제 찬성론자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홀로그램 여인이 나오는 영화 속 특수효과


홍재_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하나같이 너무나 뛰어난데 왜 항상 이용당하는 것으로 나올까요.

상준_ 공상과학 장르에서는 ‘매드 사이언티스트’(mad scientist)라는 용어가 정립될 정도입니다.

황교수_ 과학기술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대해서는 과학자의 의도보다도 사회적인 힘, 또 다른 요구에 의해 흘러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사회적 반향을 크게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생명공학기술에서는 더욱 그렇겠죠. 그런 측면에서 이 분야에 종사하는 과학도나 이 분야에 관심있는 미래의 과학도들이 이 영화를 꼭 봐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저도 개봉하면 연구원들과 다 같이 볼 생각입니다.하하하~

성환_ 요즘 공상과학영화의 경향이 예전에는 먼 미래였는데 지금은 가까운 미래로 바뀌어 가는 것 같아요. 복제라는 것이 당장 눈앞에 다가와 있어 현실 속의 얘깃거리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황교수_ 공상과학영화였기에 인공자궁이 등장하고 급속 복제인간이 가능하죠. 현재 기술을 그대로 반영하면 공상과학영화가 아니잖아요.

훈기_ 이 영화에 대한 에피소드인데…. 제작자가 영화의 배경을 처음에는 먼 미래로 설정하려고 했다가 기술 발전 단계를 보니 가깝게 느껴질 것 같아 다시 가까운 미래로 설정했다고 하더라구요. 참! 드러커가 일부러 질병 유전자를 넣는 장면이 나오는데…. 복제와 유전자 조작의 결합인가요?

황교수_ 맞습니다. 만일 이 장면이 없었다면 영화의 수준이 훨씬 낮았을 것 같아요.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삽입하거나 빼는 유전자 적중술이 현실적으로 이미 상당 수준에서 실현되고 있거든요.

훈기_ 복제와 유전자 조작이 함께 실현되는 것도 가능할텐데요. 지능이나 건강 등 우성 유전자가 발견되면 당연히 가능한 일이고, 그 부분까지 건드린 셈인데…. 그게 부각돼서 토론한다면 더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성환_ 가타카에서 그런 내용이 나오잖아요. 복제나 유전자 조작에서 우려되는 점. 과학의 발전이 유전자 조작과 합해질 때 돈이 없는 사람은 신의 아이로 태어날 수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유전자 조작없이 태어난 사람은 보험을 들거나 입사할 때 심한 불이익을 당하게 되죠. 금권 지배 사회를 부추기는 건데….

황교수_ 건드리기 어려운 측면을 말씀하셨는데…. 위험하지만 한가지 사례를 소개하죠. 시험관 아기 시술 전, 인공수정술이 적용됐었죠. 인공수정할 때 남편의 정액은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서 이용할 수 없었고, 제 3의 기증자를 이용했었습니다.

성환_ 의대생이 가장 선호되는 기증자 아니었나요?

황교수_ 맞아요. 선호하는 게 있죠. 의대생 중 키크고 체구좋은 학생들. 의대생 중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복제뿐만 아니라 유전자 적중이라는 기술이 혼합되면 우성이면 우성, 열성이면 열성으로 사회적인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것입니다.

상준_ 우성 유전자에 의한 아기가 태어났을 때 임의적인 돌연변이가 계속 유전되면 장기적으로는 인류가 전체적인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황교수_ 우성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열성인자로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몸 구조는 열성과 우성의 혼재된 상태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성 일변도의 생명체가 됐을 경우 우성 인자가 치명적인 열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환경보호단체나 시민단체에서 복제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진지하게 숙고해야 하고요.

성환_ 복제 관련 기사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물들이 히틀러와 마릴린 몬로잖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이 다시 태어난다면 제 2의 히틀러가 될 수 없겠죠. 지금 상황에서는 역사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할 수 없을테니까요.하하하~

상준_ 복제인간에 반대하는 건 복제인간이 비정상적으로 자랄지도 모르는 미지의 불안감도 있지 않을까요.

황교수_ 반대 이유는 상당히 복합적이죠. 첫째로 지적할 수 있는 반대 이유는 기술적 내용이나 수준을 일반인들이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미지의 과학기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둘째로는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분들의 논리가 사실상 현 단계에서 매우 가슴에 와 닿습니다. 또한 실제로 복제에 의해 태어나는 생명체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증거가 있습니다.

상준_ 영화 에일리언에서 실패한 복제체들이 나오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복제인간이 자신의 잘못된 형체를 보고 파괴하는 장면이 인상깊었습니다. 황교수님께서는 현재 복제된 동물들이 단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관측하실텐데…. 성장과정에서 특이한 점이 관찰되나요?

황교수_ 자연적 번식과정을 거쳐 태어나는 생명체와는 확실하게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경_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황교수_ 이유를 모르는 유산율이 30% 정도 됩니다. 또 태어난 개체가 원인 모르게 갑작스런 죽는 출생 즉시 죽는 현상을 보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많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많았습니다. 태어난 개체 중 일부는 장기 기형이 있습니다.

홍재_ 그렇다면 상당수가 기형이거나 몸이 약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황교수_ 아닙니다. 정상적인 자연 번식과정을 거친 동물과 똑같이 자란 것들이 더 많죠. 설사 많다 해도 동물이기 때문에 처리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사람이라면 문제가 다르죠. 현 단계에서는 과학적 측면이라도 인간 복제까지 상정한다면 위험하다는 것이 제 소신입니다.

미경_ 이제 이 영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정리해야 할 시간인것 같아요. 김 편집장님부터 말씀해 주세요.

훈기_ 이 영화를 복제 자체만으로 끌어갔다면 재미없지 않았을까요. 아놀드가 나와서 영화를 많이 살려줬던 것 같아요. 영화 속에 여러가지 메시지가 담긴 것 같기도 하고…. 복제된 인간이 여러 가지 느낌을 얘기하잖아요. 과학자 부인은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고 했고, 드러커는 영생 추구를 말했듯이…. 당위성이나 문제점을 얘기했지만 복제된 인간도 느낌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환_ 저는 드러커의 생김새(왼쪽사진)가 마치 '빌 게이츠'를 닮은 것 같았어요. 디지털 문명의 상징을 표현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보이도록 한게 아닐까요? 영화는 전체적으로 다소 상투적인 액션물 같긴 했찌만 의외로 많은 메시지를 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학동아 독자라든지 복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봐줄만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과학적인 메시지 측면에서는 얘기해 볼만한 꺼리가 많잖아요.

황교수_ 저도 동감합니다. 이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산만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오락 위주로만 설정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과학의 주소나 미래가 이럴 수 있다는 것. 취사선택과 판단은 관객에게 던진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관객이 간단하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숙고해야할 숙제를 줬다고 봅니다. 가족들에게도 권해볼 만한 영화 같아요.

상준_ 오늘 나온 얘기들이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황교수님 말씀이 특히 유익했습니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과학적인 얘기를 다른 곳에서는 제기할 수 없잖아요. 과학동아에 걸맞는 좋은 얘기를 나눴던 인상깊은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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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만화

    박찬영
  • 진행

    장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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