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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Issue] 이산화탄소

이 건물, 이 화장품 뭐로 만들었게?



이산화탄소로 만든 도로, 이산화탄소로 만든 건강식품, 이산화탄소로 만든 바이오 디젤. 전세계의 골칫덩어리인 이산화탄소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2020년 상용화를 위해 달리고 있는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CCU) 덕분이다.



3억1460만t(CO2eq.). 지난해 12월 체결된 UN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우리나라가 2030년까지 줄여야하는 이산화탄소 배출양이다. 2014년 우리나라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6억6350만t. 반 년 동안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아야 목표치를 채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초에 단순히 에너지 절약으로만은 해결될 양이 아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실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기술로 이를 극복하려 한다. 신재생에너지원을 개발하거나, 동력의 효율을 높여 연료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바꾸는 이산화탄소 전환기술(CCU, Carbon Capture and Utilization)이다.

CCU보다 먼저 시작된 것은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안전한 곳에 저장하는 것으로, 노르웨이, 캐나다, 미국, 알제리 등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을 뿐만 아니라 단층지역이 많아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지각을 아직 찾지 못했다. 더군다나 CCS는 이산화탄소를 매립해 없애는 기술이다. 경제적으로 더 유용한 물질로 재탄생시키는 기술이 있다면 더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산화탄소 재활용, CCU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0년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을 세우고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전환은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발전소에서 시작된다.





상용화 1순위, 이산화탄소로 건물 짓기

이산화탄소와 같은 기체는 고체로 만들면(암석화) 아주 간단히 보관할 수 있다. 그냥 돌덩이로 남겨 매립할 수도 있지만, 재료로 적극 활용한다면 어떨까. 단단한 암석이 필요한 건축 현장에 적격이다.

전환 과정도 간단하다.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발전소 배기가스를 모아 산화칼슘(CaO)과 혼합시켜주기만 하면 탄산칼슘(CaCO3)이 된다. 탄산칼슘을 그대로 건축 재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단단하지만 건축 재료로서는 강도가 충분하지 못하고, 다른 물질과 반응할 여지도 있기 때문에 시멘트와 적절하게 배합해 사용한다.

시멘트에 탄산칼슘을 얼마나 섞을지는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형장비들이 갯벌을 가로지르기 위해 만드는 임시 도로는 강도가 높지 않아도 돼 탄산칼슘이 30%를 차지한다. 건축물을 세우기 전 땅바닥을 다지는 기초지반공사에는 10~15%, 건물에는 5~10%로, 강도가 높아야 하는 곳일수록 탄산칼슘의 비율이 낮다.

대우건설에서는 국내 최초로 탄산칼슘 건축 재료상용화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시범단계로, 발전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소각로에서 시험가동을 하고 있다. 김병환 대우건설기술연구원 플랜트환경연구팀장은 “소각시설의 배출가스에는 8~9%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돼 있는데, 반응장치를 거치면 1% 이하의 이산화탄소만 배출된다”며 “올해 초부터 발전소에도 연간 6만t 이상 처리할 상용화 공정을 건설 중”이라고 말했다. 탄산칼슘은 안정적인 물질이라 1000년 이상 영구 저장이 가능하며,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되는 시멘트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 현재 대우건설에서는 철도침목용 시멘트는 5%, 건물용 시멘트는 10%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한 굳는 속도도 시멘트만 사용하는 것보다 40% 가량 빨라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김 팀장은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 단계에 있어 여러 CCU 기술 중 가장 빨리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과제는 사용처다. 최종적으로 연 700만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으로 전환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사용처를 확보해야 한다. 건물 지반 외에도 도로나 철도의 기초지반에 사용되는 성토재 등으로 활용범위를 넓히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우글우글 슈퍼균주가 이산화탄소 먹어치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없애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광합성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광합성으로는 현재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해결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생물을 개량해 대규모의 광합성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광합성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산화탄소와 물, 빛, 그리고 광합성 생물이다. 빛은 태양광을 이용하면 된다. 인공광으로 광합성을 하면 효율은 더 높겠지만, 인공광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이산화탄소와 물은 충분하니 이제 효율 높은 광합성 생물만 찾으면 된다.

대표적인 광합성 생물은 식물이지만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엔 광합성 속도가 느리고, 부피도 크다. 그래서 찾은 것이 미세조류다. 미세조류는 다른 광합성 생물에 비해 세포가 성장하는 속도도 월등하고,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전환하는 속도 또한 빠르다. 식물 중 가장 빨리 자라는 사탕수수보다 2.8배, 우리나라의 가장 흔한 수종 중 하나인 소나무에 비해서는 무려 15배 이상 광합성 효율이 높다. 또한 크기가 작아 좁은 면적에서도 고농도의 물질을 만들어 낸다.

심상준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광합성 효율이 높은 동시에 생성물의 경제적 가치도 높은 미세조류를 찾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과거 일일이 미세조류를 관찰하며 특성을 알아가던 방식을 개선하고자 다양한 조류를 섞어 넣고 경쟁을 시키는 미세유칩을 개발했다. 심 교수는 “1만 종 이상의 미세조류가 이 미세유칩 안에서 자체적인 경쟁을 통해 분별된다”며 “환경조건을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미세조류를 신속하게 가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조류는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생성물도 다양하다. 그 중 심 교수가 목표로 하는 물질은 아스타잔틴과 바이오 디젤. 붉은색을 띄는 아스타잔틴은 항산화 효과가 매우 뛰어나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등에 널리 이용되는 물질이며, 바이오 디젤은 경유를 대체할 친환경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심 교수는 “아스타잔틴은 시장규모가 작지만 kg당 1000달러가 넘을 정도로 비싸고, 바이오 디젤은 싸면서도 활용 범위가 넓다”며 “처음에는 고부가가치 물질인 아스타잔틴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규모가 커지면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험실에서 선별된 미세조류는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지난해 심 교수팀은 한국지역난방공사에 균주선별기술과 공정 실증화기술을 이전했으며, 현재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10t 규모의 미세조류를 배양 중이다. 심 교수는 “실험실에서 얻은 미세조류를 현장에서 바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우리 팀의 장점”이라며 “2020년까지 100t 규모로 확대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팀이 생각하는 다음 목표는 광합성 속도다. 미세조류가 식물보다는 월등히 빠르지만 상용화에 이르기에는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심 교수는 “더 나은 미세조류를 계속 탐색하고, 동시에 무기물과 결합시키거나 유전공학을 이용해 슈퍼균주를 만들어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고 속도 인공광합성, 꿈의 촉매를 찾아

인공광합성은 최근 과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올해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인공광합성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준 효율(10%)을 넘기는 장치를 고안하며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전세계가 이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월등한 광합성 속도다. 생물로는 따라 잡을 수 없을 만큼 이산화탄소 전환 속도가 빠르다. 또 인공광합성은 탄소가 1개 또는 2개인 탄소화합물을 생성해 활용범위가 넓다. 일산화탄소, 에탄올, 개미산과 같이 탄소 수가 적은 생성물을 이용해 다시 다양한 화합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상용화까지는 최소 2, 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윤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가장 큰 문제는 촉매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광합성은 간단히 말해 광합성 생물 대신 전기화학장치를 사용한 것이다. 다만 하나의 전기화학장치가 엽록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을 대체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세분화된다. 태양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과정,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드는 과정,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환원해 다른 물질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중 물을 분해하거나 이산화탄소를 전환하는 과정에는 각각 촉매가 들어가야 한다. 더군다나 이산화탄소가 탄소화합물로 전환될 때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성능이 매우 뛰어난 촉매가 필요하다.

촉매의 성능에는 전환 효율만 있는 것 아니다. 지난해 당시 세계 최고 효율(4.23%)의 인공광합성 장치를 개발한 황 선임연구원도 “촉매 연구에서 광합성 효율 외에도 중요한 게 많다”고 강조했다. 황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유독 인공광합성 효율에 대한 연구가 많았을 뿐, 급한 것은 촉매의 내구성과 가격”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인공광합성 효율에 대한 연구는 좋은 조건의 실험실에서, 금 같은 값비싼 장치를 이용해 나온 일시적인 수치다. 이를 상용화하고 시스템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촉매의 가격이 낮아져야 하며, 전기화학장치의 내구성도 좋아야 한다. 황 선임연구원은 현재 은과 탄소를 결합한 촉매를 개발해 가격을 낮추고, 동시에 여러 개의 금속장치를 결합해 규모를 키우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황 선임연구원은 “효율, 내구성, 경제성을 모두 고려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에 포함된 많은 기술들이 상용화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어떤 기술은 조금 빠르게, 어떤 기술을 조금 느리게 다가오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정책적인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병환 팀장은 “상용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기업에서 필요성을 느끼고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직까지 기업과 정부에서 이산화탄소 감축에 대한 심각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윤정 선임연구원 역시 “기업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는 정부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이산화탄소 전환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인공광합성 상용화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 기타

    [일러스트]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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