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의미에서 ‘정의’란 사회적 대우나 보상, 처벌 등에 있어서 ‘마땅히 받을 만한 몫을 공정하게 받는 것’을 말한다. 정의를 두고 공자는 ‘천하의 바른 정도를 아는 것’, 플라톤은 ‘국가가 지녀야 할 가장 필수적인 덕목’,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며, 각자에게 각자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구성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누리려면 정의의 실현은 필수적이다. 둘째, 사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정의로운 법과 제도를 갖춘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은 서로를 신뢰하게 되고 갈등을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이 추구하는 개인선과 사회가 추구하는 공동선을 모두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존 롤스는 사회 제도가 갖춰야 할 제1 덕목으로 정의를 꼽았다. 그는 저서 ‘정의론’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며 정의가 사회 제도의 가장 필수적인 덕목임을 강조했다.
“이론이 아무리 정교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돼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할지라도 정의롭지 못하면 개혁되거나 폐기돼야 한다. 모든 사람은 사회 전체의 복지를 위한다는 이유로도 결코 침해될 수 없는 기본적인 권리를 가진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이 갖게 될 더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정의의 실질적 기준
정의의 실질적 기준은 무엇일까?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것과 관련된 정의를 ‘분배적 정의’라고 하며, 이는 부나 권력과 같은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구성원에게 어떻게 분배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분배적 정의의 실질적인 기준으로는 능력, 업적, 필요 등이 있다.
그렇다면 분배적 정의의 실질적 기준을 탐구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 사회적 자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공정하게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첫 번째이며, 각자가 자신의 몫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분배적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분배적 정의의 여러 가지 실질적 기준의 특징과 장단점을 알아보자.
능력에 따른 분배
능력에 따른 분배란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능력을 분배의 기준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그에 맞는 대우와 보상을 할 수 있고, 개인이 지닌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장점이다. 전문적 지식과 자질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개인의 의욕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 사회적 환경과 같은 우연적 요소가 개입되며, 능력 평가의 정확한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업적에 따른 분배
업적에 따른 분배는 당사자들이 성취하고 업적에 이바지한 정도에 따라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성과 연봉제가 대표적인 업적에 따른 분배의 사례다. 성과 연봉제란 개인의 업무에 대한 성과 평가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임금 체계로, 기업의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고 근로자의 무임승차를 방지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업적에 따른 분배의 장점은 달성한 결과에 대한 객관적평가와 측정이 용이해서 능력에 따른 분배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종류가 서로 다른 업적의 양과 질을 비교해서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경쟁이 과열되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필요에 따른 분배
필요에 따른 분배는 개인의 기본적 필요에 따라 자원을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분배하는 것이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더 많은 재화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한정된 재화로 모든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개인의 성취동기가 약해지고 경제적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절차적 정의 강조
한 사회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사회적 자원을 모두 분배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실질적 분배의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 절차적 정의를 강조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이 관점에서는 절차나 과정이 공정하다면 그에 따른 결과도 공정하다고 본다. 다양한 분배 기준이 서로 충돌할 수 있고, 모두가 동의하는 분배의 기준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 불평등
사회 불평등이란 부나 권력과 같은 사회적 희소가치가 불평등하게 분배돼 개인, 집단 및 지역이 서열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사회 계층의 양극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공간 불평등, 구조적 불평등 심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사회적 희소성으로 인해 사회 불평등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정도가 심해지면 구성원 간의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불평등 현상은 다음과 같다.
사회 계층의 양극화 문제
사회 계층이란 사회 구성원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지위의 층을 의미한다. 사회 계층의 양극화 현상은 사회 중간계층이 점점 감소하면서 구성원들이 상층과 하층의 양 극단으로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구성원이 소유한 사회적 자원의 정도에 따라 위계가 발생하며, 경제적 격차가 정치적·사회적 불평등과 같은 다양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의 계층이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개인의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계층 이동을 막아 폐쇄적인 사회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 문제
사회적 약자란 경제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서 열악한 위치에 있어 사회적으로 배려와 보호 대상이 되는 개인 또는 집단으로, 정치적·경제적으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의 원인으로는 선입견 및 편견, 차별을 용인하는 사회적 환경 등이 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차별은 사회적 약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가로막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공간 불평등 문제
공간 불평등이란 지역 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와 농촌 등 지역을 기준으로 사회적 자원이 불균등하게 분배되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나라에도 공간 불평등 문제가 나타나는데, 이는 과거 성장 거점 개발 추진, 1960년대 이후 급속한 도시화·산업화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로 인해 도시 지역으로 인구 및 산업 시설이 지나치게 집중되고, 촌락 지역은 인구의 지속적 유출 및 지역 경제 침체 문제가 나타난다. 상대적으로 발전된 지역 주민과 낙후된 지역 주민 사이의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져 사회 통합이 저해될 수 있다.
성장 거점 개발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이에 따른 성장 이익을 다른 지역으로 파급해 효과를 확산하는 개발.
불평등 완화 노력
능력이나 업적에 따른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개인의 성취 동기를 자극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기능도 있다. 하지만 환경적·구조적 불평등이 발생하거나 불평등이 심화하면, 개인이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빼앗고 개인이나 집단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구성원 간의 사회적 격차를 줄여 사회 계층의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제도적 장치 또한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