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7월 13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 261명을 기록했다. 이번 변이는 전파력도 매우 높다. 더욱 강해져 다시 돌아온 코로나, 우리는 뭘 대비해야 했을까. 언젠가 인류를 덮칠 또 다른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뭘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경고가 계속되고 있다. 6월 30일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언론브리핑에서 “전 세계 110개국에서 BA.4, BA.5(오미크론의 하위 변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다”며 “각국 정부의 방역 규제 완화로 새로운 변이에 대한 추적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해 긴장을 푸는 가운데 나온 경고의 목소리다.
면역 피하는 변이, 새로운 백신 필요해
그동안 한국에서 코로나19는 다섯 차례 유행했다. 전문가들은 여섯 번째 유행이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새로운 변이의 강력한 전파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6월 26일 기준 전 세계 신규 확진자의 43%에서 BA.5가 검출됐다. BA.5는 5차 유행을 이끈 오미크론(BA.1)의 하위 변위다. 국내에서도 BA.5의 검출이 크게 늘고 있다. 7월 1주 국내의 BA.5 변이 검출률은 35%로 집계됐다. 국내감염과 해외유입 사례에서 각각 23.7%, 70%를 차지했다. 7월 12일 임숙영 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BA.5 변이 검출률 증가세가 매우 커 빠르게 우세종화가 진행될 전망이었지만, 이번주는 증가세가 다소 정체됐다”며 “다만 해외유입 사례가 계속 늘고 있어 BA.5 변이 점유율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BA.5는 오미크론보다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은 높고 기존 면역 반응을 회피한다. 백신 접종 뒤 우리 몸에 생긴 항체가 바이러스를 중화시키는 능력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원본 바이러스(WA1/2020)와 비교했을 때, 항체가 BA.5를 중화시키는 능력은 21분의 1 수준이다. doi: 10.1056/NEJMc2206576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기존 백신이 BA.5를 잘 제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6월 30일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에 BA.5와 BA.4 등을 추가한 백신을 개발해달라고 요청했다.
발빠른 대비 위한 기술 개발 필요해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백신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도 크다. 백신 플랫폼은 면역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항원을 인체로 전달하는 기술을 말한다. 백신의 작용 원리는 병원체의 항원을 인체 내부로 주입해 감염 이전에 면역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때 항원은 여러 형태로 주입할 수 있다.
항원의 형태에 따라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하다. 누리호와 같은 발사체를 떠올려보자. 인공위성마다 최적화된 발사체가 다를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발사체 기술을 평소에 잘 갖춰놓으면,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릴 때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인공위성을 만들고 발사체에 탑재하는 등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있지만, 전체 공정은 짧아진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항원을 몸 속으로 전달하는 기술(플랫폼)이 잘 준비돼 있다면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그에 맞는 항원만 결합시켜 백신 개발 속도를 단축시킬 수 있다. 대표적인 백신 플랫폼으로는 생백신(약독화), 사백신(불활성화), 서브유닛 백신, RNA 백신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백신 플랫폼 기술에 대한 투자가 미흡한 상황이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기술동향브리프에 따르면 2015년~2019년 백신 개발단계별 연구개발에서 플랫폼 기술 개발에 투자되는 금액은 6000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임상시험과 비임상시험에 각각 약 191억, 173억 원이 투자됐다. 백신 플랫폼 보조기술에서도 생산기술이 783억 원 가량으로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등 그간 기초 기술보다는 당장 필요한 백신 개발에 투자 자원이 집중됐다.
6월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더욱 효과가 높은 백신 재설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늦은 여름 전까지 새로운 2가 백신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번 개발 결과는 세계의 보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사의 백신 플랫폼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백신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면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와 감염병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가령 같은 형태의 백신 플랫폼도 안정제, 면역증강제 등 보조기술에 의해 효과와 안전성에 차이가 있다. 새로운 항원에 대한 효과를 내는 백신을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는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더라도 적용된 기술이 다른 여러 백신이 확보돼야 한다. BA.5처럼 새로운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재설계에도 용이하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앞으로 코로나19의 변이가 계속 등장하고,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하는 등 보건 문제가 계속 늘어갈 상황에서 백신 플랫폼 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