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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과 공룡 멸종.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소재를 연결시킨 그의 신간은 SF 소설을 연상시킨다. 앞서 열린 대중강연에서도 일부 기자와 청중들은 오해 섞인 질문을 했다.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리사 랜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단순히 공룡과 암흑물질을 연결하려 했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새 책은) 은하와 태양계, 그리고 지구를 포함하는 우주의 역사에 대한 것”이라며 “단순히 일부를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엮고자 했다”고 말했다.
‘암흑물질과 공룡’은 2014년 그가 발표한 논문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한 책이다. 그의 가설을 요약하면, 공룡 멸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혜성 충돌을 유발한 힘의 기원이 암흑물질이라는 것이다. 우리은하의 원반에는 암흑물질로 이뤄진 눈에 보이지 않는 원반이 겹쳐 있어서,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태양계가 이 암흑 원반을 지날 때마다 태양계 가장자리에 있는 오르트구름에서 혜성이 지구로 ‘발사’됐다는 것이다.
그는 우연한 계기로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저는 사실 공룡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당시 우리 연구팀은 암흑물질의 일부가 조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그게 암흑물질 원반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 저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폴 데이비스라는 물리학자가 초대했어요. 그런데 그가 제게 공룡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그렇게 연구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정도의 짧은 시간만에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달 뒤에는 ‘놀라운 우연의 일치로’ 그의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실험을 할 인공위성 ‘가이아(GAIA)’를 유럽우주국(ESA)에서 쏘아 올렸다. 그는 “수 년 내로 가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설에서 중력과 전자기력, 강력, 약력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 외에 다섯 번째 힘이 존재할 수 있다는 ‘과감한’ 주장을 도입했다. 오직 암흑물질 사이에서만 작용하는 힘이다. 랜들 교수는 “우리가 알던 다른 힘들과는 완전히 다른 힘”이라며 “표준모형 입자들과 상호작용 할 수 있지만, 아주 작게만 상호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상호작용을 한다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다섯 번째 힘이 존재한다면 아인슈타인이 꿈꿨던 ‘힘의 통합’은 한층 더 요원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랜들 교수는 힘의 통합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제 생각에는 통일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통일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힘의 통합이 일어나는 에너지 수준이 아닌) 더 낮은 에너지 수준에
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LHC가 찾은 신호, 새로운 입자일까
최근 입자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 너머의 물리학에 몰두하고 있다. 쿼크와 렙톤을 기본 요소로 물질세계를 설명하는 표준모형은 우주의 5%밖에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작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가 특이한 신호를 포착하면서 물리학자들이 일제히 새로운 입자를 제
안하고 나선 상황이다. 고려대에서 열린 NPKI 워크숍에서도 LHC에서 발견된 신호에 대해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과연 새로운 물리학의 시대가 열릴까.
“저는 LHC가 포착한 신호가 아마도 진짜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흥미로운 일입니다. (진짜 신호가 맞다 해도) 일단 암흑물질은 아닐 겁니다.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하는 입자일 겁니다. 그 신호가 정말 입자에 의한 것이라면, 분명히 그건 표준모형을 넘어선 새로운 입자일 겁니
다. 지금까지 누구도 본 적 없는 신호였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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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들 교수는 표준모형 너머의 물리학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열린 태도를 보였다. “현재의 표준모형을 포함하는 체계일 수도 있고, 아예 새로운 형태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를 포함해 많은 물리학자들이 빨리 그 실체를 보고 싶어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물론 GAIA 위성이 암흑물질의 증거를 발견한다면 표준모형 너머의 물리학을 구축하는 첫 걸음이 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찾아야 할지 집중하게 해 주는 모델을 만들고 그에 따라 실험하는 게 중요합니다. 비록 아무 신호도 못 봤다고 해도 시험한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뭔가를 알게 되는 거잖아요?”
어려움을 만났나요? 질문하세요
그는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물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학문적인 업적도 뛰어나지만, 저작활동과 대중강연, 오페라 제작, 방송 출연(유명 시트콤 ‘빅뱅이론’에도 찬조출연했다) 등으로 대중과 친숙하다.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모두 ‘잘’해낼 수 있는 걸까.
“제가 활발하게 활동한 것은 최근 10년이에요. 40대가 될 때까지는 주로 연구만 했죠.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때로는 연구나 하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무엇에 대해 글을 쓸지, 무엇에 대해 사람들에게 이야기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즐거워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 주기도 하죠.”
세계적인 물리학자, 하버드대 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늘 모든 일이 성공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물리 공부는 어려웠다. 그는 특별히 공부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독자들에게 전했다.
“어려움을 견디고 계속 책을 붙들고 있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장애물을 만나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아요. 저도 학부생 때는 거의 질문이 없었어요. 그런데 누군가 제게 대학원생이 되면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하더군요. 그래서 질문하기 시작했는데,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한 걸음 떨어져서,
내가 어디서 막혀 있는지, 뭘 모르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게 어디서 비롯됐는지 물어봐야 해요. 물론 이런 방법도 틀릴 수 있죠. 하지만 때로는 이 방법으로 놓치고 있었던 중요한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