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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4번 강타자설」은 맞는 것일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판정내려

승률은 강타자를 3번에 배치할 때 가장 높았다.


컴퓨터가 3, 4번의 우열을 판가름낸다.

'3번 타자가 잘 치는가 아니면 4번타자가 더 나은가.' 팀내에서 가장 우수한 타자를 4번에 배치한다는 것은 야구에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이 '4번 최강타자설'에는 오랜 이견이 뒤따른다. 3번에 더 강력한 타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이론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1회 공격시 1사 1루에 3번타자가 타순에 들어설 확률이 높다. 이 때 장타력있는 3번 타자가 장타를 때려내면 주자는 순식간에 홈까지 쇄도할 수 있다. 그러나 3번이 강타자가 아니라면 3, 4번 연속타가 나오기 전에는 선취점을 얻기가 힘들다. 야구에서 선취점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3번의 역할은 어느 누구보다도 크다.'

과연 그럴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컴퓨터가 나섰다. 일본전기(NEC) 정보연구소 다무라(田村 淳)는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적을 컴퓨터에 넣어 가상의 시뮬레이션을 함으로써 흥미있는 결과를 얻었다.

먼저 그는 일본 프로팀에 소속된 모든 타자들의 91년 평균 성적(단타율 0.182, 2루타율 0.043, 3루타율 0.005, 홈런률 0.025, 타율 0.256)과 각 팀 최고타자들의 평균 성적(같은 순서로 0.158 0.046 0.002 0.071 0.277)을 구했다. 각 팀은 최고 타자 1명 일반타자 8명으로 구성하는데, 단지 최고타자의 타순만 차례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컴퓨터로 난수(亂數)를 발생시켜 최고타자의 타순이 다른 팀끼리 컴퓨터상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이때 규칙은 일반 야구경기와 약간 다르다. 단타 2투타 3루타 홈런만 인정하고 사사구 병살 도루 희생타 등은 제외했다. 그리고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2루타를 치면 주자는 2, 3루가 된다'는 식의 단순계산법을 적용했다. 물론 타구의 방향을 잘못알고 무리하게 뛰다가 아웃되는 주자도 계산에 넣지않았다.

통계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각 팀을 10만번씩 대결시켰다. 그 결과 강타자가 3번에 있는 팀이 가장 승률이 높았다. 승률이 높은 순서대로 강타자의 타순을 열거하면 3, 4, 2, 1, 5, 6, 7, 8, 9번이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현상은, 승률은 3번에 배치할 때 가장 좋았지만, 막상 '3번 최고타자팀'과 '4번 최고타자팀'을 맞붙이면 강타자를 4번에 배치한 팀이 1백54번 더 이긴다는 사실이다. 또 '4번 최고타자팀'은 유독 '6번 최고타자팀'에 약했다. 따라서 통계적으로는 '3번 최고타자팀'이 가장 강했지만 현실적으로 '4번 최고타자팀'과의 맞대결에서 약했으므로 1승1패 무승부로 판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

최강팀 '3번 최고타자팀'과 최약팀 '9번 최고타자팀'간의 게임차는 7백8게임. 일본 프로야구가1년에 1백30게임 치뤄지므로 환산하면 0.92게임, 즉 1게임이 못되는 차이가 난다. 이론상으로는 '강타자를 몇 번에 포진하느냐'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결론이다. 또 주자를 앞에 두고 타석에 들어설 확률은 4번 타자가 게임당 1.8~1.9타석으로 가장 높았다.

지명타자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일본에서는 양대 리그중 퍼시픽리그만 지명타자제를 인정)는 투수의 타력이 다른 선수에 비해 현저히 뒤지므로 시뮬레이션을 달리 해야 한다. 즉 9번에 투수를 고정시키고, 9번의 타격 성적은 91년 규정투구회수를 채운 20명의 평균치로 잡았다. 이 경우에는 '4번 최고타자팀'이 '3번 최고타자팀'을 완벽하게 따돌렸다. 승률에서나 맞대결에서 근소한 차이이지만 완승을 거둔것이다.

이때 순서는 4, 3, 2, 1, 5, 6, 7, 8번이 된다. 다만 1, 2번의 역할이 지명타자제를 채택했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9번에 약한 선수가 있으므로 찬스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컴퓨터시뮬레이션의 약점은 풍부한 현실상황을 모든 변수로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발빠르고 센스있는 2번타자의 역할, 4번타자가 됐을 때의 자부심 또는 부담감 등을 기계인 컴퓨터가 이해할 리가 만무하다. 그렇지만 현실 데이터에 근거한 컴퓨터의 판정은 야구감독이라면 한번쯤 음미할 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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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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