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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S와 의생명공학의 기분 좋은 만남

우리가 스마트폰을 기울여 게임을 하고, 내비게이션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다 멤스(MEMS) 기술 덕분입니다. MEMS 기술로 초소형 위치센서나 가속도센서를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MEMS란 미세전자기계시스템을 일컫는 약자로 최근 잉크젯 프린터, 자동차 가속도계 등 많은 전자기기에 쓰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전공학부 MEMS 연구실의 이종현 교수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전자기계나 부품을 개발하고 있다. 더 작고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을 생산해 실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 교수는 국내 MEMS 분야 1세대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하던 1986년부터 이 기술을 연구해왔다.



“MEMS 기술은 모든 분야에 쓰일 수 있죠. 그 중 MEMS와 의생명공학이 만나면 농수산물의 원산지를 밝히는 키트부터 질병을 손쉽게 검진하는 칩까지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MEMS 연구실에서는 MEMS 기술과의생명공학을 결합해 유용한 제품을 개발한다. 연구원들이 모여 포즈를

취했다(위). 오른쪽은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이종현 교수.]



수정체 닮은 마이크로렌즈



이 교수는 MEMS 기술과 의생명공학을 결합해 ‘의료시스템학제전공’을 만들었다. 현재 의대와 공대의 협력으로 많은 연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 교수팀이 최근 개발한 마이크로렌즈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렌즈는 사람의 수정체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앞으로 마이크로렌즈를 실제 인공눈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연구실에서 쓰는 기기의 작동법을 설명하고 있다. 정밀연구기기인 만큼 MEMS 연구실 밖에 따로 밀폐된 공간을 마련해 기기를 설치했다.]



이 렌즈는 판 위에 염화칼륨(KCl) 용액을 한 방울 떨어뜨리고 이를 기름 한 방울로 덮어 만들었다. 가운데 염화칼륨 용액은 수정체, 기름방울은 홍채에 비유할 수 있다. 이때 기름 방울의 표면만 단단하게 굳히는 기술이 어렵다. 이 교수팀은 기름 방울 위에 ‘피릴렌’이라는 물질을 얇게 코팅한 뒤 그대로 굳혀 기름 방울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판을 통해 전기를 가하면 염화칼륨 방울의 형태가 변한다. 이는 사람이 수정체를 줄였다 늘였다 하며 초점을 조절할 때와 동일하다.



이 교수팀은 MEMS 기술을 이용해 기존 의료기기의 성능을 개선하기도 했다. 녹내장 수술에 쓰이는 밸브가 대표적이다. 녹내장은 실명 원인 중 두 번째로, 안압이 높아져 발생한다. 녹내장에 걸리면 눈 안에 밸브를 삽입해 눈에 차 있는 물인 안방수를 빼낸다. 이 수술로 안압을 낮춰 녹내장의 진행을 막아야 시력을 보호할 수 있다.



문제는 이 밸브가 플라스틱 소재라 매우 딱딱하다는 것이다. 또 현재 기술로 만들 수 있는 밸브의 두께는 2mm로 너무 두껍다. 이처럼 현재 쓰는 수술용 밸브는 이식 수술 후 많은 환자들이 이물감을 느낀다.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다.



이 교수팀은 환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플라스틱 대신 말랑말랑한 고무인 폴리디메틸실록산(PDMS)으로 밸브를 만들었다. 기존 공정과 달리 MEMS 기술은 PDMS의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PDMS 밸브의 두께는 기존 밸브의 절반 이하다. 딱딱하고 두꺼운 하드렌즈(플라스틱밸브)를 처음 낄 때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아프지만 부드럽고 얇은 소프트렌즈(PDMS 밸브)를 착용했을 때는 아무 느낌이 들지 않는 것과 같다.



또 기존 플라스틱 밸브는 안방수를 빼내는 구멍이 커 안방수가 계속 빠져나가 눈의 압력이 너무 낮아지는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이 교수팀이 개발한 밸브는 안압이 너무 높을 때만 안방수를 내보내 이 현상을 방지한다. 또 밸브가 눈 바깥 쪽으로만 열리기 때문에 외부의 이물질이 들어오는 현상도 막았다.


 

[➊ MEMS 기술을 이용해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MEMS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사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갖췄다.]


 

[➋ MEMS 연구실에서 개발한 마이크로렌즈의 모습. 가운데 염화칼륨 방울을 기름이 감싸고 있는 형태로 사람의 수정체 구조와 유사하다.]



졸업 전에 반드시 특허낸다



이 교수는 “MEMS 기술과 의생명공학이 만나면 앞으로 더 많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며 “이런 제품들이 앞으로 우리 의료시장을 든든히 지킬 것” 이라고 말했다. 녹내장 시술용 플라스틱 밸브만 하더라도 독일에서 수입해 쓰고 있는데, 이번에 개발한 PDMS 밸브는 오히려 수출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초소형 위치감지센서를 넣은 시계도 구상하고 있다. 이 아이디어는 앞으로 다가올 노령화 사회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인이 혼자 집에 있다 넘어져 의식을 잃었을 때 위치감지센서가 위험한 상황을 가족들에게 알리면 가족들이 빨리 대처할 수 있다. 또 톨루엔, 벤젠과 같은 화학물질의 농도를 간단히 잴 수 있는 칩을 만들어 상품화할 예정이다. 보통 새로 지은 집에서 이런 화학물질이 많이 나오는데 칩이 개발되면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같은 증상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저는 새로운 과학 이론을 발견하는 연구를 넘어 우리 생활에 실제로 쓰이는 유용한 제품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 실험실 석사, 박사과정 학생들은 졸업 전에 논문뿐 아니라 특허도 반드시 내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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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광주=신선미 기자 | 사진 김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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