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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Fun] 광물이야기14_이란에서 온 눈송이

백연석(Cerussite)


2015년 7월 14일.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 이란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국제사회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도 이를 반겼다. 8000만 명에 이르는 인구와 풍부한 원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이 침체 된 국제 경제 회복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란의 핵 포기는 광물 애호가들에게도 기쁜 소식이다. 여기 이 신비로운 광물을 보자. 마치 겨울 아침 창문에 서린 성애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다. 2013년 이란 이스파한 주의 나크할락(Nakhalak)광산에서 채집된 ‘백연석(Cerussite)’이다. 이 매력적인 백연석은 2000년대 초에 존재가 알려졌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경제적 교류가 제한돼 수집가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적었고 비교적 최근에야 관심을 끌게 됐다.

이 백연석이 생성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이란은 하나의 초대륙인 ‘판게아’ 안에서 세 조각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후 초대륙이 오늘날 유라시아 등의 대륙으로 쪼개지면서 판의 이동에 따라 흩어져 있던 세조각이 모여 지금의 이란이 됐다. 지각이 봉합되거나 분할되는 지역에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서 맞이하게 된 경제 개방은 광물 수집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수집용 광물 채굴은 무엇보다도 모험을 감수하게 하는 동기부여가 중요하다. 가난한 개인 광부들에게는 힘들지만 육체노동만으로 돈이 된다는 것은 큰 동기부여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탐광 활동이 왕성하게 일어나면, 훌륭한 표본들이 더 많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훌륭한 이란산 광물 표본들이 더 활발하게 채집돼, 광물 수집가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물할 것이다.



활발한 지각활동이 만든 희귀한 결정

백연석 표본 이야기를 해 보자. 백연석은 납이 포함된 탄산염 광물이다. 트라이아스기 퇴적층의 산화대에서, 탄산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용해수가 황화납인 방연석에 영향을 미쳐 2차적으로 생성됐다. 백연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약간의 회색빛을 띠는 것은 납 원자가 부분적으로 크롬 원자로 치환됐기 때문이다.

나크할락 백연석의 특징은 나뭇가지형태로 결정이 섬세하게 성장한 그물망(reticulated twin) 모양이라는 점이다. 나뭇가지처럼 여린결정이 모여 육각형 해정(骸晶·skeleton crystal)을 이룬다. 이런 해정은 반응 물질이 풍부한 기체 또는 액체에서 결정이 성장할 경우에 나타난다.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는 수집용 광물 중에서도, 이 표본처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눈 결정을 떠올리게 하는 그물망 형태는 매우 드물다.


약방의 감초에서 퇴출 대상이 된 납

문명은 인간의 욕망이 동기가 돼 이뤄낸 기술의 산물이다. 바꿔 말하면 인간의 역사는 도구 발명의 역사이자, 재료 발견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석기시대에 이어 금속시대로 문명의 진화를 이끈 7대 금속광물이 있다. 금, 은, 구리, 납, 주석, 철, 수은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백연석의 주 성분인 납은 기원전 3500년경부터 인간 생활에 깊이 관여해온 금속이다. 납은 비교적 제련이 용이하면서도(산화 환원이 쉽게 이뤄짐) 풍부한 광물이고, 가공도 쉬워 일찍부터 납광석에서 추출해 사용했다. 로마 시대의 수도관도 납으로 만들었는데, 배관공을 뜻하는 영어 단어 ‘Plumber’도 납을 뜻하는 라틴어‘Plumbum’에서 유래했다. 또 로마 시대는 와인의 산패를 막기 위해 산화납을 이용했는데, 와인을 즐겨 마셨던 로마의 네로 황제가 바로 납 중독 때문에 신경계가 망가져서 폭군으로 변했다는 주장도 있다.

납은 전자제품의 회로기판과 자동차 휘발유 첨가물 등 다양한 분야에 쓰였지만 지금은 다 퇴출됐다. 백연석도 하얀 색상 때문에 페인트와 화장품 재료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역시 사용이 금지됐다. 스페인 무적함대를 물리치고 대영제국을 반석에 올린 엘리자베스 1세 여왕도 백연석을 쓴 화장품을 애용했는데, 노년에 납 중독 후유증으로 얼굴 피부가 망가져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처럼 납은 인간 생활에 밀착한 광물이었지만, 그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점차 용도 폐기 중이다. 방사선 차폐성 등의 유용한 특징을 살려 꼭 필요한 분야에만 쓰이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을 비롯해 수집가들에게는 여전히 납이 들어있는 광물이 인기가 많다. 화려한 색상과 특이한 기하학적인 결정 때문이다. 광물이야기에 소개한 황연석과 녹연석, 갈연석 등에도 모두 납이 들어있다.
 

201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
  • 에디터

    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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