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수록 아직 이 세상에는 제가 모르는 지식과 분야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양준혁(서울과학고 1학년) 군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가족과 함께 산과 바다를 여행하며 자연을 관찰하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즐거운 기억이었다. 그래서일까, 어려서부터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장난감이나 전자제품을 분해하는 데에도 관심이 많았다. 미술에도 소질이 있어 무언가를 그리거나 만드는 것도 좋아했다. 다양한 분야를 탐구하는 습관이 들었고, 이들을 모두 할 수 있는 직업을 꿈꿨다. ‘미술을 하는 과학자’가 되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도 이때였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 도덕 수업 시간, 양 군은 보다 진지하게 자신의 꿈과 만났다. 당시 수업에서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떠올려보고, 이를 반영해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라’라는 활동을 했는데,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이 어린 시절 장난감과 시계, 전자제품을 분해하고 부품을 갖고 놀던 일이었다.
“로봇공학자의 꿈을 꾸게 됐죠. 특히 드론에 관심이 많았어요. 드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스스로 공부하고 부품을 구해 나만의 드론을 직접 만들어보기까지 했어요.”
드론 레이싱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영재고 진학을 꿈꾸게 됐다. 양 군은 “드론 레이싱 대회를 준비하며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 과학 이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영재고에 진학해 수학과 과학을 더 심도 있게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서울과학고에 입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 군은 입시를 위해 학교 수업에 집중하는 한편, 수학과 물리 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수상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구독하던 과학동아도 입시에 큰 도움이 됐다. 양 군은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 트렌드와 이슈를 접할 수 있어 즐겨 읽었다”며 “특히 과학동아에서 읽은 철 비가 내리는 외계행성 ‘WASP-76b’가 입시 시험에서 그대로 출제돼 합격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고에서의 생활은 다양한 경험과 깨달음으로 가득했다. 화학 공부를 위해 카페인을 추출하는 실험을 준비하며 그는 새로운 분야로 관심을 넓혔다. 바로 ‘물질’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양 군은 “세상 모든 것이 물질로 구성되고 분해되며, 심지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경이로웠다”며 “내가 화학자가 돼 찾은 물질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유기화학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경험은 공부에서 그치지 않았다. 아무리 과학을 좋아한다고 해도 매일 책상 앞에서만 시간을 보낼 수는 없다. 교내에서 탁구와 야구 동아리 활동을 하고, 시간이 날 때면 수영이나 스키, 골프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다. 최근에는 어린 시절 갈고 닦은 미술 실력으로 커스텀 신발을 만들어 신기도 했다.
영재고 진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해줄 말을 묻자 양 군은 “입시 준비도 중요하지만 합격 후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한 준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재고에서는 단순한 암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시험도 단답형보다는 서술형으로 출제되는 만큼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연습을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