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추리 만화 ‘명탐정 코난’의 단행본 1권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신이치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던, 즉 피해자보다 두 칸이나 앞에 앉은 여성을 범인으로 지목하죠. 그가 설명한 범인의 트릭은 이렇습니다. 안전장치를 내리기 전에, 가지고 탄 핸드백을 등 뒤에 넣습니다. 그럼 안전장치를 내려도 어느 정도 공간을 확보할 수 있지요. 그 공간을 통해 몸을 빼 뒤로 돌린 뒤, 미리 준비해 온 끈, 가령 피아노 줄을 피해자에게 던집니다. 물론 그 끈은 사람 목이 들어갈 수 있게끔 매듭이 지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쇠갈고리가 연결된 끈의 다른 한쪽을 옆의 레일에 걸면 끝. 롤러코스터의 엄청난 가속도와 힘이 피해자의 목을 절단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사실상 이 트릭엔 많은 허점이 있습니다.
200kg 이상 무게를 버텨야
먼저 안전장치를 빠져 나오는 것부터 문제입니다. 모든 롤러코스터는 위, 아래 안전장치가 서로 딱 맞게 맞물리도록 설계돼 있어 뒤에 핸드백을 넣는다고 공간이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몸도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설령 범인이 안전장치를 빠져 나와도, 롤러코스터 위에서 멀쩡하게 서 있을 수 있을까요. 롤러코스터를 타본 분들은 알겠지만 속도가 빨라졌다 느려졌다, 위아래, 왼쪽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잖아요. 롤러코스터의 가속도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바뀝니다. 에버랜드의 ‘티(T)익스프레스’는 최고 가속도가 4.5G(1G는 중력가속도인 9.8m/s2)나 됩니다. 롤러코스터가 방향을 바꾸지 않고 진행방향으로 4.5G만큼 가속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범인은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관성력을 받게 됩니다. 범인의 무게가 50kg이라면 바람에 의한 힘을 제외하더라도 225kg 무게에 해당하는 힘을 받고 있는 셈이지요. 까딱 잘못하면 뒤로 날아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입니다.
이 위험을 무릅쓰고 무게를 버텼다고 해도 자신보다 두 칸이나 뒤에 앉은 피해자의 목에 정확히 줄을 걸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롤러코스터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70cm 이상입니다. 이 길이가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럼 두 칸이 떨어져 있던 범인과 피해자의 거리는 최소 1.4m입니다. 범인은 여성이고요. 국립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키는 156.9cm입니다. 157cm로 계산해도 여유 길이가 17cm 정도입니다. 더군다나 이건 직선 거리를 따졌을 때니까 정말 17cm가 남으려면 범인이 완전히 안전 장치에서 벗어나 일자로, 즉 뒤에 앉은 신이치의 머리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뻗어야 정확하게 피해자의 목에 끈을 걸 수 있습니다.
가속도의 방향 초 단위로 분석해야
그럼 던지면 되지 않느냐. 이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쉽지 않습니다. 워낙 빠른 속도로 달리니 바람에 의한 힘이 아주 큰데다가 롤러코스터가 일정한 가속도를 가지고 직선으로 움직이는 시간은 아주 짧습니다. 계속해서 가속도의 방향이 바뀌지요.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이 트릭을 성공하기 위해선 범인이 롤러코스터의 가속도 방향을 초 단위로 일일이 확인해 계산해야 한다”며 “목표물에 정확히 줄을 던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요? 탄성 있는 줄과 갈고리, 그리고 롤러코스터의 힘을 이용한 트릭이라면 정황상 피해자의 뒷사람일 확률이 제일 높습니다. 거리도 70cm로 가깝기 때문에 안전장치로부터 몸을 다 빼지 않아도 피해자의 목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만화의 설정 상 피해자 뒤에 앉은 두 사람이 롤러코스터의 맨 끝자리였기 때문에 그들 뒤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피해자의 뒤에 앉은 두 사람은 신이치를 코난으로 만든 검은조직의 일원, 진과 워커고요.
아아, 그렇다고 이들이 범인이라는 건 아닙니다. 굳이 범행이 가능한 사람을 꼽자면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지요. 롤러코스터에서 터널을 지나는 시간은 약 10초 안팎으로 범행을 실행하기엔 턱도 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그리고 저런 범행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자칫하다간 범행의 순간이 찍힌 사진이 낱낱이 전시될지도 모르니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