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건강과 다이어트의 경계 대상 1호는 지방, 특히 동물성 지방이었다. 계란 노른자에 지방의 일종인 콜레스테롤이 많다며 흰자만 먹는 사람도 많았고, 버터는 물론 삼겹살이나 마블링 가득한 등심을 먹을 때도 우리는 죄책감도 함께 느껴야 했다. 과연 지방은 그렇게 몸에 해로운 걸까. 오히려 영양학자들은 요즘 달콤한 당을 더 걱정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억울하다
올해초 미국 연방정부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DGAC)는 음식에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생각만큼 몸에 해롭지 않다며 사면령을 내렸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계란이나 새우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을 먹GIB는다고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나 심장질환 위험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 연구진도 올들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 임상영양학지(AJCN)’에 발표했다.
그렇다면 지방 공포증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캐나다 맥마스터대 역사학과의 하비 리벤스테인 명예교수는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에서 1950년대 미국을 그 시작으로 꼽았다. 고지방 식습관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 동맥경화증을 일으킨다는 연구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방 공포증이 퍼졌다는 것이다. 당시 ‘지방, 악마의 화신’이라는 헤드라인을 뽑은 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불충분한 연구였다. 2000년대 들어 지방도 적절하게 먹어야 하며, 다만 트랜스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때 동물성 지방이 많은 버터 대신 식물성 지방으로 만든 마가린을 권했는데 실제로는 트랜스지방이 많은 마가린이 해로운 제품이었던 것이다.

송윤주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는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고루 갖춘 완벽한 식품”이라며 “더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고기 섭취량이 많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송 교수는 10~18세 여성이 고탄수화물 식사와 고지방 식사를 했을 때 고탄수화물 그룹이 혈중 중성지질 농도와 혈압이 더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준은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지난해 한국영양학회지에 발표했다. “고기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진짜 문제는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고 있는 겁니다.”
100% 무가당 주스 몸에 좋을까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의 섭취 비율은 6:4가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7:3이다. 아무래도 밥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밥보다 면이나 빵을 많이 먹는 사람들은 6:4에 가깝다는 점이다. 송 교수는 “면을 먹을 때 고기를 포함해 다양한 반찬을 더 먹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전체 탄수화물 섭취는 조금씩 줄고 있다. 문제는 가공식품을 통해 먹는 당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2년 조사결과 2년 전(2010년)보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 섭취가 3.1%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음료수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당을 추가로 넣은 음료를 ‘가당 음료’라고 하는데 콜라,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를 비롯해 과일 주스, 이온 음료 등 주변에 너무나 많다. 송 교수는 “식약처 조사 결과 첨가당이 가장 많은 음료는 바로 커피였다”며 “믹스커피나 시럽을 넣은 커피, 즉 카페라떼나 캬라멜 마끼야또 등에 엄청나게 많은 당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100% 무가당 과일 주스는 괜찮지 않을까. 마트에서 파는 과일 주스는 전문점에서 파는 생과일 주스와는 조금 다르다. 먼저 오렌지를 짜서 원액을 만든 뒤 물만 추출해 농도를 크게 높인다. 이 농축액을 다시 물에 섞어 오렌지 주스를 만든다. 이쯤 되면 생과일 주스에서 농축 당 주스로 변해버린다. 송 교수는 “영국 정부가 학교에 음료 자판기를 없애기로 한 것도 음료수를 통한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일을 먹나 음료를 먹나 똑같은 당인데 왜 음료만 문제가 될까. 송 교수는 “과일을 통해 당을 섭취하면 오히려 비만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과일을 먹을 때는 다양한 영양분과 섬유소를 함께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료를 통해 당을 섭취하면 열량은 높고 포만감은 적어서 조금 있다가 또 음식을 먹기 마련이다. 송 교수는 “음료를 통해 흡수한 당은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격히 올리기 때문에 우리 몸에 혈당 쇼크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도 이번에 처음으로 탄산음료를 통한 설탕 섭취량을 하루 200칼로리 이내로 제한하라고 권고했다. 473mL 콜라 한 개에 해당하는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