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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의학 정상인의 심장박동은 카오스

인체는 다양한 카오스 실험실이다. 뇌, 심장, 혈관 등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혼돈현상을 이해한다면 생명의 신비가 풀릴 수 있을지 모른다.

생체조직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하는 일은 인간의 몸을 비롯해 생체의 특성과 그 상태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또 그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질병치료에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생체조직에 대한 대부분의 접근방법들은 선형적 원리에 근거하고 있었다. 하지만 비선형적 특성을 완전하게 나타낼 수 없었던 까닭에 생체조직에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생체조직의 특성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방법이 요구됐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비선형적 동력하게 근거해 생체신호와 생체현상을 해석하는 혼돈이론이다. 생체조직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혼돈이론은 어떻게 응용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뇌의 구조는 프랙탈 차원으로 구성돼 있다.


서로 닮았다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으로 묘사한 뇌신경구조.


생체조직의 첫번째 특징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not made) 발생되는(generated)것이란 사실이다. 발생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자기 유사성을 갖는 단위과정의 확대, 축소, 또는 변형된 반복으로 볼 수 있다. 즉 발생되는 과정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진행되지만 그 결과로 발생된 조직은 각 개체간의 차이를 낳는다. 동시에 각 개체군은 다른 개체군으로부터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성을 지닌다.

예를들어 벗나무와 소나무를 비교해 보자. 서로 닮지 않은 두 그루의 벗나무를 같은 군으로 분류하는 까닭은 같은 모습의 끌개(attractor)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벗나무와 소나무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끌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발생 초기조건의 미세한 차이는 같은 메커니즘에 의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그 결과에 커다란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것으로 각개체간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생체조직의 두번째 특징은 시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동력학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분석에 적용되는 이론은 그 상태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정상적 상태를 가정한다. 그러나 생체조직의 경우 엄격한 의미의 정상적 상태는 죽음 뿐이다. 그러므로 주변의 환경에 적응해 계속적인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살아있음의 본질적인 특성이라 할 수 있다. 노화현상이라는 것도 기능적 퇴화가 일어나서 각 신체기관의 활동범위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외부의 환경이나 자극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뇌파에서 혼돈을 찾아라
 

기관지의 모습은 프랙탈구조.


대표적인 동역학정 시스템으로는 뇌를 들 수 있다. 뇌의 기능상태에 대한 연구는 뇌파의 존재가 밝혀짐에 따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어 혼돈이론을 적용하기에 아주 적합한 분야로 생각되고 있다. 불규칙하게 보이는 뇌파신호에 대해 혼돈특성을 측정하기 위해 상관차원을 구해 보면 (표1)과 같다.
(표1) 뇌의 기능적 상태에 따른 상관차원의 변화
 

(표1) 뇌의 기능적 상태에 따른 상관차원의 변화


혼돈이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비선형성과 피드백이 필수적인데, 이 두가지는 바로 생체조직의 기본적 특성이다. 생체내의 모든 기관과 여기에서 발생되는 신호들은 신경계와 호르몬계에 의해 제어된다. 이러한 신경계와 호르몬계의 기본적인 동작과 제어특성을 살펴보면 많은 부분이 비선형적이고, 주위 환경과 생체조직의 상태에 따라서 부피드백 또는 정피드백의 특성을 가진다.

정상적 상태에서 심장의 박동은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뛸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 그렇지 않다. 정상적 상태는 혼돈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톡특한 패턴을 보인다. 이것은 정상적인 심장의 상태가 혼돈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심박동수를 제어하는 자율신경계의 두부분, 즉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상호작용에 의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감신경의 자극은 심박동수를 증가시키고, 부교감신경은 그와 반대로 적용한다. 이는 혼돈시스템에서 그 특성을 나타내게 해주는 늘림과 접힘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혼돈특성의 감소는 심장기능의 저하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정량화해 실제 임상진단에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림1)은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13시간 전과 8일 전, 그리고 정상적 심장상태에서의 심장박동수의 변화를 나타낸것이다.
 

(그림1) 심장마비를 일으키기 13시간전(A), 8일전(B), 정상적인(C)상태의 심박동수의 변화에 대한 위상평면도


생체조직의 네번째 특징은 여러 신체기관들이 매우 복합적이고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분석방법들은 분석하고자 하는 시스템을 가능한 한 작게 분리하고 여러가지의 가정을 설정한 후 신호처리 등의 분석방법을 적용한다. 그러나 생체조직은 각 신체기관의 역할을 작은 규모로 분리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다른 시스템의 영향을 무시하거나 근사화해 나타내는 것이 무리일 경우가 많다.

혼돈시스템은 시스템을 각각 분리해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시스템을 하나로해 전일적으로 분석한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심장 박동을 연구하는 것 외에 세포막에서의 이온채널의 활동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신경전위의 처리를 통한 생체신경계의 활동메커니즘 연구, 맥파의 신호처리 및 분석, 세포의 활동성 분석, 혈류 분석, 혈관조직과 신경조직 등의 모델링, 전염병 발생 패턴의 모델링 등 많은 생명과학분야에서 혼돈시스템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혼돈이론은 생체에서 나타나는 비선형적 특성, 자기유사성, 전일적 분석 등 생체의 특성을 분석하는 데 적합하다. 그래서 혼돈이론은 뉴턴역학에 기반을 둔 기존의 분석 방법들에서 제공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생체현상에 대한 분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생체의 메커니즘 연구와 이를 이용한 각종 진단 분야에서 많은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199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박광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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